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렇다. 박정원 부총장은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분위의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 결정 취하를 결단해줄 것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5월 25일, 강원도 원주 상지대학교에서 삭발식을 단행한 그였다.
"여기가 이북도 아니고 왜 경찰이 이렇게 길을 막나"
하지만 단식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가지회견을 한 뒤 예정된 장소인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은 박정원 부총장이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제지했다.
▲ 경찰은 박정원 상지대 부총장이 청와대로 이동하자 길을 막고 이동을 제지했다. 박정원 부총장은 이에 연좌를 하고 길을 열어줄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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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측 관계자는 "이곳은 평화 안정지역으로 통제구역"이라며 "불법 집회를 하고 있는 이상, 경호법에 의해 경찰이 통제를 할 수 있다"고 제지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박정원 부총장 등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20여 명이 기자회견 과정에서 구호를 외친 것을 이유로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시민들이 이동을 하는데 경찰이 이렇게 막는 법이 어디 있는냐"며 "우리가 뭘 어떻게 했다고 이러느냐. 이게 대한민국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석 상지대 부총장도 "우리가 깡패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찰에게 돌을 던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길을 막는 법이 어디 있는가"라며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이 되레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경찰은 청운동사무소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차도에 경찰차를 배치해 차벽을 만들었고 인도에는 경찰병력을 배치해 박정원 부총장 등이 청와대로 갈수 없게 했다. 결국 박정원 부총장 등 4명은 그 자리에 앉은 채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연좌하고 있는 것도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을 내렸고 결국 박정원 부총장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걸 포기해야 했다. 그나마 저녁 6시가 되어서야 겨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1시간이 고작이었다.
박정원 부총장은 <프레시안>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오늘 경찰이 단식농성을 막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옛날 군사정권에서나 봤던 모습을 오늘 보게 됐다"고 분노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대학을 지키려는 순수한 마음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이렇게 막는 걸 보니 현 정권이 부패사학을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정원 부총장. ⓒ프레시안 |
"근무만 한다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단식을 한다"
박정원 부총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상지대 구성원들이 고통 속에 있다"며 "부총장으로서 근무만 한다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단식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장은 "1993년 3월에도 비리재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학교에서 일주일동안 단식을 진행했다"며 "오늘 또 다시 같은 문제로 단식을 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사분위의 비리재단 복귀 결정은 우리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모두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분위에서는 이를 번복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교과부에서는 재심을 사분위에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총장은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사학비리의 권리를 지켜주는, 가진 자의 권리만을 지켜주는 권력이 됐다"며 "오늘 이렇게 단식을 하는 이유는 그런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상지대학교는 1992-1993년 대학구성원들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투쟁하여 김문기 구재단을 퇴진시킨 후 구성원들의 지혜와 땀을 모아 쌓아올린 최고의 민주사학입니다. 당시 '말로만 대학', '사학비리의 대명사',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하되던 대학이 이제 연구실적 전국최고의 교수진을 갖추고 녹색성장을 이끄는 친환경대학의 표상이 되었으며, 명실상부한 민주대학으로서 해마다 높은 입시경쟁률을 자랑하는 중부권 명문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치악산 너머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열을 길어 올려 냉난방을 하는 아름다운 캠퍼스! 교수·학생·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등록금을 비롯하여 대학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적 대학운영구조! 그리하여 상지대학교는 이 나라 교육민주화의 상징이라고 불리어 왔습니다. 31만 원주시민들과 150만 강원도민들, 그리고 1,000만 수도권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상지대학교는 이제 12,000여명의 학생들과 255명의 전임교수, 그리고 120여명의 교직원들이 함께 생활하고 꿈을 키우는 학문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대학은 2010년 4월 2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구재단 복귀결정으로 인해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사학비리전과자의 복귀라는 비상식적 결정에 대해 구성들은 분노했습니다. 총학생회는 기말고사를 거부하였으며, 교수와 직원들은 본관 앞에서 교과부장관의 재심요청 및 사분위 결정취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뜨거운 햇볕에 전신을 노출시키면서 눈물겨운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대학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가? 설립자도 아니고 종전이사의 자격도 없는 인물에게 대학을 다시 운영케 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도 없고, 대학을 한 번 방문한 적도 없는 사분위원들이 그렇게 쉽게 구재단 복귀를 결정한 배경은 또 무엇인가? 공정해야할 사분위원이 노골적으로 비리재단 편을 들 수 있는가? 사분위 회의록을 왜 공개하지 못하는가? 평화롭던 대학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계속 존재해야할 의미가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은 이제 상지대학교 구성원들만 제기하고 있는 의문들이 아닙니다. 원주지역의 20여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당들이 사분위 결정 재고를 요구하며 구성원들의 구재단복귀 반대투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명망 있는 6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비리재단 복귀저지와 상지대 살리기 긴급행동'을 결성하고 투쟁에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회 교과위 위원들도 김문기 복귀를 반대하고 있으며, 원주에서 '7.28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 비리재단의 복귀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원주지역의 50여 개신교 목회자들도 한목소리로 구재단 복귀반대와 건전한 이사파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리재단 복귀반대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일반적 여론이 되었으며 이 나라 백성들의 외침이 되었습니다. 고등교육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21세기는 고등교육의 힘이 곧 국가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일부 사학재단의 전횡과 고질적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고등교육은 뒤처질 것이며 풍요롭고 품격 있는 국가건설의 꿈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교육과 연구에 온 몸을 바쳐야 할 시기에 아직도 교수·학생·직원들이 사학비리와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인은 상지대학교 부총장으로서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뜻이 무시되고, 지역사회와 교육계 전체가 고통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어 다음 사항을 대통령님께 건의 드리면서 이 시각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합니다. 2010년 7월 22일 상지대학교 부총장 박정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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