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PD수첩> 불방 사태로 촉발된 4대강 사업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19일 <PD수첩>을 비롯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전 언론을 대상으로 기사 삭제 요청 및 법적 조처 등 사실상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해당 방송을 제작한 <PD수첩> 최승호 PD가 "방송에 4대강 사업 추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반격했다. <PD수첩>의 보도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맞불'을 놓은 것.
최승호 PD는 20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책팀을 운영할 때는 팀 이름과 구성원이 누구인지 공개하고, 인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취재 결과 (당사자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며 "장관이 재가를 한 11월 5일보다 한 달가량 앞서 활동을 시작한 대목도 팀이 정상적인 조직으로 보기 힘든 방증"이라고 말했다.
앞서 <PD수첩>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가 개입된 '비밀팀'이 조직됐고, 이들이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대운하의 '전 단계'로 밀어붙이기 위한 '수심 6m' 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비밀팀 조직은 허위 사실 공표"라며 법적인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PD는 이어 "청와대에서 파견된 포항 출신 행정관 두 명이 '수심을 깊게 해야 한다', '6m는 돼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팀 내부에서 '이렇게 되면 대운하 계획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이견이 맞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 '청와대 비밀팀' 진위 여부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과 영포회 출신 청와대 인사 2명이 개입된 '비밀팀'의 존재 여부는 <PD수첩>과 국토해양부의 주장이 가장 엇갈리는 대목이다. 국토해양부는 16일 이 같은 방송 내용이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지자, 곧바로 "비밀팀은 정부 내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장관의 결재를 받아 전담팀(TF)을 운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보고서 작성을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1~2차례 TF 회의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논란이 된 수심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주장이다.
국토해양부가 이날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PD수첩>을 비롯한 언론에 기사 삭제 요청 및 법적 조처를 요구하는 등 이례적으로 '초강수'를 두는 것 역시 '청와대 비밀팀'에 대한 민감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호 PD는 "정부가 방송 막으려는 건 '비밀팀' 관련 내용 때문일 것"이라고 일축했다.그는 국토해양부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서는 "국토해양부가 청와대에 성의 표시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을 재차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초안과 마스터플랜 사이의 중대한 변화가 마스터플랜팀이라든가 국토해양부에서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윗선의 압력이나 요구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그로부터 4개월 전인 2008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발표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초안과 내용이 확연히 달라져, "대운하를 위한 수순 밟기로 4대강 사업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왔다. (☞관련 기사 : 결국 '대운하'인가?…"'수심 6m'는 운하의 상징")
김진애 의원은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분이 이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이어 지금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사업 내용 변경 과정에서) 상당한 압력과 요청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비밀팀은 잘 모르겠지만, 다만 대운하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외곽팀이라든가, 청와대 내에서 상당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많이 받았다"며 "당시 마스터플랜을 관리하던 청와대 행정관이 영포회, 동지상고 라인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진애 의원은 또 "<PD수첩>에 나오지 않은 사실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힐 것"이라며 "지금 4대강 사업 현장엔 모든 것이 '수심 6m' 확보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차근차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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