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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준 '수질정화 필터', 모래톱 없애고 강 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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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준 '수질정화 필터', 모래톱 없애고 강 살린다고?

[합리적 치수 관점에서의 '4대강 사업' 문제점 ③·끝]

지형 전문가가 진단한 4대강 사업은 어떤 모습일까? 오경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지형학)가 '합리적인 치수 관점에서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소논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홍수 예방, 용수 확보, 수질 개선 등 정부 측이 내세운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글이다. 총 3회에 걸쳐 오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 1편 : 4대강 '보'가 홍수를 유발하는 까닭
☞ 2편 : 4대강에 필요한 건 '보'가 아니라 '녹색댐'!

3. 4대강 사업과 수질

수질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이 직결된 문제다. 아무리 많은 수자원을 확보했다고 해도 수질이 나쁘면 그것은 쓸모없는 물이며, 동시에 환경과 인간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앙덩어리다. 서부 유럽보다 연강수량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는 수량보다는 수질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수질 관리는 하천의 자연 정화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하천에 유입될 수 있는 오염물질을 극소화하는 대책이 수반돼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해도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4대강 사업은 우리 하천의 수질정화 '필터' 역할을 하는 모래를 대규모로 준설하는, 즉 하천의 자연 정화력을 잃게 만드는 토목공사다.

1) 천혜의 수질 자정력이 높은 우리 하천

평생 지형학을 전공해온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우리나라 하천은 수질자정능력 면에서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국 하천에는 다른 나라 하천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도처에 수질정화능력이 탁월한 모래톱, 자갈톱(지형학 용어로는 砂礫堆, sand-gravel bars)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정수장이 하천에서 취수한 물을 자갈과 모래층에 여과시키는 것은 이들의 탁월한 수질 정화력 때문이다.

▲ 천혜의 '수질 정화 능력'을 자랑하는 낙동강 회룡포의 모래톱. 이곳 역시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모래톱, 자갈톱이 잘 발달해 있음은 하천을 운하로 이용하는 데는 불리할 수 있어도 수질자정력 면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수질자정력과 관련해서 한국은 천혜의 조건을 지닌 나라다. 일반적으로 하천은 하류로 오면서 오염원이 별로 없어도 수질이 혼탁해지는데, 우리나라 하천은 하류에서도 BOD 1㎎/L 수준의 1급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자정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 하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우리보다 일찍 하천 관리를 철저히 해온 프랑스의 세느강, 영국의 테임즈강을 보면 하운이 가능한 통수 단면을 지니고 있지만 모래톱, 자갈톱 발달이 미약해 중하류의 수질은 좋지 않다. 반면 유럽 하천 중에서 상대적으로 모래사장이 잘 발달한 루아르(Loire)강은 중하류에서도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하천은 지나친 인공 구조물 축조와 과도한 오염물질 유입이 통제된다면 하류까지도 좋은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자연 조건을 지니고 있다. 만일 1급수 기준인 BOD 1㎎/L 수준을 유지 못한다면 이는 분별없이 축조한 인공 구조물과 하천 자정력을 넘어선 오염물질 때문이다. 이 사실은 인공 구조물이 절제되고 오염원이 적은 섬진강은 하구에서도 0.8㎎/L 상태의 1급수를 유지하고 있음에서도 시사해주고 있다.

2) 훼손해서는 안 되는 '자연 수질정화 필터', 모래사장과 사력퇴 습지

모래와 자갈이 우수한 수질정화력을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워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나라 하천에 모래사장과 사력퇴, 이들이 이루는 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어, 수질관리에서는 천혜의 조건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4대강 사업 계획에 참여한 전문가와 학자들도 그렇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우리나라는 면적에 비해 많은 인구가 생활하고 있어 곳곳에 오염원이 많은데도 대체로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음은 이들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물관리정보시스템(WAMIS)에 공개된 우리나라 하천의 2010년 8월의 BOD 측정치를 살펴보면 모래사장과 사력퇴 습지의 하천 정화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낙동강에서 공단 도시인 구미시의 영향을 받는 구미 지점은 BOD가 3.3㎎/L 수준으로 오염돼 있는데, 이곳에서 하류 쪽으로 불과 10㎞정도 밖에 안 되는 왜관에서는 1.8㎎/L 수준의 좋은 물로 정화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에서 나오는 오염물의 영향을 받는 금호강을 보면 3.9㎎/L로 심하게 오염된 물이 사력퇴습지인 달성습지를 통과하고 나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화원나루 지점에서는 2.6㎎/L 수준으로 정화돼 있다. 이 물이 고령 지점(2.0㎎/L)을 거쳐 회천에 이르면 거의 1급수라 할 수 있는 1.1㎎/L가 된다. 이 모두가 낙동강에 잘 발달한 모래사장과 사력퇴 습지의 정화력 때문이다.

한강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 있다. 한강 중하류에서 모래사장 및 사력퇴습지가 가장 잘 발달해있는 강천에서 여주, 이포를 거쳐 양수리에 이르는 구간은 도시화된 지역을 거쳐 유입하는 지천과의 합류점을 제외하고는 1.0㎎/L ± 0.4 정도의 좋은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 구간에서도 오염된 지천이 합류하는 곳의 물도 모래사장과 습지를 끼고 하류 쪽으로 일정 정도만 흘러가면 상당한 수준으로 깨끗해진다. 최근 도시가 급팽창한 이천을 끼고 흐르는 복하천이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합류점은 2.9㎎/L 수준인데, 이곳에서 5㎞ 떨어진 이포(1.8㎎/L)를 거쳐 15㎞ 정도 되는 강상에 이르면 1.4㎎/L 수준으로 수질이 좋아진다.

우리나라 강바닥과 하중도에 쌓여있는 사질층과 강변 모래사장 및 사력퇴습지는 어느 인공정화시설 보다도 탁월한 수질정화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잘 발달되어 있기에 오염된 물이라도 이들 사이로 5~10㎞만 흘러가도 좋은 물이 된다. 이들이 있기에 국지적 또는 지역적으로 오염 물질이 유입돼 나빠진 수질도 하류 쪽으로 멀리까지 확산되지 않는다.

이들은 하늘이 준 '자연 수질정화 필터'다. 또한 이들은 수서 생물들의 산란처와 서식처 역할을 한다. 하천이 모래사장과 사력퇴습지를 스치고 굽이쳐 흐르면서 부영양화 물질을 분해하고 어류들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흡수한다. 이들을 무분별하게 준설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죄악이다.

▲ 낙동강 준설 현장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3) 자연 수질정화 기능을 말살하는 4대강 사업

통탄스럽게도 하상 준설은 댐 규모의 보 막기와 함께 4대강 사업의 핵심이다. 이는 정수기에서 필터를 제거하고 그 공간에 물을 채울 물통만 크게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물통에서 나오는 물을 어떻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단 말인가? 4대강 사업은 한국하천 천혜의 자연 수질정화 필터를 들어내고 그 공간까지 물을 채워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물은 자정필터를 거쳐 잘 흘러야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터를 통과하지도 않고 유입된 물을 잘 흐를 수 없게 가둬 놓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좋은 수질을 기대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에서 가장 많은 공역이 투입되는 낙동강의 경우, 수심 6m 이상 준설하는 곳이 전 사업구간의 50%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자연 정수필터를 훼손하면 부산, 대구, 구미를 비롯한 영남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낙동강의 수질은 전반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경관일뿐만 아니라 생태학습장이면서 낙동강 수질관리 면에서도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 되는, 예천 회룡포와 상주 경천대 일대의 모래사장들, 구미 해평습지, 달성습지, 합천일대 백사장 등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너무도 안타깝다.

▲ 경천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물길과 모래사장. ⓒ프레시안(선명수)

한강의 경우도 강천, 여주, 이포 일대 모래사장과 사력퇴 습지를 준설하는 것은 수도권 2300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팔당호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간 팔당호는 경안천을 통해 오염물질이 유입됨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BOD 1.2㎎/L 정도의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남한강과 북한강으로부터 좋은 수질의 물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강 물은 가평, 청평을 지나서는 우려되는 오염원이 없는 상태로 유입된다. 남한강은 상대적으로 오염원이 많은데도 강천-여주-이포-양수리에 이르는 구간에 잘 발달한 모래사장과 사력퇴습지를 지속적으로 통과·여과되면서 결국 좋은 수질 상태로 유입된다. 그 결과 팔당호는 한강 하류에 5일 정도 저장되었다 빠져나가는 물인데도 수도권 식수원으로서는 손색없는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원주 일대 강천에서 여주, 이포를 거쳐 양수리에 이르는 남한강에 잘 발달한 모래사장과 사력퇴습지들이 없다고 가정하면 팔당호는 호반 지천에서의 오염물 유입을 철저히 통제해도 BOD 1.2㎎/L 수준의 좋은 수질은 기대할 수 없다.

팔당호의 수질은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절반인 수도권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이 팔당호의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철저히 극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팔당호에 유입하는 물의 필터 역할을 하는 강천에서 여주, 이포에 이르는 모래사장과 습지를 훼손하면서 걷어내는 것이다.

앞으로는 팔당에서 원주에 이르는 남한강 주변을 따라 원주-문막 일대, 여주, 장호원 이천 등과 같은 지역들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돼 남한강으로의 오염물 유입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4대강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면 남한강으로부터는 보다 오염된 물이 정수 필터를 통과하지 않고 팔당호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은 호반 오염원 극소화에 아무리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여해도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결언 : 합리적 치수 관점에서 본 '4대강 사업'의 문제점

4대강 사업은 한국 하천 특색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타당성을 검증한 바탕 위에서 사업비용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업은 이러한 절차를 소홀히 한 채 초고속으로, 오직 정치 권력의 힘과 영향력만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렇게 졸속으로 강행해온 4대강 사업 내용은 의도한 목표인, 홍수 문제 해결,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낙동강과 한강, 금강 중하류 본류는 현재까지 구축한 치수 시스템으로도 홍수 방어에 어려움 없고, 심한 가뭄이라도 이들 권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을 잘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 하상 준설과 함께 보를 막아 물을 저장하려는 것은 홍수 문제를 해결하고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은 효율적이지 않을 뿐더러 타당치도 않다.

이들 주요 하천 중하류 유역에서 홍수에 취약한 곳은 본류가 아니라 이곳에 유입하려는 지천들 물머리 일대 저지대다. 하천 본류에 보를 막는 일로는 홍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보를 막아 높아진 수위는 홍수에 취약한 지천 물머리 저지대에 호우 시에는 배수의 어려움으로, 평상시에는 지하수면 상승 압박으로 침수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자원 확보라는 명분도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물 부족 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13억㎥의 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중 용수 증대 사업의 79%를 집중하는 낙동강 권역에는 10억㎥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는 2011년 기준으로 낙동강의 경우 지역별로는 부족한 곳이 있어도 권역 전체는 0.11억㎥이 남는다고 돼 있다.

2009년 환경부의 용역 의뢰 보고서 '낙동강 유역의 선진형 수질개선 대책마련 및 타당성 조사'에서도 낙동강 권역 전체는 2020년까지도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일부 지역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물 부족은 지역 간 통수 시설로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물 부족 때문에 낙동강, 한강, 금강에 보를 막아 물을 저장하겠다는 것은 국민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다만 영산강 권역은 유역 조건이 4대강 사업과 관계없이 물 부족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곳의 치수는 죽산보, 강촌보 축조가 아니라 유역의 녹색댐 효과를 증대해야 한다.

수질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유감스럽게도 대규모 하상 준설을 수반하는 4대강 사업은 수질정화보다는 수질을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상과 천변 모래사장 및 사력퇴습지를 대규모로 준설하는 것은 천혜의 자연수질정화 필터를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오염원이 많은데도 하천 수질은 대체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질이 나쁜 곳이 있다면 그것은 오염물 유입이 많은 국지적 현상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이 강행된다면 우리나라 하천은 어느 인공 수질정화 시설보다도 우수한 자연수질정화필터가 없는 하천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지적, 지역적으로만 나타나던 나쁜 수질이 하천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것은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 문제다. 지금까지 팔당호에는 강천에서 여주, 이포에 이르는 모래사장과 사력퇴습지를 여과해 오기 때문에 유입되는 물이 깨끗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이들이 없어지면 아무리 호안 오염원을 잘 통제해도 팔당호의 수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은 지금이라도 중단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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