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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안내서에 봉은사 누락, 불교 무시에 총무원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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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안내서에 봉은사 누락, 불교 무시에 총무원은 뭐하나"

봉은사 신도회 강력 반발…화쟁위 "후임 주지는 진화 스님"

봉은사의 조계종 직영 사찰 전환과 주지 명진스님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봉은사와 조계종 총무원 측이 여전히 갈등의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G20 정상회의 관련 안내문에 지도에 봉은사 명칭이 누락돼 신도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봉은사 신도회(신도회장 송진) 소속 신도 1백여 명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조계사에 위치한 조계종 총무원 앞에서 봉은사 직영 사찰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안내문 한 장을 공개했다.

G20 기간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주민, 상인, 직장인들에게 출입증 발급을 안내하는 전단에는 출입증 발급 대상 지역을 표시하는 지도가 삽입돼 있는데, 지도에 경기고등학교와 코엑스 사이에 위치한 봉은사 명칭이 빠진 것.

▲ 문제가 된 G20 안내문 중 일부. 붉은 색 점선 가운데가 봉은사다.

강홍우 신도회 지도위원은 "G20과 관련해 봉은사에 협조를 부탁해 놓고선 그림에선 빼놓았다"며 "10세대 안팎인 '현대주택단지'는 표기해 놓고 봉은사는 누락한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으며 불교를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도들 사이에서도 "사찰이 누락됐는데도 가만히 있는 총무원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4일 G20 비즈니스 서밋 공동집행위원장인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코엑스가 경호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실무진들이 반대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코엑스 주변에는 1300년 된 봉은사가 있고,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코엑스로 결정했다"는 후문을 전하면서 신도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신도들은 유인물을 통해 "아직도 계속되는 종교편향 MB정부"라면서 "이런 사태를 총무원이 아는지 모르는지, 정말 MB 하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청 G20 추진팀장 김성수 씨는 "네이버 지도를 축소해 사용해서 봉은사가 표시되지 않았다"며 "이후 봉은사에서 항의가 들어와 다시 봉은사가 들어간 유인물을 1만 부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신도회 "봉은사 직영 철회하라"

신도회는 이날 조계사에서 성명 발표와 함께 3시간 동안 불경을 외며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신도회는 성명서를 통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사과했고, 종단에서도 소통이 없었음을 인정했던 잘못된 결정이다"라며 "출발부터 잘못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영사찰은 분규가 있었던 사고사찰이나 또는, 재정이 극히 우량한 지역의 기도사찰에 대해서만 지정해왔다"며 "봉은사는 결코 사고사찰도 아니고, 연중 기도객이 끊이지 않는 기도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도회는 "이런 곳을 직영사찰로 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 백여 명은 8일 오전 11시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봉은사 직영 사찰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레시안(이경희)

신도회는 또한 "일부 종교인의 불교 폄훼 행동, 종교 평화 및 종교의 자유를 해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하고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웃 종교를 공격적 선교의 대상으로 삼거나 독선적이고 교리해석으로 나의 신앙 외에 다른 종교는 모두 이단이요 무너져야 할 대상이라고 부추겨온 개신교 일각의 행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신도회는 또 "81개 좌파단체가 코엑스와 인접한 봉은사에 본부를 두고 북한이랑 연계돼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 사과하고 참회하라고 촉구했다.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방문할 외국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정감 있는 한국 전통사찰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이들은 이상훈 전 장관의 발언이 "봉은사 신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프레시안(이경희)
성명문 낭독 후 신도회장단은 총무원 측에 성명서를 제출했다. 신도 회장 송진 씨는 "신도회는 직영화를 공식적으로 찬성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어제 (명진) 스님이 내일 승적을 벗겠다고 해서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모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송 회장은 "직영은 철회되어야 하고 이제까지 많은 성과를 보여준 주지 스님이 재임될 수 없다면 그 합당한 이유가 뭔지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신도들은 '직영사찰 지정철회' 피켓을 든 채 오후 2시가 넘도록 불경을 외우며 항의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봉은사 지주 명진 스님은 지난 7일 일요법회 법문에서 "직영사찰로 지정한 것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정권과 결탁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모레(9일), 조계종 충무원을 찾아가 내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8일 신도들을 조계사로 모이게 한 발단이 된 것이다.

명진 스님은 이날 "봉은사 직영 문제는 단순히 종단과 봉은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깊이 얽혀 있는 정치권력의 문제"라고 말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개입해 있다"라고 주장했다.

화쟁위 "진화 스님이 봉은사 후임 주지"

한편 봉은사와 조계종단 간에 중재 역할을 맡아온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명진 스님의 갑작스러운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봉은사 문제를 중재해온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부위원장 원택 스님, 봉은사 소위원장 지홍 스님은 기자 간담회에서 "봉은사 문제는 중재대로 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명진스님이 갑자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오늘 조계사를 항의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봉은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일이 있으면 화쟁위원회에 해야 한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총무위원장이 화쟁위원회에 이 문제를 맡긴 이상 요구할 일이나 문제 삼을 일이 있다면 화쟁위원회에 하는 것이 절차상 옳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이경희)

이들은 "화쟁위원회는 노력하는 데까지 하겠지만 명분 없이 (봉은사가) 계속하면 입장 정리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 한다"며 "명진스님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직영사찰 지정과 후임 주지 선임을 위한 행정절차는 총무원이 애초 밝힌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명진스님이 재임하는 방안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정리됐고, 이후 차선책으로 명진스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진화스님을 후임 주지로 임명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총무원이 9일 종무회의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안을 의결한 후 후임 주지 인사 추천권을 화쟁위에 위임하면, 양측에 제시했던 중재안대로 봉은사 현 부주지 진화 스님을 후임 주지로 추천하는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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