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대하는 MBC 구성원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각기 기수별 회의를 거친 MBC 기자회는 9일 기수 대표자 회의를 열어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고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는 16일 공방협에서 이번 개편안의 이유와 목적 등을 따질 예정이다.
경영진이 내세우는 개편안의 이유는 △시청률 △광고 수익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 등이다. 그러나 제작진 쪽에서는 MBC의 공영성 약화, 비판 기능 약화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외에도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재철 사장의 '연임'이라는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김재철 사장, 내년 2월 연임 바란 무리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리기 이전까지 김재철 사장은 개별 프로그램을 두고 MBC 구성원들과 큰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김 사장은 파업 기간 중 방송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에는 "나는 <PD수첩>에 한 마디도 안 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취임 초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조인트' 파문에 명예를 실추했던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프로그램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종의 '조인트 사장 아니다'라는 묵언의 항변 같은 것이었다. 그는 김우룡 전 이사장을 왜 고소하지 않느냐는 노조의 공세에도 "외부에서 오는 전화 내가 다 막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PD수첩> '4대강' 편을 기화로 김재철 사장은 시사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 <PD수첩>에 20년 만의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리고 제작진들이 퇴근한 뒤 비정상적인 사전 시사를 강행하는가 하면 11월 개편을 두고는 <후플러스>, <김혜수의 W>,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시사 프로그램을 대거 축소하는 11월 개편 추진을 두고 '시청률' 때문 이라고 이유를 대고 있다.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지난 3일 MBC 기자회와의 면담 자리에서 "<후플러스>는 시청률이 약하다. 공헌이익이 프로그램 중에 꼴찌 수준이다. 정권 눈치보기 차원이라면 <PD수첩>을 없애지, 왜 <후플러스>를 없애겠느냐. 95% (폐지가)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연임을 바란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MBC의 한 기자는 "사실 내년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것외에는 딱히 설명할 말이 없다"고 말했고 한 MBC 노조 관계자는 "정말 언론으로서의 공영성을 포기하는 것인지 사측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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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를 보고 신라면을 떠올리는 사람도…"
<PD수첩> 등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MBC지만 MBC의 공영성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후플러스>, 그 전신인 MBC <뉴스후>가 겪어온 과정이 그와 들어 맞는다. 제작진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후플러스> 제작진이 낸 성명의 초입이다.
"김재철 사장이 '시골 사람들은 <후플러스>가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후플러스> 제작진은 마음 한 편에서 공감했습니다. 통화를 할 때 <후플러스>팀이라고 말하면 '홈플러스'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고, '후+'라는 로고를 보며 신라면 상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후플러스> 제작진은 "이 이름을 강요한 것은 대체 누구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후플러스>의 전신은 <뉴스 후>였다. 제작진은 "<뉴스 후>로 토요일에 편성돼 있던 지난 2008년 42회 방송 가운데 절반이 너는 25회 분이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제작진의 반대에도 편성을 바꾸고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꾼 건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5월 <뉴스 후>는 밤 11시 대로 옮겨지고 지난해 가을 개편에서는 이름이 <후플러스>로 바뀌었다.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이사인 김광동 이사가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지 두달 여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이 계속 <뉴스 후>의 시간대를 옮기고 이름을 바꾸면서 들었던 이유는 역시 '시청률'이었다.
<후플러스> 제작진은 "올해 수목 미니시리즈의 평균 시청률은 6.7%, <후플러스>의 시청률은 5.8%로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와 비교해도 1%포인트도 차이나지 않는다"며 "KBS에는 4개의 시사 프로그램이 있고 민영방송인 SBS도 2개의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공영방송인 MBC가 3개의 시사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많은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후플러스> 폐지 그자체가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는 비판적 언론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에 <후플러스>와 <W> 폐지,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이동이 있는 것"이라며 "이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편성채널이 다양성 보장? 드러나는 허구성
한편 김재철 사장이 <후플러스>, <김혜수의 W>를 폐지하려는 이유로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따른 대응책으로 들고 있는 것도 짚어 볼만한 지점이다. 내년 초 지상파 방송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종합편성채널이 1~2개 등장하면 방송광고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MBC 역시 시청률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일견 자연스러운 김재철 사장의 '종편 대응 전략'은 '방송의 다양성'을 내세워온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 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의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해소되고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시청률 경쟁에 나서는 것일 뿐이다.
방송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방송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시사, 교양 등 장르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만이 늘어나는 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운 KBS에서 공영방송의 이름에 걸맞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답해왔다.
이 역시 현실에서는 아이러니일 뿐이다. 이미 KBS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과 '관제 사장'이라는 딱지가 붙은 이병순 전 사장이 취임하면서 친정부 보도 일색이 됐다. 게다가 이병순 전 사장 역시 연임을 바라며 <생방송 시사 360>을 폐지했다. 수신료 인상 이후 'KBS의 친정부적 성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제기된다. 그나마 비판적 색깔을 내고 있는 MBC의 시사 프로그램은 줄어들고 친정부적인 KBS의 시사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이 종합편성채널 시대의 방송 다양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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