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전문가가 진단한 4대강 사업은 어떤 모습일까? 오경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지형학)가 '합리적인 치수 관점에서 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소논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홍수 예방, 용수 확보, 수질 개선 등 정부 측이 내세운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글이다. 총 3회에 걸쳐 오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다. 그 핵심은 주요 하천 중·하류의 본류에 하상을 준설하고 16개의 대규모 보를 막는 것이다. 수자원 확보와 홍수 조절, 수질 개선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규모만으로도 이 사업은 수백만 년 동안 국토의 물질 순환과 생명을 부양해온 하천에 대한 '대수술'이라 할 수 있다. 인체에 비유하면 4대강 사업은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동맥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수술하는 것과 같다.
▲ 낙동강 일대의 4대강 공사 현장의 모습. 준설로 인한 탁수가 선명하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
정상적이라면 이런 일은 수년간의 검토 과정을 거쳐 도출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너무 성급하게 기획되었고 불과 4개월짜리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추진됐다. 사업이 추진된 후, 온 나라는 국론 분열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 사업이 속도전으로 강행되면서 평생 지형학을 연구해 온 필자는 하루도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은 정말로 불안하고 피곤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를 더욱 강화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진척시킨 공사니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로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대다수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진지하게 토론·검증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만이 이 심각한 국론 분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 정권 인사들은 운하로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현재 강행하는 4대강 사업을 마치 타당성이 입증된 국책 사업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필자는 운하로의 사용 여부를 떠나, 그간 강행해온 사업의 내용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검토를 바탕으로 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계속 추진되거나 수정·보완될지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사업은 정당성이 담보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치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홍수, 수자원, 수질 문제와 관련된 치수는 언제나 필요한 일이다. 4대강 사업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업 내용에는 의도한 목표와 어울리지 않는 문제점이 많다. 본고는 보다 합리적인 치수 관점에서 현재 정부가 강행하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형학 전공자 관점에서 피력한 것이다. 참고로 이야기 하지만 필자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맹목적인 환경론자도 아니다. 인간도 자연의 산물이기에 자연과 인간간의 선순환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자연에 기대어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연지리학도일 뿐이다.
1. 홍수 문제와 관련
홍수는 급증한 강물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해 야기된다. 강수량의 하계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홍수 위험을 줄이려는 치수가 필요한 나라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가 홍수에 취약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바탕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1) 주요하천 중·하류에서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본류가 아니라 본류에 유입하는 '지천 물머리 일대 저지대'다.
우리나라에서 홍수 빈도가 높고 피해 규모도 큰 대표적인 곳은 주요하천 중·하류 유역에서 본류로 유입하는 지류들이 만나는(지천 물머리) 자리다. 여기에는 넓은 저습지가 발달되어 있으며 이 저습지들은 대체로 농경지로 이용되거나 시가지화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단 홍수가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곳은 본류의 제방으로 막혀 있어 평상시에도 양수장의 도움 없이는 본류로 물이 잘 배수되지 않는 곳이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하류 쪽으로 갈수록 지천 물머리 일대 저습지는 평상시에도 본류 수위보다도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수기(비가 안 올 때)에도 지하수위 상승으로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집중호우 기간 동안, 지천 배후 유역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물이 물머리 저습지로 밀려온다. 불어난 물은 본류로 유입되어야하는데, 평상시보다 훨씬 높아진 본류의 수위는 지천의 배수를 어렵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양수장이 가동되지만, 갑작스럽게 급증한 지천의 유량을 충분히 배수시키지 못한다면 홍수가 발생한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하류지역에서 홍수의 대부분은 지천의 물이 본류로 유입되지 못해 지천 물머리 일대 저습지가 침수되는 것이다. 본류의 물이 제방을 넘어 또는 제방이 붕괴되어 일어나는 홍수는 빈도가 매우 낮다. 그간 주요하천 중·하류 구간의 본류 제방은 위험 수위에서도 넘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잘 구축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홍수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할 곳은 본류가 아니라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이다. 현재의 4대강 사업은 홍수에 취약하고 피해가 큰 곳들은 외면하고, 그렇지 않은 본류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모습이다. 본류에 하상을 준설하고 대규모 보를 막는 일은 오히려 홍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를 막아 본류 수위가 높아지면 홍수에 취약한 지천 물머리 일대 저습지는 배수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지천의 물을 본류로 원활히 배수할 수 있는 양수체계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지류 배후 유역에 녹색댐 효과를 높이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전자가 집중호우 시의 배수 용량을 높이는 일이라면, 후자는 폭우 시 지천의 유량 급증을 완화시키고 갈수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하천 유지수가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집중호우 시 하천 중·하류는 물이 빨리 배수되어야 하는 곳이다. 불어난 물이 여러 개의 대형보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많이 밀려든 차량들이 짧은 간격으로 신호통제를 받으며 가야하는 도로 상황과 같다.
주요하천 중·하류에 대형보를 건설하는 것은 본류조차도 홍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보와 보 배후에 저장된 물은 집중호우 시 배수를 제한하여, 본류를 홍수 위험 수위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시 하천 하류는 본류로 흘러들어오는 물이 빨리 배수되어야만 하는데 보는 이를 방해한다.
▲ 지난 7월 내린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함안보. 타워크레인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4대강사업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 |
준설로 수심을 깊게 하여 통수단면(wet section)을 아무리 넓게 만들어도, 대형 보가 흐름을 막고 있다면 배수는 원활할 수가 없다. 보의 가동 수문을 통해 최대한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해도 보 막기 이전 자연 상태 하천의 배수 능력에는 절반에도 미치기가 힘들다. 집중호우 시 주요하천, 특히 하류지역의 물은 최대한 빨리 배수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위 상승이 극소화되고 이곳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배수도 보다 용이해진다. 대형보를 막는 것은 홍수에 취약한 지류 물머리 일대 저습지는 물론, 본류의 수위 상승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는 대규모 준설로 통수단면을 증대시켜 물의 흐름을 원활케 하고, 곳곳에 축조될 대형보로 흐름을 조절하면 홍수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반인이 선뜻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이다. 그러나 하천지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도로조건과 차량흐름을 보면 이 말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리 차선이 많고 넓은 도로라 해도 짧은 간격으로 신호등이 많다면, 러시아워에는 온 도로가 병목 현상에 시달릴 것이다. 대규모 준설로 통수 단면을 아무리 넓게 해도, 대형보라는 신호등이 짧은 간격으로 있다면 집중호우 시에는 물이 잘 배수되지 않아 하천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보 막기는 홍수 위험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4대강 사업에서 건설하려는 보 가운데, 홍수 문제에 가장 역작용할 수 있는 것은 남한강의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낙동강 하류의 합천보, 함안보, 영상강의 죽산보, 승천보 등이다.
한강의 경우, 충주댐과 팔당댐 사이에 있는 여주대교는 아무런 인공 장애물이 없는 상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긴장할 정도로 홍수 위험 수위를 넘은 일이 몇 번 있었다. 충주댐은 사전에 물을 많이 비워 뒀다 해도 한강 중상류에 집중호우만 발생하면 수문을 빨리 열어야만 하는 댐이다. 여주보와 이포보가 건설된다면 충주댐에서 방류된 물의 배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3) 보의 건설은 지천 물머리 일대 저지대에 호우 시에는 배수 불량, 평상시에는 지하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험을 가중시킨다.
본류 수위보다도 낮은 지천 저습지가 많은 낙동강의 경우, 보를 막는 것은 홍수 시 배수불량으로 인한 지천 물머리 저습지의 침수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지하수위 상승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함안보가 가동되면 법수면 윤외리, 가야읍 묘사리, 가야읍 도항리, 산인면 내인리 일대에서 2.3~4m의 지하수위 상승이 예상된다고 제시했다.
▲ 물에 잠긴 합천보의 모습. 이 일대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의 10.5m 관리수위 유지로 인해 주변 저지대 농경지의 침수와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문제는 합천보 주변 덕곡면 일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함안보와 합천보는 전국에서 이런 문제에 가장 취약한 낙동강의 지천 저습지를 더욱 홍수 위험과 지하수위 상승 압박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만일 사업이 진행된다면, 낙동강 하류 함안보와 합천보 주변 저습지는 평상시에도 지하수위 상승 압박을 크게 받아 농경지가 침수될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영산강 하류의 죽산보 건설에서도 야기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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