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은 '하천 민주주의'…한국은 '4대강 독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은 '하천 민주주의'…한국은 '4대강 독재'

[세계의 '강 살리기'③·끝] '주민참여' 명문화한 일본 하천법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연일 화두다. 생태적인 위험성과 경제적 효과 등, 숱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는 동안 공정률은 어느덧 20%까지 진행됐다.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 등, 하천 관리의 필요성은 항상 제기돼 왔던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하천 관리인가. 국내외 하천 전문가들은 개발 중심의 인공적인 '하천 개조'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쌓았던 댐과 제방을 허물고, 자연 그대로의 하천으로 되돌리려는 복원 사업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반면, 정부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4대강 사업이 '선진국형 하천 관리'라고 주장한다. 같은 사례를 두고, 정부와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각각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외국에서는 이 논란이 이미 20~30년 전부터 진행돼왔다는 점이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경남·광주에 새로운 광역단체장이 취임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대안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무엇이 '생태적'이고 '선진'적인 하천 관리일까. 4대강 사업의 거울로 삼을만한 외국의 하천 복원 사례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1편 : 꼬불꼬불 물길 살리는 세계, '거꾸로 가는' 4대강 [세계의 '강 살리기'①] 댐·제방 허무는 미국의 '생태적 하천 복원'

2편 : 강바닥 파내 홍수 막는다? "유럽에선 19세기 방식" [세계의 '강 살리기'②] '홍수터 복원'으로 패러다임 바꾼 독일

매년 대규모 태풍 피해와 수해에 시달리는 이웃나라 일본. 하상이 가파르고 강의 유속이 빨라 자연 재해에 취약한 지형적 특성 탓에, 일본은 일찍이 하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에 관심을 두어왔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가 진행된 탓에, 하천의 오염도 더 일찍 시작됐던 일본은 '하천 살리기'에 가장 먼저 눈을 뜬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하천 생태계를 고려한 복원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기존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만을 목적으로 했던 일본의 하천법이 1997년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도록 개정되면서,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다자연형 하천 만들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 특히 일본은 하천 복원의 계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타치강, '콘크리트 수로'에서 '도시 속 생태 하천'으로

요코하마시를 흐르는 이타치강(抽川)은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 속 생태 하천'으로 꼽힌다. 과거 풍부한 수량과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했던 이 강이 오염된 것은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 집중으로 강변 일대에는 주택 및 공업단지가 들어섰으며, 이로 인해 강은 악취가 진동하는 '도시의 하수구'로 변해갔다.

▲ 이타치강의 모습. ⓒcity.toyama.toyama.jp

강 유역의 절반가량이 대규모 개발 구역에 포함되는 등 심한 몸살을 알아왔던 이 강이 다시 생명력을 찾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일본에서 '에코 리버(Eco-river)' 운동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강을 직강화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홍수 시 물을 빠르게 흘려 보내고자했던 종래의 하천 정비와는 달리, 일본은 에코 리버 운동을 시작하면서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되찾고 강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선'의 강을 소와 여울이 반복되는 '곡선'의 사행 하천으로 되돌리고, 물길을 가로막던 콘크리트 제방을 헐어 그 대신 나무 제방이나 갈대숲을 조성해 하천의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Ishikawa Mikiko, <River Restoration Project in Urban Area in Japan>

전형적인 '콘크리트형 도심 하천'이었던 이타치강도 1982년부터 요코하마시가 '다자연형 하천 만들기'를 추진하면서 점차 생태계가 회복됐다. 평평했던 강바닥을 흙으로 재정비해 소와 여울을 조성하고, 강 주변에 수풀을 심고 콘크리트 호안 대신 흙과 나무로 만든 제방을 쌓아 자연 복원을 꾀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콘크리트 제방을 전부 뜯어내진 않았지만 일자형 수로의 일부 구간을 다시 곡선의 형태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됐다. 20년간의 오랜 노력 끝에, 이타치강은 '도시의 하수구'에서 물고기가 돌아오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 속 생태 하천'으로 변모했다.

▲복원 전후의 이타치강. (좌: 1981, 우: 1993). ⓒKeigo Nakamura, <일본 하천 복원의 노력>

일본 하천법 개정, '치수→이수→환경'으로

이타치강과 같은 일본의 '다자연형 하천 만들기' 사업은 하천법 개정을 둘러싼 하천 행정의 변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1986년 하천법 제정 당시, 법의 목적은 일본의 국토를 수해로부터 지키는 '치수(治水)'에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공업 용수 등 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1964년 '치수' 외에 '이수(利水)' 목적을 더한 것으로 하천법이 개정되기에 이른다.

하천을 통제와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는 이러한 관점은 결국 하천 환경의 악화를 가져왔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일본 주요 강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으며, 홍수터에 제방을 쌓고 각종 시설이 지으면서 강의 자연스러운 범람을 차단했다. 인구의 약 50%, 자산의 약 75%가 전체 국토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홍수 범람 구역에 집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홍수와 수해로 인한 자연 재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 1990년 이후 일본의 '다자연형 하천 살리기' 사업의 누적 숫자. ⓒKeigo Nakamura, <일본 하천 복원의 노력>
이러한 현실은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코 리버' 운동, 즉 하천 생태계 복원 운동을 이끌었다. 하천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자는 여론이 일자, 1990년 일본 건설성(현재의 국토교통성)은 '다자연형 하천 만들기' 사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는 하천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특성을 살리고 하천의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하천 환경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에코 리버 운동은 하천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이타치강이 흐르는 요코하마시만 봐도, 시내 하천 88곳에서 동일한 방식의 에코 리버 운동이 전개 중이다.

이런 노력 끝에, 마침내 1997년 일본 하천법은 '치수'와 '이수' 외에도 '환경'을 고려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개정됐다. 기존 홍수 방어에만 초점을 맞춰온 일본의 하천 관리 방식이 일방적인 '관리'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으로 변화한 것.

이후 일본에선 '자연 공생 도시'를 목표로 한 하천 만들기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일본의 하천 복원 전문가인 이시카와 미키코 도쿄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하천 복원 사업 국제 심포지엄'에서 "하천변을 생태 친화적으로 조성하는 '에코 리버'의 단계를 거쳐, 2000년대 이후 일본은 '자연 공생의 단계'로 이행했다"며 일본 카카미가하라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자연 공생의 단계'란 하천뿐만 아니라 주변의 숲과 습지, 마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원하는 것으로, 카카미가하라시는 수원림을 없애 주택단지로 개발했다가 2000년대 이후 이를 다시 숲과 습지로 되돌리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민 참여 활발…'오염된 강'을 '생태 하천'으로

눈여겨 볼 점은 1997년 개정된 하천법에 '환경' 뿐 아니라 '주민의 참여'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의 하천 행정의 민주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실제 일본 대다수의 하천 복원에는 지역 주민 및 지역에 기반을 둔 환경단체가 광범위하게 참가하고 있다. 높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 무시' 논란까지 일으키며 4대강 사업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교토시를 흐르는 다카세강(高瀬川)이다. 크고 작은 하천 232개가 흐르는 '물의 도시' 교토에서 다카세강은 1920년대까지 운하로 사용됐다. 교통 수단이 발달하면서 점차 운하로서의 역할도 끝나게 되고, 심한 오염으로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이 하천의 복원이 논의된 것은 2002년.

지역 주민들은 지하철과 도로 조성으로 인해 다카세강이 복개될 상황에 놓이자, 여러 차례 워크숍을 열어 다카세강의 유로를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하철·도로를 피해 마을의 초등학교로 물길을 돌렸고, 학교 내에 비오톱(Biotope·도심 내 인공적인 생물 서식 공간)을 조성해 학생들의 생태 교육장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요구로 시작된 강 살리기 운동이 도심 하천의 복원까지 이끌어 낸 것.

일본의 수도 도쿄를 관통하는 다마강(多摩川) 역시 주민 참여가 만들어낸 하천 복원의 사례로 꼽힌다. 길이 138㎞, 유역 면적 1249㎢의 국가 하천인 다마강은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던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 집중으로 오염되기 시작했다.

▲ 일본의 수도 도쿄를 관통하는 다마강(多摩川). ⓒcity.hachioji.tokyo.jp

이런 다마강의 모습은 1980년 '다마강 환경 계획'이 만들어진 뒤, 주민·시민단체·전문가·정부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다마강 유역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강 살리기 운동이 진행되면서 점차 변해갔다. 콘크리트 제방을 철거하고, 오랜 정비 사업으로 인해 직선으로 곧게 뻗은 물길을 돌려 물고기의 산란처를 마련했다. 이런 노력 끝에 다마강은 은어가 돌아오는 맑은 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일본은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하천에 하천 사무소를 설치하고, 민관 합동의 '유역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하천 행정에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정부와 주민, 환경단체, 하천 전문가 등이 주기적으로 모여 일상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쌍방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하천 정비 사업이 지역에서의 갈등을 낳고, 결국 실패로 이어진다는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환경단체 전국수자원교류회의 야마미치 쇼조 회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건강한 하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나 학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4대강 사업도 정부 주도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잘 경청하며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대규모 토목 공사보단 친환경적 대안을"
[인터뷰] 日 전국수자원교류회 야마미치 쇼조 회장


일본의 하천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2일 방한했다. '유역 보전을 위한 강살리기네트워크'와 함께 남한강, 금강, 낙동강 일대의 공사 현장을 답사한 이들은 3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 전국수자원교류회 야마미치 쇼조 회장을 4일 오전 서울 중구 광희동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환경단체들의 최대 행사인 '강의 날 대회'를 조직하며, 한국의 환경 운동가들과도 교류해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일본은 과거 치수와 개발 위주의 하천 관리에서 생태적인 하천 복원으로 하천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그 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

▲전국수자원교류회 야마미치 쇼조 회장. ⓒ프레시안(선명수)
야마미치 쇼조 :
수십 년에 거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는데, 특히 1997년 하천법이 개정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한국의 4대강 사업처럼 대규모 치수 사업과 댐 건설이 주를 이뤘지만, 일본 내에서 이런 사업에 대한 반대 운동이 상당히 컸다. 결정적으로 개정 하천법의 목적에 '환경'이 포함되면서, 치수를 할 때도 하천 환경을 고려하면서 하자는 인식이 확대됐다.

프레시안 : 한국 정부는 최대 6m까지 강바닥을 파는 준설과 16개의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신개념 홍수 방어'를 하겠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홍수 피해가 잦은데, 전반적으로 홍수 대책은 어떻게 변화했나?

야마미치 쇼조 : 최근 기상 이변으로 집중 호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제방을 높이거나 강바닥을 준설하는 대책으로는 더 이상 홍수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그간 치수를 하며 강을 직강화시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수 피해가 커지자 강의 원래의 상태로 내버려 두면서 자연스러운 범람을 수용해야한다는 관점이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과거 홍수 방어에만 치중했던 치수 정책을 점차 하천의 유역 전체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치수 사업도 강바닥을 파고 제방을 높게 쌓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역 전체를 고려해 유수지를 조성하거나, 빗물 저류 시설을 만드는 방안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역 주민과 함께 홍수 대책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홍수가 발생하면 대피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강에게 범람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면서 홍수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하천 개발 방식의 차원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을 평가한다면?

야마미치 쇼조 : 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강에서 살아가는 지역의 주민들이다. 이제 하천 관리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와 역사까지 고민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강바닥을 파고 대형 구조물을 짓는 토목 공사보다 친환경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