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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굴욕', 언론자유 4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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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굴욕', 언론자유 44위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사르코지 집권 이후 제3세계 수준 추락

매년 연말이 가까워오면 노벨상 수상자 발표되고 노벨상의 흥분이 지나고 나면 기자들의 NGO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가 채점한 세계 언론자유 순위가 발표된다.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연례행사이니 금년이 그 아홉 번째이다. 노벨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 순위는 각국의 언론자유, 인권,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언론인과 집권층은 이 발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민주국가의 집권자들에게는 유권자들에게 정권의 정당성을 내세워는데 '국경 없는 기자'의 발표가 유용할 수 있고 기자들에게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자기들이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하나의 성적표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비민주적인 정권이나 이러한 정권과 공생하는 언론은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 순위 발표가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크게 알리고 불리한 것이면 아예 묵살하고 보도를 안 한다.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중·동이 그랬다.

"리투아니아, 자메이카, 한국의 공통점은?"

2010년도 언론자유 순위 발표에서 가장 충격을 받고 흥분한 것은 '국경 없는 기자' 본부가 있는 프랑스 언론이었다. 프랑스의 언론자유 순위가 중남미나 아프리카 나라보다 아래인 44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르몽드>에 소개된 한 블로거는 "리투아니아, 자메이카, 나미비아, 파푸아뉴기니, 한국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고 묻고 "이들 국가가 프랑스보다 언론자유 순위가 앞서있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프랑스의 언론자유 순위는 2007년 31위에서 2008년 35위, 2009년 43위, 2010년 44위로 매년 강등해 이제 제3세계 수준으로 떨어졌다. 언론자유 순위를 발표한 '국경 없는 기자회' 사무총장 장 프랑소와 쥘리야르(Julliard)는 이것은 프랑스 언론의 "수치(羞恥)"라고 힐난했다. 이러한 수치를 상징하기 위해, '국경 없는 기자회'는 창피스러워 프랑스 국기 뒤에서 얼굴을 반만 내보이고 서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진을 언론자유 순위 발표와 함께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 국경없는 기자회가 2010년 언론자유지수 발표와 함께 내보낸 사진.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 국기 뒤에 숨어있는 모습이다. ⓒ국경없는 기자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언론 자유는 하락한다

프랑스와 함께 언론자유의 불명예 대상에 오른 또 한 나라가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을 창설한 국가 중 스스로 '열등생'임을 보여 주었다"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두 나라 모두 수년 간 "미디어 집중이 심화됐고 정치권력은 기자와 기자들의 활동을 경멸적인 언사로 공격했으며. 기자들을 사법처리하고 취재원 보호의 원칙을 불법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이 여당(UMP) 의원들의 2007년 대선 정치자금 의혹을 폭로한 <로몽드>의 뉴스 소스를 뒷조사하고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인터넷신문 <메디아파르(Mediapart)>에 대해서 "정치자금 취재를 위해 파시스트 수법을 동원했다"며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로 공격한 사실 등이 언론자유 순위를 강등시키는 '감점' 요인이 됐다고 발표했다. (☞ 관련 기사 : '사르코지 게이트'? 르몽드와 사르코지의 끝장 대결)

이탈리아도 부동산업에서 번 돈으로 텔레비전과 신문을 집중 매입하고 언론재벌이 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자기 소유의 미디어를 자신의 정치도구로 이용한 사실들이 이탈리아 언론자유의 등급을 강등하는 원인이 됐다. 이탈리아는 2008년 언론자유 순위 44위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총리가 된 이후 2009년 49위로 밀리고 금년에도 49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정권의 뉴스 통제'에 저항한 女앵커들이 여기 있다! )

사르코지와 베를루스코니는 남 유럽을 대표하는 보수 정권 리더로 이들이 집권하면서 두나라 언론자유가 크게 위축됐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언론자유는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부시가 집권하는 동안 언론자유 순위가 36위로 추락했다가 오바마가 취임한 2009년부터 20위로 회복됐다. 한국도 MB가 집권한 이후 언론자유 순위가 2008년 39위에서 47위, 방송법 파동을 겪은 2009년 69위까지 추락했다. 금년에는 42위로 순위가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 참여정부 시절의 39위에 못 미치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 발표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순위가 개선됐다고 해서 언론독립 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 거대 신문들의 신문방송 겸영으로 미디어 집중이 실현될 때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다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금년에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등 북 유럽 국가들과 스위스가 여전히 언론자유 순위에서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2002년부터 늘 1위권을 차지해 왔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2006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1위를 차지했고 2009년에는 2위였다.

유럽연합은 '인권 리더'의 지위를 잃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 내에서 언론자유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는데 2010년 순위는 이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했다. 27개 EU 회원국 중에서 13개국 만이 20위 안에 들고 나머지 14개국은 20위 이하이며 몇 나라는 아주 하위로 처져있다. 그리스와 불가리아는 70위이며 루마니아는 52위 이탈리아는 49위이다. 유럽연합은 언론자유 분야에서 수준이 한결 같지는 않고 상황이 좋은 국가와 나쁜 국가 간에 간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문제들을 지적했는데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회원국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대표적인 경우로 들었다. 수년 간 언론 관련 문제들이 발생해서 주의를 환기했는데도 뉴스 소스 보호의 위반, 미디어의 집중, 기자들과 그들의 업무에 대한 정치권력의 성급한 반발과 경멸적인 언사의 남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 사무총장 쥘리야르는 "유럽연합의 여러 국가들이 계속 그 순위가 추락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그 순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유럽연합은 인권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의 지위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언론자유 악화 이외에도 유럽연합의 언론자유 상황이 전반적으로 우려스럽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것은 90년대 이후 과거 동구 공산권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 가입하면서 EU의 언론자유 평균 수준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의 언론자유가 서구 회원국의 수준까지 오르는데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010년도 세계 언론자유 순위 발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불리는 신흥 강대국의 언론자유 수준이 한심할 정도로 낮은 것이다. 그 가운데서는 브라질이 58위로 가장 양호한 편이고 인도가 122위, 러시아 140위, 중국 171위이다. 중국은 공산체제여서, 러시아는 체첸 전쟁 취재 기자들의 암살 사건이 언론 상황 악화의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적하고 있듯이 경제발전과 정치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언론자유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끊임없이 권력을 감시해야 하고, 국민은 언론이 그 사명을 다 하도록 언론을 부단히 감시하고 '격려'해야만 언론자유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국경 없는 기자'의 연례 세계 언론자유 순위 발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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