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판결의 타당성이나 일관성 등을 두고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지만 일단 1년 여 간 끌어온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둔 법정 다툼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와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의 종편 사업 준비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수신료'도 윤곽, '헌법재판소' 계류는 해결
이날 결정은 종편 사업자들로서는 사업 승인 신청 막바지에 불확실성 두가지를 걷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단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연되면서 생겼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KBS 수신료 의결로 향후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
물론 보수 언론은 KBS 이사회가 '수신료 3500원, 광고 수준 현행 유지'을 결의하자 '광고 현행 유지'에 초점을 맞춰 맹비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방통위와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변경 가능성도 기대할수 있고 KBS의 '광고 현행 유지'라는 애매모호한 기준 역시 KBS의 내부 정책에 따라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디어법의 적법성을 두고 벌였던 논란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사업자 선정 이후로 선고를 미뤘다면 선정 과정에서 야당 측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불보듯 뻔했다. 또 만약 이날 선고가 야당 측 국회의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이 났다면 국회에서의 심의, 의결 절차 등을 다시 거치는 과정에서 종편 선정은 기약없이 미뤄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선고가 '기각'으로 나옴에 따라 종편채널의 연내 선정은 일단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다음달 1일까지 종편·보도 채널 사업을 원하는 법인으로부터 승인 신청서를 받고 시청자 의견청취, 심사위원회 구성·운영을 거쳐 연내 최종 선정 대상을 발표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 2009년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통과될 당시의 모습. ⓒ프레시안 |
방통위 "이제 걸림돌 될 것 없을 것" '속도전' 재확인
방송통신위원 역시 '연내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방통위 이태희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만큼, 앞으로는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그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에도 최시중 위원장 등 여당 측 위원들이 종편채널 선정 일정 등을 서두르면서 양문석, 이경자 위원이 반발, 퇴장하는 등 파행을 면치 못했다.
이 대변인은 "헌재 결정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니 걸림돌이 될 것은 없지 않겠냐"면서 "11월 10일 의결한 대로 종편 심사와 관련된 향후 일정을 차질없이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것이며 다음 주부터 종편 심사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헌재 결정을 앞둔 25일 오전 선고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이 승인신청서 접수 일정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방통위는 "오는 30일과 12월 1일 양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14층 중회의실에서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미디어법 논란은 모두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국회의 자율권과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제 남은 일은 미디어 관련법의 취지에 맞게 통신과 방송의 융합 빅뱅 시대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위헌, 위법성 확인 그대로…국회에서 결자해지 해야"
한편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이날 결정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결정에서 다수의 재판관이 "국회의장에게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고 확인한 이상 국회가 스스로 위헌, 위법성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이춘석 대변인의 논평에서 "이날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부작위가 국회의장 부작위를 정당화시켜준 꼴"이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서 "분명히 재판관 모두 언론법 날치기의 위법성과 국회의장 등에게 시정의무가 있음을 재 확인한 만큼,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위법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행동은 "헌재는 또다시 헌재스러운 결정을 재현하고 말았다"면서 "해법은 단순하다. 국회는 스스로 저지른 위법.위헌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입법부의 권위를 회복하는 노력에 나서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미디어법 재논의에 착수해야 하며, 방통위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심의 일정을 일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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