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D "참 언론을 위한 투쟁" 선언…독자 재정 후원
내용을 간단히 압축하면 현재 대부분의 언론은 수익에 몰입해서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 언론을 사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언론기업 소유주가 많다. 그래서 신문은 지금 경영의 위기와 신뢰의 위기라는 2중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의 위기에 다수 여론이 무관심한 것도 언론이 표면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소유주들이 언론을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병풍으로 사용해 온 것을 시민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LMD>는 보고 있다.
<LMD>는 이렇게 언론에 대한 불신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어렵지만 계속해야 할 투쟁이다. 그런데 <LMD>는 이 목적을 실현하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은 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한다. '<LMD>가 추구하는 높은 질의 신문, 권력과 대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신문을 계속 제작할 수 있으려면 독자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LMD>는 광고 수입에 거의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독자 밖에 없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정규적으로 가두에서 디플로마티크를 구독해 주고 정기구독자를 늘려 주고 그리고 재정적인 기부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알리미 사장은 독자의 참여와 지원이 없이는 LMD의 존재와 발전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언론자유 투쟁은 독자의 참여와 지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한다.
감격스럽게도 1년 전에 발표한 "우리의 투쟁" 호소에 1600여 명의 독자들이 기부로 적극 호응해줬다. 알리미 사장은 그 결과 LMD의 경영이 상당히 개선돼 금년 말에는 적자를 면하고 수지 균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독자들이 보여 준 호응에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기부로 <LMD>가 계속 질 높은 탐사보도나 심층 르포르타주를 제작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기고 독립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결국 상당 부분 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좋은 신문을 보려면 독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좋은 신문을 보려면 독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명언은 알리미 사장의 '발명품'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 말 <르몽드> 영업이사 자크 소바조(Jacques Sauvageot)가 선언한 진리의 말씀이다.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프랑스 일간지들은 신문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신문 값을 최소한 6프랑은 받아야 했다. 그러나 너무 값을 올리면 부수가 떨어질까 우려한 대다수 일간지들은 신문 값을 그 보다 1프랑 낮춰 5프랑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르몽드>의 소바조는 "좋은 신문을 보고 싶으면 독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르몽드> 만이 지대를 경쟁지보다 1프랑 더 비싼 6프랑으로 올려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지대 인상으로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르몽드>가 80년대 중반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되자 프랑스 언론을 대표하는 이 신문이 침몰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독자들이 앞장서 독자위원회를 구성하고 <르몽드>를 구제하는 기금운동을 벌였다. 독자가 수동적인 신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가 신뢰하는 언론의 일원으로 동참하는 '독자참여 언론' 시대를 연 것이다.
<LMD>의 "우리의 투쟁"은 이제 언론자유 독립언론 투쟁이 신문 단독으로는 어렵고 독자와 같이 전개하는 "우리의 투쟁"이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 사실 이 실험은 이미 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파산 상태에 이른 소련 신문들이 실험해서 한 동안 명맥을 유지한 역사적 사례도 있다. 따라서 신문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성공 여부는 독자의 지원을 받는 언론의 신뢰도에 달려 있지만….
<LMD>가 1년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천명한 "우리의 투쟁" 내용을 요약한다.
1년 전 "우리의 투쟁" 호소가 있은 후 1648명의 독자가 1만 6432유로를 기부했다. 금년 초 이후 가판 판매가와 정기구독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LMD> 판매는 전국적으로 0.4% 증가했다. 신문 구독이 감소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드문 일이다. <LMD>는 여러 차례의 적자를 경험한 후 2010년에는 수지 균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우리 독자의 응원으로 <LMD>의 재정 건강이 위협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인쇄매체의 상황이 불안한 시점에 (…) 수많은 신문이 계속 줄어들고 <르몽드(le Monde)>의 주인이 바뀌는 상황에서 <LMD>의 경험은 독립 언론 유지에 결정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독자의 자발적인 동원은 우리를 더욱 고무해 주며 우리가 지금까지의 방향을 지속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정관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로, 전 사원이 사장을 선출하고 LMD 독자협회가 회사자본의 절반(49%)를 소유하며 다른 <르몽드> 계열사와 구별되는 법인격의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LMD> 자본은 사원주주 +독자협회= 49%, <르몽드> 51%).
독자들의 헌금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1년 간 접수한 기부금을 광고수입이 줄어 생긴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지 않고 우리의 편집 가치와 일치하는 지면을 제작하는 데 사용하기로 결의했다. 가난한 국가 독자에게는 구독료를 낮추어 주고(헝가리, 쿠르드) 국제판을 새로 창간할 때 그 판권료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페루, 아르메니아, 한국 등). 끝으로 독자 기부금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분쟁에 관한 심층 탐사보도나 경제위기를 촉발해 놓고 위기로 혜택을 보고 있는 경제사회 체제에 대한 취재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는 판매 촉진을 위해 다른 매체에서 하고 있는 시계나 텔레비전 수상기 같은 경품을 제공하거나 구독료를 덤핑해서 독자를 유인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자에게 줄 '선물'은 우리의 독립적인 자세, 광고주의 요구나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의 독립노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LMD>도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다른 신문보다는 덜 하고 생존이나 독립이 위헙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더 질 높은 신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 <LMD>는 1996-2003년간에는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 후 <LMD> 가두 판매가 2008년까지 크게 줄었다. 정기구독은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가판 실적은 계속 저조해서 199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73개 국제판의 200만 독자와 인터넷 독자 수십만 명을 포함하면 전반적인 상황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독자 수와 국제판 수입은 우리의 재정 수입의 두 기둥(판매 58.8%, 정기구독 37.1%)에 비할 바 못된다. 2008년 국제판 수입은 35만 유로로 매상고의 3분의1에 불과하다. 프랑스 신문의 수입 내역은 광고 43.3%, 가두판매 32.6%, 정기구독 23.6%로 광고의 비중이 크다. 그러나 <LMD>는 광고 수입이 총매상고의 4.1%에 불과해 광고주로부터 영향을 받을 우려는 거의 없다.
우리는 수익을 우선하는 많은 신문들이 마케팅 팀의 전략에 따라 신문 부수를 확장하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짧은 기사, '사회'면 화제기사, 선정적 제목을 선호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LMD>는 신문이 '상품'으로 독자의 신뢰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상품으로, 이익을 제1목표로 하는 순간, 신문은 그 존재 이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신문은 민주주의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를 다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탓할 것 없지만. 이익을 행동의 제1목표로 삼는 것은 출발부터 언론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튼 신문의 미래에 관해 우리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낙관한다. 독자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우리의 발전 여부는 상당 부분 독자의 재정적 동원에 의존한다. 2010년에 달성한 목표가 지속되고 더 확대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독자들이 <LMD>를 계속 구독하고 정기구독하고 금년이 끝나기 전에 다시 기부해 주고 <LMD> 독자협회에 가입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독자 이외의 어떤 지원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의지한는 것은 오직 독자 뿐이다.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활력을 불어 넣는 참 언론운동 같은 독자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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