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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의 '음모론'은 해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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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의 '음모론'은 해소될 수 있을까?

<기자의눈> 외환은행 매각은 금융마피아 작품인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은 '헐값 매각'이었나 '불법 매각'이었나.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의혹'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이같은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의적인' 헐값매각

감사원은 '불법 매각' 여부는 검찰이 밝혀낼 몫이며 '강제조사권'이 없는 감사원으로서는 '부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헐값 매각'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불법 매각'으로 단정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외환은행 매각 자체를 원천무효시키거나 국민은행으로의 재매각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계약을 원천무효시키거나 재매각을 중단시킬 사유가 될 수 없는 단순한 '헐값 매각'이라고 규정하려면 적어도 인수할 자격이 있는 곳에 팔았고, 고의성이 없어야 한다.

단순한 '헐값 매각'이라면 사후에 매각에 관련된 관계자들의 과실 등을 조사해 적절하게 징계를 할 수 있을 뿐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거나 재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는 힘들다.

하지만 감사원도 확인한 것처럼, 외환은행 관계자와 당시 정부 관료들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도 없는 곳에 고의적으로 헐값에 파는 '부적절한 행위를 '공모'했다.

감사원이 또다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현재 최종계약까지 맺은 국민은행으로의 재매각 절차는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중간발표에 포함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 검찰에 공 떠넘기면 그뿐인가

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려면 "인수한 쪽에서도 불법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판단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매각하는 쪽에서 고의성이 짙은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인수한 쪽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 최소한 재매각 절차를 중단시킬 사유는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 70조 원의 대표적인 국책은행을 고의적으로 헐값 매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서는 의혹사건임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은 외환은행 BIS 비율이 8%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매각 예외 승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BIS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 내용을 외환은행에 전달했다.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 가격 역시 적어도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이나 덜 받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감사 결과를 내놓고도 감사원은 국민은행으로의 재매각 절차를 중단시키는 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의 조사는 검찰의 몫"이라고 공을 떠넘겼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론스타와 경제관료에게 면죄부를 주는 겉핥기식 감사결과"라고 감사원을 맹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발표 직전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 김&장의 고문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출금금지조치시키고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고 발표를 한 것은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개인 비리' 차원으로 몰고 가려는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도 "재매각 절차를 중단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 수사로도 계약을 원천무효시킬 수 있는 불법행위를 밝혀내지 못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사 결과에 '음모론' 무성

그는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해석하는, 금융계에 떠도는 '음모론'을 전했다. 매각하는 쪽이 고의적으로 특정 미국계 펀드에게 헐값으로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는 감사원 결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외환은행의 부적절한 매각은 몇몇 개인들의 비리 정도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나 당시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소위 '이헌재 사단'이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다면, 그 배후에 저항할 수 없는 국제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 음모론의 골자"라고 전했다.

세계화 시대에 실제로 세계를 움직이는 세력이 소위 '금융마피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금융복합체'라는 음모론적인 해석을 동원하지 않고는 도저히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흔한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면 '음모론적 해석'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재경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자체 부정

정상적으로는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처음 접근한 2002년 9월 당시 외환은행 매각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처음부터 론스타가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접근한 것은 누군가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경부 일부 관계자들이 "다른 인수 후보를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기 위해 BIS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법 해석도 무리하게 하는 등 총력을 다했다"는 감사원의 결론도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당시 10여 개 외국 자본에 매각 의사를 보였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론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외환은행 매각 의혹은 관료들의 정책적 판단의 결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렇다고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개인적인 실수나 비리의 산물이라고 결론을 짓는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둘러싼 '음모론적 해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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