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병철이 주는 상 받는 건 내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병철이 주는 상 받는 건 내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인터뷰] 인권위 인권상 거부한 김은총ㆍ김성호 학생

"은총 씨는 남자 친구가 있나요? (기자)
"기자님, 그렇게 물어보면 안 되죠. 제가 동성애자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애인이 있냐고 물어봐야죠." (김은총 인권상 거부자)

나름 친해지려고 편하게 던진 질문에 날카로운 '지적질'이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애인이 있는지는 답하기 싫다며 웃음을 보였다.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어디서 그런 강단이 나오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노릇.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여하는 인권상 에세이 고등부 대상에 선정된, 아니 수상을 거부한 영복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은총 학생 이야기다.

수상 거부 이유서 한 장을 남겨 놓고 훌쩍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16일 입국한 김은총 학생을 17일 수원역 부근 카페에서 '어렵게' 만났다. 몇 차례 인터뷰를 고사한 김은총 학생은 "앞으론 절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목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김은총 학생은 "태국을 갔다 온 뒤 인터넷을 통해 수상을 거부한 게 큰 이슈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하지만 내가 인권상을 거부한 이유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채 내가 고등학생, 즉 여학생인 것만이 부각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내가 여학생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상자로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상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런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은총 학생은 김성호 학생을 함께 인터뷰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성호 학생은 인권상 에세이 중등부 최우수상으로 선정됐지만 역시 이를 거부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매현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호 학생은 학내 언론의 자유를 다룬 에세이 "머리 찾는 김에 내 '입'도 찾자"로 당선됐다.

▲ 김은총 학생. ⓒ프레시안(허환주)

"상이 좋다고 해서 부끄러운 걸 묵인할 순 없죠"

김은총 학생은 요즘 겨울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전날에는 집 근처 제과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았지만 시급을 듣고 일을 안 하기로 했다.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습 기간인 3개월 동안은 시급을 3500원 준다고 했어요. 그 뒤에는 4000원을 준다고 했죠. 근데 현재 법적 최저임금은 4110원이란 말이죠. 태국으로 여행갈 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에서 일할 수 없었어요. 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김은총 학생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소중하게 여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다른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상 대상을 받게 될 경우 받는 상금은 20만 원, 하지만 김은총 학생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역시 같은 이유였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김은총 학생은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상을 받는 다는 건 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라 생각한다"며 "상이 좋다고 해서 부끄러운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수상 거부 소식을 들은 김은총 학생의 아버지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은총 학생은 "언론에서 내가 상을 거부한다는 게 보도된 뒤 아버지 주위 여러 분들이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며 "그 전화를 받고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은총 씨는 "아버지는 자식이 상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사회가 상을 줄 자격이 없어 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김은총 학생과 김성호 학생과의 인터뷰 전문을 '날'것 그대로 싣는다.

"수상 거부 뒤, 언론 보도 보며 내가 그렇게 대단한가 하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만나서 반갑다. 김은총 학생은 태국을 잘 갔다 왔나. 어떻게 갔는지가 궁금하다.

김은총 : 별 거 아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태국 간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갔다. 그게 끝이다.(웃음) 태국에서 13일 정도 있었다.

프레시안 : 해외 나가는 거에 관심이 많나?

김은총 : 그냥 따라 갔다. 기회가 좋았기 때문이다. 나가서 여러 가지를 볼 수 있겠다 싶어서 간 거다.

프레시안 : (김성호 학생을 바라보며) 원래 이런 스타일인가.

김성호 : 단순하다. 엄청 솔직하고.(웃음)

김은총 : 과한 솔직함이다.(웃음)

프레시안 : 인권위 이야기를 해보겠다. 둘다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상을 거부를 했다. 언제 응모를 했나?

김은총 : 인권상 공모는 어쩌다가 알게 됐다. 공모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아는 애들끼리 했고 9월쯤 응모를 했다.

프레시안 : 응모한 에세이가 '언론은 있고 인권은 없는 학교'다. 이런 주제는 예전부터 생각을 했나.

김은총 : 항상 학교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이번에 썼던 것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 교육감 선거 때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는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호 0번의 청소년 후보를 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청소년 교육감을 뽑는데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틀로 잡고 언론의 자유를 에세이로 썼다.

프레시안 : 성호 학생이 쓴 글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김성호 : 경기도에는 두발 자유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아직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전에 아이들에게 내 생각이 담겨 있는 전단지를 배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걸 해서는 안 된다고 제지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수기로 썼다. 두발은 자유화 됐지만 '입'은 여전히 억압받고 있는 답답한 마음을 담았다.

프레시안 : 듣기로 김성호 학생은 처음에는 수상을 거부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들었다. 근데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수상을 거부했나.

김성호 : 솔직히 나는 인권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권위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을 받으면 좋으니깐 처음에는 상을 받으려고 했다. 물론 그때도 인권위가 문제가 있다는 건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부하기 싫었다.

그 뒤 장애인 단체에서 현병철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민원실을 점거하고 있다고 해서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 그렇게 농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내가 상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김성호 학생.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 : 사퇴 거부 뒤에 인권위에서는 연락이 왔나?

김은총 : 메일이 왔다. 요지는 수상 거부가 본인 의지인지를 묻는 거였다.

프레시안 : 김은총 학생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김은총 : 아무래도 그런 의도인 듯 했다. 지금도 그 메일은 있다. 그게 왔고 그 다음에 메일이 한 통 더 왔다. 그 메일을 받고 인권위 담당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프레시안 : 무슨 내용이었나.

김은총 : 나는 인권위에 통보하지 않고 아수나로를 통해 내 수상 거부 이유서만 전달하고 태국으로 갔다. 아마 인권위 직원 분은 기사를 보고 내 수상 거부 소식을 알게 됐을 거다. 그래서 '먼저 수상 거부 의사를 알려주지 그랬냐'며 다소 자신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는 내용이 메일에 담겨 있었다. 그분 개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도 고생했겠다 싶었다.

프레시안 : 어떤가. 수상을 거부한 뒤 느낌은?

김은총 : 나는 엄청 애매하다. 나는 수상을 거부하고 태국을 간 뒤 한국에 돌아와서야 상황을 알았다. 나 자체를 보기보다는 나를 보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는 이야기다. 언론 기사를 보고 느낀 건데, '김은총이란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내가 아닌 거 같았다. 내가 한 일은 그냥 수상을 거부한 것뿐이었는데 사람들은 나를 영웅처럼 만들었다.

"상을 받을 때 내가 정말 기쁠까를 고민했다"

프레시안 :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김은총 : 그런가? 물론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자기 미래가 달린 사람도 있을 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난 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상을 받아서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이 상을 받아서 내가 정말 기쁠 것인가, 자랑스러울 것인가를 고민했다. 나의 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생각했다. 가치가 다른 것이다.

프레시안 : 언제 이 상을 받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나.

김은총 : 당선됐다는 메일이 인권위에서 왔다. 11월 말로 기억한다. 메일 받고 상을 받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인권위가 점점 파행으로 치닫고 있던 중이었다. 그 타이밍에 메일이 딱 왔다. 그래서 받지 않으려고 했다.

프레시안 : 김성호 학생은 지금도 수상을 거부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

김성호 : 솔직히 수상 거부 직후에는 내가 잘한 건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잘했구나 생각한다.

프레시안 : 왜 잘했다고 생각하나.

김성호 : 부끄럽지 않으니깐.

김은총 : 장하다. (웃음)

프레시안 : 자꾸 꼬리를 무는 거 같은데, 왜 부끄럽지 않은가.

김성호 : 인권에 대해 공부를 하고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현병철이라는 사람에게 인권과 관련된 상을 받았다면 내가 웃고 있을 수 있겠나.

김은총 : 돌려 질문하겠다. 왜 부끄럽겠나. (웃음)

프레시안 : 답답한 마음일거 같다. 태국에서 돌아오면 현병철 위원장이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김은총 : 철옹성인거 같다.

프레시안 : 인권위 사태가 해결되겠나.

김성호 : 반 농담성으로 '이젠 인권위 직원들 차례다'라고 한다. 현병철만 남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은총 : 근데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밖에서 이렇게 괴롭히는 것도 분명 인권위에 망신을 주는 것에는 소용이 있겠지만 계속 자존심 상하게 하고 체면상하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자존심이 상해서 안 물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진실성을 담아서, 강력한 주장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옆구리 살살 긁는다고 쓰러지진 않지 않는가.

현병철 위원장은 만만치 않은 거 같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판단이 어렵다. 뭐가 이 사람을 이렇게 집요하게 만들까 라며 질문을 던진다. 권력인가. 설마하니 신념이 있어서 자리를 지키는 건 아니지 않겠나. 이렇게 집요하게 하는 게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거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선다. 엄청 슬픈 일이다. 인권위가 어떻게 생겨났는데 말이다.

ⓒ프레시안(허환주)

"현병철, 뭐가 사람을 이렇게 집요하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프레시안 : 왜 인권위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생각하는가. 현병철 위원장이 김은총 학생보다 인권 감수성이 떨어져서 그런가.

김은총 : 그 사람에게 인권 감수성이란 단어를 써도 되나. (웃음)

프레시안 :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인권 분야와 별로 관련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왜 인권위원장 직을 수용했을까.

김은총 : 인권을 위해서 장을 한 건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 수락하면 거기에 떨어지는 이익 때문에 수락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말이다.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인권위 사태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게 인권위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왜 인권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가장 근간이 되는 권리임에도 말이다.

김은총 : 청소년인권 운동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말해보겠다. 청소년 두발 자유를 찬성하는 어른들은 두발을 자유화해도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복장을 자유화해도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이 묶는 거다. 인권을 뭔가와 자꾸 묵는다. '인권을 이야기해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어, 정치가 잘 돌아갈 수 있어' 이런 식이다. 인권을 뭔가 실물적인 보이는 것과 묶어서 생각한다. 그러니 인권은 항상 묻힌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가 효율성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은총 : 그런 생각도 한다. 본인의 인권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인권 침해를 받아도 본인의 인권 감수성이 없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최저임금 시급 4110원이다. 근데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3500원을 받는다. 돈이 급해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일을 하며 그 돈을 받는 것이다. 결국 급한 마음이 자신을 깎아 내고 있는 거다. 그게 심하다. 그게 시급일수도 있지만 자존심일수도 있고 신념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의 인권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힘들게 살았다.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깎아 내리는 것에 더 익숙해있다. 그래서 되레 자기를 깎아 내리지 않는 모습은 건방져 보이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그런 의식이 만연해서 인권 감수성이 풀 죽어 있다. 인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프레시안 :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권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도 한다.

김은총 : 인권은 잘 사는 것, 못 사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거 아닌가.

"현병철, 자기 성찰이 없어서 자리 고집하고 있다"

프레시안 : 현병철 위원장이 왜 자기 자리를 고집한다고 생각하는가.

김은총 : 자기 성찰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내성이 생긴 거 같기도 하다. 도둑질도 계속하면 내성이 생긴다. 껌을 씹고 싶어 어릴 때 문구점에서 껌을 훔친 뒤, 점점 그 크기가 커진다. 죄책감은 사라지고 도둑질이 당연시되는 거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시민단체들이 사퇴를 요구해도 '이 인간들은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무시하는 듯하다.

프레시안 : 인터뷰를 하는 걸 싫어한다. 왜 그런가.

김은총 : 불편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성명서에 다 들어 있다.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인터뷰를 하면 얘가 왜 수상을 거부했나는 뒤로 싹 밀린다. 나에 대한 관심만이 좀 더 부각될 뿐이다.

프레시안 : 인권상까지 거부했는데 변하는 게 없어서 안타깝지 않나.

김은총 : 그래도 이전보다는 인권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호 : 한 숨부터 나온다. 뭔가 원래 처음부터 거부하는 게 큰 이슈가 될 거 같지 않았다. 소신대로 한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김은총 : 난 깜짝 놀랐다. 수상 거부할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거부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인권위 사태를 놓고 인권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딱히 큰 지지를 못했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태국 갔다 왔는데 그렇게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엄청 놀랐다.

프레시안 : 타협하지 않고 가는 게 쉽지 않다. 계속 이렇게 갈 수 있겠나.

김은총 : 내가 굽힐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옳다며 늘 앞으로 갈 수는 없다. 내가 옳다고 해도 옳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유들유들하게 가돼, 항상 생각을 해야 할 듯하다. 현병철도 그랬으면 좋겠다. 왜 안 그럴까.

나도 타협할 때가 있다. 보통 자기 자신에게 그렇지 않은가. 숨을 때 있다. 그런데 중요한 데서 타협할 때, 숨을 때는, 자존심이 상해한다. 못 견딘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런 게 좀 적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부를 소홀히 하고 인권 관련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김은총 :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루 4시간도 안자면서 공부를 했다. 주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칭찬도 했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나의 희생이 너무 싫었다. 참기가 어려웠고 답답했다. 그거에 대한 고민이 심했다.

물론 어른들은 말했다. '지금 참으면 나중에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진짜 내 길인지 모르지 않나. 내가 그렇게 살게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때려 치고 관심이 있던 인권 단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배운 게 많다. 배려, 고정관념 탈피 같은 것이 그렇다.

프레시안 :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면 뭘 할 건가.

김은총 : 일단 태국 여행 갈 때 엄마에게 빌린 돈 갚아야 한다.

프레시안 : 갑갑하다. 빌린 인생. (웃음)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난 뒤 빚이 생긴다는 건 좋은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김은총 : 사회를 바꿔나가는 건 새로운 세대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잊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