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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띄워서 '정권 재창출'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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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띄워서 '정권 재창출' 꿈꾸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더욱 강화되는 '4대강 죽이기'

나는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더 이상 '4대강 죽이기'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4대강 죽이기'는 너무나 참담한 '국토 죽이기'이자 '경제 죽이기'이기 때문에 70퍼센트가 넘는 대다수 국민이 한시라도 빨리 '4대강 죽이기'가 중단되기를 원한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도 이렇듯 명확히 드러난 국민의 뜻을 올바로 깨닫고 '4대강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염원은 여지없이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오히려 '4대강 죽이기'를 더욱 빠르게 강행하고 있다. 아무리 장마가 몰아쳐도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며, 내년에는 무려 11퍼센트가 넘게 예산을 증액해서 강행하겠다고 한다. 이미 농민, 스님, 사업가 등 세 명의 시민이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지적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지적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이 무참한 파괴를 중단할 텐가? 이미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이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지적해야 이 참담한 파괴를 중단할 텐가?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고집'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토건 국가와 토건 정치를 떠나서는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토건 국가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여해서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고 토건족과 투기꾼의 배를 불리는 기형적인 개발 국가를 뜻한다. 불행히도 한국은 이러한 토건 국가의 대표적인 예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렇게 토건국가가 맹위를 떨치는 곳에서 정치인들은 대체로 토건 정치를 추구하기 쉽다는 것이다. 토건 정치는 토건 국가를 활용하고 확대하는 정치를 뜻한다. 토건 국가에서는 토건족과 투기꾼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이 토건 정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대체로 토건 정치를 강화하고 토건 국가를 확대한다.

구조주의의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토건 국가라는 구조의 대리자이자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구조의 영향을 강조하는 구조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은 스스로 옳다고 판단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토건 국가라는 구조가 그를 강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서 구조주의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람은 단순히 구조의 요소가 아니라 사실은 구조를 형성하고 이용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주체로서 사람은 구조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분명히 잘못인 것을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잘못을 더욱 더 키운 사람일수록 더욱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며칠 전에 청와대는 '국민 대토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 대토론'을 하자고 발표했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국민 대토론'을 하겠다고 나서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발표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운하백지화국민행동,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 등에서는 이미 2008년 초부터 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공학적 타당성, 생태적 타당성, 경제적 타당성, 문화적 타당성 등의 여러 면에서 정부의 주장과 이 단체들의 주장 사이에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단체들은 토론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그 동안 청와대는 사실상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그저 정부가 모든 것을 잘 알아서 하고 있으니 그냥 따르라는 것이었다. 심각한 거짓말 홍보의 문제가 계속 드러났어도 청와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떤 말도 듣지 않고 엄청난 굉음을 내며 세상을 파괴하는 거대한 불도저가 폭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2010년 3월에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에서 주최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농업 문제 토론회에 당국자들이 참석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토론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단히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고 설교하는 태도를 보였다. '4대강 죽이기'의 참담한 실체가 그런 식으로 또 다시 확인되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 나쁜 경험을 청와대는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아마 그래서 '국민 대토론'을 하자면서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청와대의 제안을 그냥 다행이라고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 동안 여러 차례 강행되어 큰 비판을 받았던 '거짓말 홍보'와 '일방적 설교'에 지나가는 말 식으로라도 반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그 동안 여러 단체들이 계속 요청했던 '국민 대토론'을 거부했던 것에 대해 지나가는 말 식으로라도 해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지금으로서는 청와대가 이번에는 '국민 대토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신뢰하기 어렵다. 어쩐지 일종의 요식 행사가 되거나 또 하나의 '일방적 홍보'의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파괴된 낙동강 달성보 현장. 파괴되기 전(왼쪽)과 후. ⓒ지율

'국민 대토론'을 하겠다고 해 놓고, 바로 며칠 뒤에 장마에도 공사를 강행할 것이며 내년에는 11퍼센트가 넘게 예산을 증액해서 더욱 더 빠르게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 대토론'을 추진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민 대토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의 주장과 여러 단체들의 주장이 양립할 수 없는 가운데 국민들의 우려와 비판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국민 대토론'을 하는 이유는 누가 틀렸는가를 국민 앞에서 명명백백히 밝히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대토론'을 하는 올바른 태도는 우선 '4대강 죽이기'를 '4대강 살리기'라며 강행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청와대의 '국민 대토론' 제안이 그런 대로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의 제안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신뢰하기 어려운 더욱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미 정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서 '4대강 죽이기'의 중단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제안은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것이거나 '일방적 홍보'에 그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정부가 제시한 이유들 중에는 '매몰 비용'이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이유이다. 애초에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을 강행해 놓고는 이미 많이 진척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강을 죽었다고 주장하며 마구 파괴해 놓고는, 이왕 파괴했으니 더욱 더 파괴해서 아예 죽여야 한다는 것인가? '4대강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혈세를 지키고 국토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토건 정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한사코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진정한 이유는 이것을 정권 재창출의 핵심 사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3년 만에 무려 22조 원에서 3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혈세를 4대강 곳곳에 풀어서 전국적으로 지지 세력을 형성해서 201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무모한 사업을 이렇게 참혹히 강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토건 정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임기 안에 끝나는 대규모 토건 사업은 없다. 그렇게 해서는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정부는 '운하 1단계'를 건설했으니 '한반도 대운하'를 완성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매몰 비용의 문제도 해결하고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다면서.

정부는 '4대강 살리기'로 아름다운 강을 만든다고 선전한다. 이에 대해 일곱 살짜리 우리 딸도 자기가 좋아하는 풀밭과 강변을 '4대강 살리기'가 모두 없애 버리고 있다며 벌컥 화를 낸다. 내가 가르친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이렇게 어린 아이들도 유치원에서 토론을 하고 TV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다.

우리는 '거짓말 홍보'와 '일방적 설교'로 세상을 속일 수 있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가슴 아픈 파괴의 현장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지구 전역으로 전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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