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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교원', 본질은 여전히 '시급제 보따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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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교원', 본질은 여전히 '시급제 보따리 강사'"

시간강사 제도 개선안, 시간강사들 "진일보 했지만…"

'보따리 장수'에서 '교원'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불안정한 지위가 개선된 것은 아니다. '시간강사'라는 이름은 사라지지만, 고등교육법에 등록된 '교원'이란 명칭 뒤엔 1년짜리 계약의 '시급제 강사'라는 현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린 시급이라야 국립대는 고작 1만 원(2011년). 전국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경우 그조차도 불확실하다. 대학 시간강사들이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25일 사회통합위원회가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실제로 개선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조선대 강사 서모 씨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면서 이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터다.

전국 7만여 명에 이르는 시간강사들은 전국 대학 교양과목의 51%, 전공과목의 36%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88%는 학기별로 계약을 하는 실정이다. 시간당 강의료도 평균 3만5000원 정도로 전임강사의 4분의1 수준이며, 주 9시간 기준 평균 연봉(1012만 원)은 도시 근로자 최저생계비(1600만 원, 4인 가족 기준)에도 못 미친다. '보따리 장수'라는 별칭이 나온 배경이다.

▲ 2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회통합위원회의 제도 개선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프레시안(선명수)

사회통합위원회는 제도 개선안을 통해 시간강사의 계약 기간을 현행 학기 단위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강의료도 단계적으로 인상되는데, 국·공립대의 경우 현행 시간당 4만3000원에서 2013년까지 8만 원으로 인상하고, 사립대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연구보조비를 지원키로 했다.

이외에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시간강사를 위한 4대 보험 사용자 부담분을 지원하고, 연구비와 연구실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대학 시간강사의 4대 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6%, 건강보험 2.6%, 고용보험 50.4%, 산재보험 72.6%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제도 개선안의 핵심이다. 사회통합위원회의 방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시간강사'라는 표현은 없어지고 고등교육법의 '교원' 항목에 '강사'라는 명칭이 추가된다.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 진일보했지만…'고용 불안'은 그대로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선안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만여 명의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했다지만, 1년짜리 계약의 '시급제 강사'라는 조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은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통합위원회의 방안은 기존 시간강사 제도의 변형에 불과한 속 빈 강정"이라며 이 방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회복을 위한 농성을 교과부 후문 앞에서 벌여왔다.

이들은 우선 사회통합위원회의 방안이 "기존의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의 '교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과거의 정부안에 비해 확실히 진보한 것"이라면서도 "함정이 많다"고 평가했다. 법적으로 '교원'이 아닌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겸임교원와 초빙교원 제도로 얼마든지 기존의 시간강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교조는 그간 시간강사, 겸임교원, 초빙교원, 연구교수 등 10여 가지 형태의 비정규 교수직을 '연구강의교수제'로 통합하고 이들 모두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들은 "기존의 시간강사가 겸임교원이나 초빙교원이 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 시간강사 7만여 명 중 실제로 교원이 되는 강사는 많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시급제는 그대로 두면서 '시간강사제' 폐지했다고?

이름만 '교원' 지위를 부여받았지, 내용적으로 교원의 권리는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교조는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은 총장 선출권 등 대학 운영에 대한 참여와 면직·권고 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라며 "그러나 사회통합위원회의 방안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교원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1년 단위 계약을 '고용 안정'이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분명 한 학기보단 진일보 한 것이지만, 연봉을 월급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급으로 지급하면서도 명칭만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줄인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급제를 없애야 시간강사가 실제로 사라지는 것인데, 시급제는 그대로 둔 채 시간강사제를 폐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이다.

사립대학에 대한 강제 조항이 빈약해, 사립대학 비정규 교원이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교조는 "교육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국가에서 지원하면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야하는데,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예산의 규모도 형편없이 작아 문제적이다"라고 밝혔다.

한교조 윤정원 위원장은 "시급을 받는 1년짜리 기간제 교원을 전면화하면서 마치 고등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처럼, 비정규 교수들의 고통이 확 줄어드는 것처럼 포장한 것은 아무리 봐도 과대광고"라며 "1년짜리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면서 획기적인 조치라고 선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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