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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 '외환은행 매각 청문회'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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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 '외환은행 매각 청문회' 방불

일부 여당의원, "감사원이 객관성 잃었다" 감싸기도

22일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문제와 관련해 '예상대로' 난타를 당했다.

특히 매각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 보좌관과 금감위 은행감독1국장이었던 김석동 차관보 등 '핵심인사'를 세워놓은 이날 회의는 청문회 자리를 방불케 했다. 재경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인용해 집중 추궁했고 재경부가 발표한 반박자료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한 부총리와 정 보좌관은 "사후적 잣대로 정책판단을 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항변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일부 여당 의원은 "감사원이 검찰과 선명성 경쟁을 한 것 같다"며 "감사원 감사가 대외신인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감사원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은 "강정구 교수는 불구속 수사했는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왜 구속수사 하냐"며 "부총리는 법무부 장관에게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라"는 주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잘 팔았단 말이냐?"…"잘 팔았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후 재경부에서 설명자료라고 낸 것을 세밀하게 읽어봤는데 적반하장도 유만부동이었다"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안 팔았으면 외환위기가 났을 것이기 때문에 잘 했다는 태도더라"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매각 자체도 문제지만 사실상 수의계약을 통해 최대 1조 원까지 싸게 팔았다는 것이 감사결과로 나타났는데 재경부 자료에는 엄청나게 잘 팔았다는 것처럼 나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당시 주식 가격보다 14% 높게 팔았고 매각 당시에는 그 정도면 양호한 조건이라는 여론이 높았다"고 '잘 팔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도 "경악할 만한 사실이 드러난 뒤 재경부가 책임을 통감할 것을 기대했는데 어이없는 반박자료가 나왔다"고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외환은행이 매각 대상자를 직접 접촉한 곳은 한 군데도 없고 주간사인 모건스탠리 실무자가 세 군데 기관에 간단히 전화해서 투자의향을 물어본 것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감위 국장으로 재직하며 깊숙이 개입했던 김석동 차관보는 "공개적으로 매각을 하면 뱅크 런(예금 이탈)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면서 "게다가 모건 스탠리가 접촉한 곳이 10여 군데가 넘는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왜 감사원 감사 때는 그런 말은 안 했냐"고 되묻자 김 차관보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모건 스탠리가 외환은행에게 받은 자문료가 원래 500만 달러였는데 이강원 전 행장이 추가로 보태줘서 545만 달러였다. 도대체 뭘 자문하고 이런 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추궁했다.

송 의원은 "이강원 행장은 퇴직위로금도 수억 원을 받았는데 업무상 배임행위 여부는 검찰에서 밝히겠지만 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이런 사람을 앉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부총리는 "두 문제를 따로 떼놓고 봐야 한다"고 답했지만 송 의원은 "즉각 인사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물고 늘어졌다. 심 의원은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 보좌관은 감사원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 보좌관은 "사후적 판단이고 정책감사적 성격으로 본다"고 답했다.

정 보좌관은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상황에 좀 더 질서있게 대처할 수도 있었겠다 싶지만 매각 당시 상황은 지금 잣대로 재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각까지 되는 판국에 마지막 이사회에서 스톡옵션을 의결해 받은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심 의원의 질문에 정 보좌관은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우제창 "본의 아니게 모함을 받을 때도 있고…"

이날 대부분의 의원들이 론스타 매각 문제를 추궁했지만 우리당 우제창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감사원이 객관성을 잃은 판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나홀로 감사원 비판'에 나섰다.

우 의원은 "사후적 잣대로 판단한 감사원의 발표가 대외신인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나도 정치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모함을 받곤 하는데 날카롭게 대응할수록 수렁에 빠지더라. 한 부총리도 너무 날카롭게 대응하지는 마시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지난 2월 재경위 문서검증반이 외환은행 BIS 비율 조작, 당시 이강원 행장의 배임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반대했었다.

정덕구 "청와대는 원래 다 그러냐?"

한편 이날 재경위 회의에선 부동산 세제 완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세제완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 운운하지 않았느냐"며 "이른바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고금리 정책, 비탄력적 신규공급 제한 정책을 경직적으로 운용해야 하느냐"고 질의했다.

정 보좌관은 "김 전 실장의 발언은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다 보니 좀 과장이 들어간 것 같다"면서도 "물론 그럴 때(버블붕괴)는 신축적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하지만 그간 정책이 자꾸 바뀌어서 신뢰를 잃은 적이 많다"며 "파인 튜닝(미세조정)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정덕구 의원은 "청와대는 원래 어법이 다 그러냐"고 면박을 줬고, 이에 한참 침묵을 지키던 정 보좌관은 "청와대가 그런 것이 아니라 김 전 실장이 좀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당 소속인 오제세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보면 부동산 세금도 너무 높다는 것이고 정몽구 회장 구속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참 동안 부동산 관련 '민심'을 전한 오 의원은 "강정구 교수는 불구속했는데 정 회장은 왜 구속 상태에 있냐"며 "100만 명이 탄원서에 서명했는데 재경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할 수도 있는것 아니냐. 왜 안 하고 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공개적으로 불구속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면서 "부동산 값이 올라다는데 세금을 더 올리면 안 되냐"고 되물었다. 조용한 성격의 한 부총리는 이 대목에서는 평소와 달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지금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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