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권단체에 따르면 인권표창장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인권논문상 일반부 우수상을 수상한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에세이상 고등부 대상을 받는 김은총 학생 등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권상 수상을 거부했다.
인권위는 한국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한 단체 및 개인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인권상을 제정한 뒤로 매년 12월 10일인 세계인권의 날에 이 상을 수여해왔다.
"과연 이런 사람이 나에게 상을 줄 자격이 있나?"
김은총 학생(영복여자고 3)은 성명서를 통해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며 "이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상을 줄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수상 거부 이유를 밝혔다.
▲ 현병철 위원장. ⓒ연합뉴스 |
김은총 학생은 "인권위원장으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인권위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은총 학생은 "현병철 위원장이 정말로 지금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찰할 의지가 생긴다면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은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도 "현재 인권위는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영으로 독립성마저 지켜지지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내부 인사들의 연이은 사퇴는 최근 인권위가 그 사명과 근거 의식을 뒤로 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의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인권에 반하도록 운영되는 기관이 어떻게 국가를 대표하는 인권 기구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수상 거부가 국가 유일한 기구인 인권위에 보내는 애정 어린 권고임을 상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수상작이 성전환자와 동성애자 인권에 관한 내용"이라며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고, 인권의 가치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인권논문 수상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수상 거부 보이콧 움직임 확산될 전망
이날 수상 거부 의사를 밝힌 단체 및 개인은 세 곳뿐이었지만 앞으로도 수상 거부 보이콧 움직임은 확산될 전망이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인권표창장, 인권논문상 등을 수여받는 단체 및 개인 등은 상당수 있다"며 "아직 의사를 묻지 않아 상을 받을지 안 받을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이진 않지만 수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단체 및 개인들은 상당수 더 있다"며 "추후에도 수상 거부 움직임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김은총 학생의 성명서.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 줄 자격도 없다" 상을 받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내가 열심히 쓴 글이 좋게 평가 받아서 대상까지 받게 되었다면, 그건 참 과분할 정도의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상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상은 별로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인권에세이 공모전을 하는 것을 보고 <'언론'은 있지만, '여론'은 없는 학교>라는 제목으로 공모했다. '여론'이 없는 학교의 현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신문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권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전문위원들도 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위원들과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던 와중에 얼마 전 이 인권에세이 공모전에서 내가 쓴 글이 대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받았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이 상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비록 나는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수능 공부보다도 인권 공부에 더 열을 올렸고, 인권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어쩌면 현병철 인권위원장보다도 더. 발칙하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 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 위원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데도, 그 목소리에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꽉 막힌 학교, 꽉 막힌 이 사회와 별반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그리고 다른 나머지 수상자들에게 상을 줄 자격이나 있을까. 인권에세이로 선정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많은 내용들이 '언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인권을 보장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애를 써야 할 국가인권위가 오히려 인권을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지금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찰할 의지가 생긴다면,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으며, 현병철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은 받고 싶지 않다.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다. 나는 2010인권에세이 대상 수상을 거부한다. 12월 10일 수상식 당일에 이런 뜻을 밝힐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친구와 같이 태국 여행을 가기로 한 날짜와 겹쳐서 수상식에 참가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수상을 거부한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내 목소리가 보태어져,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12월 13일 즈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더 이상 현병철이라는 분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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