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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파괴가 녹색성장?

[기고]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사업은 철회되어야

국가가 나서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굵직한 환경파괴를 전국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3대 갯벌 중 하나인 강화 갯벌에 건설될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사업은 그간 언론을 통해 제대로 조명도 못 받고, 지역어민과 지역환경단체들의 저항은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잦아드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있다. 강화 갯벌을 비롯한 강화도 인근의 해양생태계 및 어장의 파괴는 비단 어민들의 사회경제적 피해에 한정된 지역문제로 그치지 않고, 국가가 녹색성장이란 미명 하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지역 생태계 파괴를 합리화하는 첫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4대강 문제만큼이나 지역문제를 넘어선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해안에 조력발전소를 세우려는 논의는 일찍이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부터 있었다. 해방 후에도 국가는 서해안 조력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 1961년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는 주요 전력생산지로 한강 댐, 팔당 댐과 더불어 강화도가 조력발전 가능지로서 지정되었고, 1971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주관하여 조력발전 사업검토를 했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원유 구입에 대한 외화지출 부담 때문에 다시 청와대는 행정부에 조력발전건설을 검토하도록 했지만, 막대한 공사비와 해수공사의 어려움으로 또 다시 중단된다. 1977년 수립된 상공부의 장기에너지수급계획에서는 1986년까지 조력발전소 1기를 건설할 것을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해안 조력발전 논의는 20세기 동안 오일쇼크처럼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체에너지로서 끊임없이 국가의 주목을 받아왔었다.

21세기 들어서도 잠재되었던 조력발전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화 촉진 및 청정에너지 보급확대'의 일환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RPS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게 설정되어 시장규모가 확실하기 때문에 신규 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기회'이지만, 기존 화석연료를 이용했었던 발전업체의 입장에서는 발전량 일부를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로 작동한다(2022년까지 총 발전량의 10% 내외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따라서 발전업체들이 주어진 재생에너지 쿼터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용량 확보가 용이한 조력발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정부(특히,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의 비호 하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중부발전은 각각 인천만 조력발전소와 강화조력발전소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지난주 12월 7일에는 에너지정책 관련 최상위 국가전략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본래 5년마다 갱신되는 거지만, 2년 만에 개정하게 됐는데, 개정안에서는 1차 계획보다도 과도한 에너지 수요를 예측함으로써(2008년 1차 계획과 비교하여 2030년 에너지수요전망이 342.8TOE(석유환산톤)에서 388.9TOE로 13.4%가 증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는커녕 도리어 에너지 다소비를 부추기고,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명목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조력발전소를 포함시켰다.

여기서 재생에너지로서 조력발전소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세기 내내 서해안 조력발전 논의가 있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로 번번히 논의가 중단되었다. 그 동안 사업 추진 주체들은 조력발전소 건설의 비용편익은 자그마치 2.0(중규모안: 2.132, 대규모안: 2.063)이 넘는 다고 주장해왔다. 보수가 아닌 진보 성향의 환경경제학자도 비용편익이 1.0을 넘으면 무조건 사업은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하물며 2.0이 넘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난 11월 25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만 조력발전사업 환경성 검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참가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용희 인천만조력사업팀장은 토론 중에 기존의 자신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실수'를 실토했다.

"조력에너지로서 발전 … 아까 전에 2414GWH가 나오면 그게 인천시의 60%가 되었던 몇 프로가 되었던 저희들이 장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기 팔아가지고는 경제성이 없습니다."

이분의 발언 덕분에 더 이상 소모적인 경제성 논쟁은 깔끔히 정리됐다! 이어서 그는 조력발전소 건설의 경제성은 조력에너지 자체로부터 창출되지 않으며, 주변 관광개발과 같은 부대사업을 통해서 가능하며, 정부가 녹색성장을 추진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거기에 맞춰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토론회를 참관한 인천시 해양수산과 공무원은 강화 해역에는 어민들의 주 소득원인 새우젓이 전국 수요의 7~80%를 충당하고, 꽃게 어획량도 1위며, 이 밖에 수많은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한강 하구에 있는 강화갯벌의 정화작용도 막대한 하수처리비용을 절감한다면서 이러한 어장의 가치가 조력발전 타당성 검토에는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음을 비판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도 아닌 지방정부 공무원조차도 조력발전소 건설이 초래할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원조차도 환경비용이 과소평가되었고, 관광편익이 과대추정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결정적으로 역설적인 지점은 조력발전소 건설 반대세력들이 사용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의 반대 근거를 바로 국가가 제공했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3년 강화도 옹진군 장봉도가 저어새 등 희귀철새의 도래지고, 식물다양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2008년에는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로 추진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00년에 강화갯벌을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하고,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등록을 시도했었다. 즉 정부야 말로 강화도 생태계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추진하는 녹색성장 국가전략에 맞추기 위하여 습지보호지역을 해제하는 자충수(自充手)를 둔 것이다.

얼마 전 조력발전 찬성세력들이 해외사례로 곧잘 인용했던 영국 서번(Severn) 강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철회되었다. 이 계획은 1980년대 후반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타당성 검토에서 16km에 달하는 대형댐을 건설하면서 많은 건설비용과 환경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에 고위험(high risk) 사업으로 판정되면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참조). 하물며 방조제 길이가 18.3km에 달하는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끝으로 조력발전소 건설의 이론적 뒷받침을 맡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 이광수 박사가 토론회에서 발언한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갯벌에다 조력건설이 맞느냐? 그러시는데 갯벌에다 조력건설을 하지 않습니다. 건설을 하다 보니 갯벌이 그 안에 포함이 되는 거죠."

환경진보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길이길이 기억할만한 퇴행적 명문(退行的 名文)이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들로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바람에 정신이 없고, 대응할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현안과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인식과 효과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은 생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할 수 있는 역설을 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역설이 전 국토를 상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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