오세훈 시장은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하나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전면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시민에게 묻고자 한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지금 이 순간, 수도 서울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국가의 백년대계가 흔들린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주민투표를 제안하게 됐다"며 "시의회는 무상급식이 더 이상 국론분열의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민투표에 동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사항 등을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세 차례 열렸지만 서울에서는 이번에 실시되면 사상 처음 실시된다.
▲ 10일 열린 2011년 신년 고례회에 참석한 곽노현 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
"시의회가 동의하면 세부적인 사항 논의"
시의회가 오 시장이 제안한 주민 투표를 수용할 경우, 서울시는 구체적인 투표 일정과 투표 질문 내용을 시의회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빠르면 3월, 늦어도 6월 이내에 주민 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투표 질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를 놓고 고려중이다. '전면무상급식 찬성, 반대'를 놓고 찬반 투표를 하는 것과 시의회의 전면무상급식과 오 시장의 점진적 무상급식, 이렇게 두 가지 안을 놓고 선택을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오 시장은 "애초 서울시는 하위 30%까지 무상급식을 점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했으나 만약 이번에 안을 낸다면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찬반 투표보다는 안을 놓고 선택하는 방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주민투표 방법은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에 의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실시하는 방안, 그리고 중앙행정기관장의 요구 등 4가지가 있다. 추진 방법이나 소요기간은 청구주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서울시는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이 역시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주민 투표,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주민 투표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시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지방의회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경우, 재적의원 2분의 1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을 거쳐야 한다. 시장이 청구하는 경우에도 재적의원 2분의 1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2분의 1이상 동의를 거쳐야 한다.
또한 주민 투표의 결과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이 투표를 하고 유효투표수가 과반수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만약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보다 미달할 경우 투표함은 개봉도 하지 못한다. 2010년 7월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20%였던 것에 비춰보면 30%를 넘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의회와 대화하려는 모습보다는 법과 제도를 통해 무상급식 논란을 해소하려는 오 시장의 행보는 되레 논란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무상급식은 6월 2일 선거로 이미 서울시민이 결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도 "무상급식 제도의 시행은 한정된 재원과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이라는 정책 협의와 조정을 통해 시행하면 될 일"이라며 "예산 액수가 문제라면 수천억 원을 사용한 한강운하나 디자인서울에 대해서도 주민투표를 했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벌써 두 달 가까이 끌고 온 무상급식 논란은 주민투표나, 시의회 출석거부니 하는 '무대뽀' 행정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정책협상을 통해 종식될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성숙한 정치적 리더십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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