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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농성자 "태풍 무섭지만…더 무서운 것은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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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농성자 "태풍 무섭지만…더 무서운 것은 4대강 사업"

함안보 농성자 안전에 '빨간 불'…이포보 농성은 '계속'

태풍 '뎬무(DIANMU)'가 북상해 전국이 10일부터 그 영향권에 들고 있는 가운데, 함안보 타워크레인 위에서 20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의 안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인 이들은 정부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이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40m 높이의 함안보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4대강 사업 중단, 국민 여론 수렴 기구 구성, 국회 내 4대강 검증 특별위원회 구성 등 세 가지 요구 사항 중 하나라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22일부터 함안보 타워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10일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는 한 내려가지 않겠다"며 농성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환경운동연합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함안보 인근에 마련된 농성 지원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세 가지 요구 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수용되지 않는다면 태풍이 오더라도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자회견에서 이환문 사무국장은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에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이 안전을 염려해 농성을 해제할 것을 주문했지만, 죄송하게도 그 뜻을 따를 수 없다"며 "바로 우리의 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연과 맞설 수 없기에 태풍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태풍보다 몇 천배 더 무서운 것이 4대강 공사이기 때문에 지금 막지 않으면 태풍보다 훨씬 큰 환경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두 명의 활동가들은 "20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 변화도 없이 오히려 우기임에도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한 후, "최근 이뤄진 개각도 '4대강 올인'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국민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각계 '귀환 설득'…이포보 농성자들 "동지들의 몫까지 우리가 싸우겠다"

함안보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두 명의 활동가들은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한 농성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태풍 뎬무가 북상함에 따라 시민사회 진영과 경찰은 이들의 안전을 우려해 농성 중단의 뜻을 전달한 상태다.

이들의 농성 강행 소식에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한다"며 "크레인 위의 두 활동가가 태풍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고, 비를 품은 먹구름이 크레인 위로 무섭게 몰려오는데 어찌 하는가"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이날 함안보를 찾아 농성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태풍이 오고 있어 이제 내려와서 싸웠으면 한다"며 "세 가지 요구 조건을 정부 여당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공식·비공식적으로 도가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하겠다"며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올 것을 호소했다.

낙동강국민연대, 함안보고공농성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부산·경남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께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태풍 북상에 따라 타워크레인에 오른 두 활동가의 고공 농성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농성 지원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 요구안이 수용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이고 강력한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서 두 활동가의 귀환을 요구하기로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함안보 위의 농성자들과 공유된 것은 아니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함께 함안보 공사장으로 들어가 두 활동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타워크레인 아래 구급차와 경찰 병력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 남한강 이포보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환경단체 활동가들도 함안보의 농성자들의 무사 귀환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남한강 이포보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 3명 역시 함안보 농성자들에게 무전 메시지를 보내 "함안의 동지들에게 아쉬움이 많겠지만 이곳 이포의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함안보에 있는 동지들의 안전이 가장 걱정이 된다"며 "아쉬움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이 철수해야한다는 의견이라면, 그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함안에 있는 동지들의 몫까지 우리가 열심히 이포에서 싸워나갈테니까 이런 마음을 받아달라"라며 귀환을 설득했다.

태풍 '뎬무' 빠르게 북상…2003년 '매미' 때도 타워크레인 50여 대 붕괴해

실제 한반도를 향해 빠른 속도로 북상하는 태풍 '뎬무'로 인해 함안보에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전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태풍으로 9일 저녁부터 경남 일부 지역에는 바람을 동반한 거센 비가 내리고 있고, 농성이 진행 중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일대에도 현재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기상청 속보에 따르면, 태풍 뎬무는 오후 4시 현재 서귀포 남남서쪽 60㎞ 해상(북위 32.2, 동경 125.3)에서 북북동쪽으로 시속 19㎞/h로 이동 중이다. 11일 오전 전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태풍으로, 당장 10일 오후부터는 남부지방이 점차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비와 바람이 점차 거세질 예정이다. 11일 자정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남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만 30~100㎜(많은 곳은 250㎜이상)에 이르고, 경남 일부 지역에선 호우주의보 역시 내려진 상태다.

농성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함안보 일대의 공사가 재개되면서 시작됐다. 함안보 시공업체인 지에스(GS)건설은 기중기 3대를 현장에 배치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1일과 5일에 이 기중기와 농성자들이 위치한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타워크레인의 날개 부분이 움직이기도 해, 태풍이 오면 고공 농성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경남 지역을 강타했을 때에도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50여 대가 붕괴했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태퐁으로 인해 농성자들의 신변이 크게 위험해질 것을 우려,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태풍과 폭염으로 고공 농성을 진행 중인 활동가들이 안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일째가 되는 지금까지 답이 없다"며 "더구나 시공사와 경찰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어 긴급 구제를 요청한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성인 남성 1일 기초대사량에도 못 미치는 양으로 식량을 제한하고, 밤낮으로 빛과 소음, 위협적인 행동으로 이미 폭염에 탈진한 활동가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포보의 경우) 집회 신고를 한 장소에서 지역 주민들이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대낮에 벌어지는 폭력에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며 인권위원회가 긴급히 구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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