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노동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현행 법제 및 관행을 개선해줄 것을 노동부에 권고했다. 최근 청년유니온 등 노조설립신고에 대한 행정관청의 반려 사례가 잇따른 것에 대한 조치다.
인권위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노조설립 신고제도가 사실상 허가제와 같은 통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우려와 진정이 제기됨에 따라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며 권고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노동조합설립신고제도에 대한 청년유니온의 진정을 접수한 뒤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 신청을 두고 근로자가 아닌 자(해고자, 취업준비자 등)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며 신청을 반려했었다.
"노동조합 설립신고제, 사실상 허가제와 같이 운용"
인권위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는 다른 권리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권리"라며 "근로자 개인으로서는 어렵지만 노동조합이란 단결체를 통해 근로자 스스로 더 나은 근로조건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하지만 현행 노조법에 따른 설립신고제도는 사실상 허가제와 같이 운용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예방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관행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권고 사유를 설명했다.
인권위는 노동부에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둘러싼 조합원 자격 논란 해소를 위해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 해고된 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하고 △해고된 자와 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있는 노조법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의 행위가 자의적이었다는 걸 입증하는 권고"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그간 노동부가 청년유니온, 공무원노조 등에 행해온 행위가 자의적이었으며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것이었음을 국가인권위가 입증한 것"이라며 "노동부는 하루빨리 권고조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년유니온도 "노동부가 청년 구직자, 실업자들이 가입한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반려해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그간 노동부는 매우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판단으로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거부해왔다"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은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근거해 향후 노동조합법 개정을 위해 관련 노동조합, 시민단체와 함께 나설 것"이라며 "또한 근시일 내에 노동부와 면담을 요청, 설립신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이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고수해 왔던 노동부의 태도를 볼 때 인권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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