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 소재하고 있는 상지대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400일 가깝게 철야 농성을 하고 있고, 교육시민사회와 원주 지역사회에서 상지대를 걱정하고 교과부와 사분위의 결정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학교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사학의 발전방향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던 상지대였기에, 지금의 분쟁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상지대가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가?
상지대 사태의 발단은 지난 4월 2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로 약칭)'에서 상지대의 정이사 추천 비율을 정하면서, 입시부정 등으로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구재단 김문기씨에게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정에 대해 상지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육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우리 국회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교과부와 사분위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자신들이 정한 원칙대로 김문기씨의 아들을 포함하는 상지대의 정이사를 선임하여 상지대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 상지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프레시안(허환주) |
사분위의 문제는 상지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근래 들어 사분위에 의해 정이사가 선임된 조선대와 세종대의 경우도, 정이사 명단을 살펴볼 때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구성 비율이 정해졌고, 이에 따라 해당 학교는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다. 사분위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계속해서 사학의 분쟁을 오히려 야기 시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분위는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되는 과정에서 신설된 기구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사학법 재개정요구 장외투쟁' 끝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개정에 합의하였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사분위 신설이 포함된 사학법이 재개정되었다. "임시 이사의 선임과 해임, 그리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 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소속으로 사분위를 두는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결국 사분위와 관련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는 그 운영과 결정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만들게 되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사학분쟁 조장 위원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사분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개선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분위의 태생적인 문제는 그 명칭에서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학비리로 물러난 구재단과 구성원을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비리를 저질렀던 구재단을 이해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여 상호간의 갈등을 분쟁으로 인식한다면, 이는 부패와 정의를 동일한 잣대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교육비리자와 대학구성원은 결코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사분위원의 구성상의 문제이다. 사분위원은 총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대법원장 추천인사가 5명을 차지하고 있고 또 위원장은 대법원장 추천인사 가운데 정하게 되어있다. 교육계 및 당해 학교의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사학문제에 대한 교육적 측면을 간과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셋째, 운영상의 비민주성이다. 관련 법률의 미비 등으로 인해, 사분위의 운영은 철저하게 사분위가 정한 운영원칙에만 따르고 있다. 사분위는 초법적인 행태를 보이며, 법률에 의한 적법한 국회와 언론의 자료제출 및 회의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사분위는 전체회의 속기록을 폐기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기록물에 관한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넷째, 현행 법률상으로는 사분위에 대한 통제나 견제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 결과 사분위는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는 기형적인 조직이 되어 버렸다.
다섯째, 한 학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결정에 대해서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정이사 명단은 사분위가 결정하지만, 최종적인 행정처분은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하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게 될 경우, 교과부와 사분위는 그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법규정을 방치하면 사분위의 자의성, 폐쇄성, 불분명한 권한과 책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의 사분위는 정부와 집권당의 옹호 속에 사학문제에 대한 불소불위의 독재권력에 다름 아니다. 또한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분위의 뒤에 숨어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사분위에 넘긴 채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구재단 복귀라는 불의한 결정을 방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지난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덕성여대, 광운대 총학생회. ⓒ프레시안(김하영) |
사분위 제도의 개선책을 논의해야 할 때이다.
첫째, 현재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그 명칭에 있어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학에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유를 고려해 볼 때 '사학정상화자문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둘째, 현재 사분위가 가지고 있는 임시이사의 선임 및 해임, 분쟁사학의 정상화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관할청인 교육과학기술부로 옮기고, 사분위는 자문기구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게 하여야 한다. 당연히 임시이사 파견대학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학교의 학내구성원과 지역사회 국민여론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사학정상화자문위원회의 회의 결과는 회의록을 포함하여 관할청에 통보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위원회의 밀실 행정을 방지하고 운영상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정이다.
국회에서는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이번에 제출한 개정 법률안은 그동안 사분위의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주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지대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대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임시이사 파견대학의 미래이다. 상지대 이후 대구대, 덕성여대, 광운대 등 많은 사립대학들이 사분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상지대 사태의 올바른 해결은 한국 사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 교과위의 야당 의원들은 상지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사분위의 결정을 내심 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보수 언론은 철저히 상지대와 사분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줄줄이 뒤를 이을 임시이사 파견대학에 구재단이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 때문일까?
당장, 이번 2010년 국정감사에서 사분위원장과 김문기 씨 및 상지대 비대위 대표 등 상지대 관련 증인을 채택해 상지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사분위원장의 증인채택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반대하고 있고, 상지대 문제를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다. 이명박 정권의 공정사회가 부패구재단의 사학복귀는 아닐 것이며, 상지대 문제에 대한 비겁한 침묵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국회 교과위가 상지대 문제해결을 위해 제몫을 다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도인 것이다. 상지대를 교육정의에 부합하도록 해결해야 한다. 사분위의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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