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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150년 전 라인강 정비보다 더 큰 피해 우려"

독일 하천 전문가 "보와 준설, 오히려 홍수 피해 불러"

독일연방자연보호청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며 하천 복원과 범람원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가 "라인강은 오래 전 댐을 쌓고 준설을 하면서 오히려 홍수 피해가 증가하고 하천 생태계 역시 훼손됐다"며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라인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의 하천 전문가인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67) 박사가 4대강 사업이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4일 방한했다. 그는 독일연방자연보호청의 하천·범람원 생태계 부서에 33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독일의 하천 관련 국책 사업에 참가해온 하천 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특히 댐 설치로 인한 하천 환경의 변화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라인강의 교훈…'홍수 방지' 위해 하천 정비하자 더 많은 홍수

▲ 독일연방자연보호청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며 하천 복원과 범람원 분야를 연구해온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프레시안(선명수)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위헌·위법국민소송단'의 초청으로 방한해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댐 건설과 준설 등 인위적인 하천 관리가 더 큰 홍수 피해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비가 많이 와도 강물이 자연스럽게 범람해 홍수터가 불어난 강물을 흡수했지만, 댐 건설과 하천 직강화 등 라인강 정비 사업 이후 오히려 홍수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4대강에 16개의 '보'를 쌓는 등 대규모 하천 정비를 통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독일은 과거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댐을 짓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하천 인근의 홍수터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홍수 대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홍수터 복원 이후 10% 정도 홍수 피해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댐 건설로 하천의 지하수위가 고정되면서 주변 농작물의 식생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하천 구조물로 인한 주민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든 댐이 오히려 임업과 농업에 있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 라인강 정비 사업 이후 변화된 강의 모습. 가장 왼쪽이 개발 사업이 벌어지기 전인 1825년 라인강 물길이다. 강의 수많은 지류는 1872년(가운데) 개발 이후 점차 사라져, 개발이 완료된 1963년엔 단 하나의 곧은 물줄기로 직강화됐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댐 건설과 하천 직강화 등의 개발로 인해, 홍수 피해가 더욱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ICPR

"4대강 사업, 150년 전 라인강 정비보다 더 큰 피해 초래할 것"

최대 6m에 이르는 준설과 16개의 보 건설을 통해 강의 '물 그릇'을 넓히고, 이를 통해 홍수 방지와 수자원 확보를 동시에 이룬다는 것이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목적이다. 강을 따라 제방을 높이 쌓는 낡은 방식을 벗어나, 준설로 강바닥을 깊게 파 홍수에 대비하는 '신개념 홍수 방어'를 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해양부 역시 독일의 강 복원 사례를 4대강 사업의 '본보기'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홍보 블로그인 '행복 4江'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홍수 방지 대책인 'Room for the River(강에게 더 많은 공간을)'를 소개하며 4대강 사업이 이들과 마찬가지로 '선진국형 치수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강바닥 파내 홍수 막는다? "유럽에선 19세기 방식")

그러나 홍수 대책에 대한 '해석'은 정반대다. 준설이 '신개념 홍수 대책'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준설은 홍수 예방은커녕 더 큰 홍수 피해를 초래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바닥을 깊게 파면 강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하류 부근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강 하류 하구둑의 범람 위험 역시 증가"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 역시 "네덜란드와 독일의 'Room for the River' 정책의 핵심이 (준설이 아니라) 홍수터 복원"이라며 "네덜란드는 국토의 6분의 1을 홍수터로 복원하는 것으로 치수 정책을 전환했다. 강에게 원래의 공간을 되돌려줌으로써 나머지 국토 역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프레시안(선명수)
보로 하천의 흐름을 막고 강바닥을 파내는 인위적인 방식 대신, 강의 자연스러운 범람을 유도해 홍수 피해 역시 최소화하는 것이 독일 및 유럽 국가들의 치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낙동강의 경우, 지나친 개발로 인해 지난 100년간 홍수터의 90% 정도가 사라진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한국의 4대강 사업은 강에 댐을 세우고 준설을 한다는 점에서 150년 전 독일에서 벌어졌던 라인강 운하 사업과 흡사하다"며 "그러나 공사로 인한 피해는 장비의 현대화나 사업의 규모 측면으로 볼 때 한국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이날 남한강 일대의 4대강 사업 현장을 시작으로 오는 15일까지 낙동강 합천보·함안보 건설 현장 등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다. 보 건설로 인한 지하수위 및 수질의 변화, 4대강 사업 현장의 하천 생태계 변화 등을 10여 일 동안 현장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는 이후 4대강 사업 관련 행정소송에 증거 자료로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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