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PD수첩> 결방 사태가 2주 째로 이어질까. 지난 17일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김재철 사장의 '방송 보류' 결정으로 결방된 이후 MBC 노사간 대치 상태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준비는 다 됐다, 김재철 사장이 '결단'만 하면"
MBC 시사교양국은 다음 <PD수첩> 방송 예정일인 24일에 '4대강 비밀'편이 방송되도록 하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한다는 결의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24일 방송분으로 '4대강 비밀' 편 외에 다른 방송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만약 '4대강 비밀' 편이 방송되지 않을 경우 <PD수첩>은 2주 째 결방 사태를 맞게되는 것. 김재철 사장은 '사전 시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MBC 노조와 <PD수첩> 제작진은 '국장 책임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간 대화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MBC 노조는 사측에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공방협 개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렇다할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C 노조 안준식 민실위 간사는 "사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묵묵부답, 꿀먹은 벙어리"라며 "이 문제에 있어서 별다른 입장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노조의 공방협 개최 요구와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방송이 약속된 시간에 나가지 못했고 회사 전체의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에 당연히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오는 24일 <PD수첩>의 방송 여부를 속단하긴 이르다. 안준식 간사는 "사실 방송은 완전히 준비되어 있는 상태다. 사측이 결단만 내리면 다음주 <PD수첩>은 충분히 나갈 수 있다"고 말했고, 이진숙 국장은 "다음주 화요일까지 시간이 있으니 방송이 나간다 안 나간다 이야기를 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MBC 사측 "'사전 시사' 없이 방송 없다" vs 시사교양국 "사규 위반"
MBC 사측은 '사장 등 경영진이 사전 시사를 해야 방송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진숙 국장은 "4대강이라는 주제 때문에 경영진이 사전 시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방송이 나가기 전에 <PD수첩> 제작진이 이례적으로 자세한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해양부가 '허위 사실'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 거리가 됐기 때문에 사전 시사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단협상의 '국장 책임제'에 대해 "만약 신발이나 먹거리 회사에서 사고가 터진 다음에 회사 사장이 '그 문제는 담당 국실장에게 물어보라'고 하면 되겠느냐"며 "방송의 최고 책임은 사장이 진다. 시청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장치, 그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PD수첩> 제작진과 시사교양국은 '사전 시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MBC 단체협약은 국장책임제를 채택하고 있고 경영진의 방송 내용에 대한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MBC에서 정립된 관행과 전통이 말해준다"고 밝혔다.
시사교양국도 성명서에서 "사장이 일방적으로 방송 보류를 결정한 것은 사규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방송 최고 책임자로서의 공정방송 실현의 책무'가 국, 실장의 권한을 함부로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시민사회, 23일 MBC 앞 국민 대회
한편 <PD수첩> 결방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과 언론단체, 환경단체 등 5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결방 사태를 규탄하면서 오는 23일 MBC 앞에서 1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하는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금 생명의 강이 파괴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핏줄인 언론도 파괴되고 있다"면서 "무지몽매한 정권은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순리를 거스르며 이 땅의 구조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정권에 장악된 언론은 진실을 외면하면서 나날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PD수첩 제작진이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지켜주는 것은 곧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며 "강은 자연의 것이고, 언론은 국민의 것이다. 우리가 나서서 스러져 가는 4대강과 언론을 지켜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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