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등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인권위를 특정 정파의 일색으로 만들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 추천으로 보수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영혜 상임위원이 15일 임명된 상황이다.
"한나라당, 귀에다 말뚝 박은 것 같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에서 현 인권위 사태가 어떤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인선을 비판했다. 그는 "인권위를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정파'적인 방향으로 가져가려 하는지 묻고 싶다"며 "경력만 두고봐도 이번 인사는 매우 문제가 있다. 정말 앞으로 인권위가 걱정이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장 위원은 "한나라당은 그간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 그리고 전문위원들이 사퇴하는 동안에는 일체 침묵만 지키더니 그 대답이 이번 추천"이라며 "현병철 위원장과 똑같이 귀에다 말뚝을 박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장향숙 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혼란에 빠져 있는 인권위를 위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물이 위원으로 추천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이력을 봤을 때 홍진표 내정자는 편향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 인권에 접근하는 방식도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았다. 어느모로 보나 상임위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인권위가 정치적 인권위로, 정파적으로 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이번 인선"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인권위를 북한 인권 기구로 만들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인권위를 북한인권위원회로 만들겠다는 계략"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도 성명서를 내고 "국가인권위가 점점 인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인권이 없는 정당과 정부에서 인권 모르는 사람들만 내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번 홍진표 편집인의 내정은 인권위를 정치적 도구로 만들고 북한인권위원회로 만들겠다는 계략도 들어있다"면서 "지금의 인선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인권위의 사망선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사회연대도 "인권과 상관없이 정치적 활동을 해왔던 인사를 위원으로 추천해 인권을 이념화, 정치 도구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인권위 해체를 작심하지 않고서야 이런 반인권, 친정부적 인사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의장에 최근 인권위 사태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또한 22일부터 2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실 동남아시아사무국 주최로 열리는 '국가인권기구와 시민사회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새로 선임된 김영혜 상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스포츠 분야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논의했으나 결정은 내주 열리는 전원회의로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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