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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부동산, 더 큰 '충격'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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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부동산, 더 큰 '충격'이 밀려온다

주요 아파트 고점대비 20% 넘게 하락…장기하락 이어지나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85㎡(전용면적)의 실거래가가 가장 높이 올랐던 지난 2006년 10월(13억5000만 원에 거래). 시세차익을 기대해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이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최근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본금과 대출금(매입액), 그리고 대출금리를 합산한 것 이상으로 아파트가 팔려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7년 2분기 당시 투기지역에 적용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60퍼센트(10년 이상 만기 조건). 당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매입자는 최대 8억1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40퍼센트도 초기 주택 마련 당시 사용한 전세자금에 2금융권 대출금을 추가했다고 가정하면, 이 당시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 상당수가 엄청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했음을 짐작 가능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당시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5월 현재 은마아파트 85㎡의 실거래가는 10억4000만 원. 약 3년 사이 손실율이 23퍼센트에 달한다. 이 기간 평균 대출금리를 5퍼센트로 가정하면, 투자자는 매년 최소 4050만 원의 대출금리를 지불해 왔다. 이자를 감안한 실질 손실액이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만약 현재의 세계적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에서 원리금 상환 압박이 들어온다면? 투자자는 최악의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국가경제 위기로 연결된다.

부동산 '다단계', 파열음 내고 무너지나

한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피라미드형 다단계 사업과 닮은 점이 많다. 먼저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구입한 상품(아파트)을 더 비싼 돈을 치르고 살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입비용은 고스란히 손해로 남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파트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이 생겨나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과거에는 현실로 이뤄졌던 이 '부동산 불패 신화'가 본격적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대형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13주 연속 하락했다. 석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파트 물가는 역주행한 셈이다.

은마아파트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어온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고점 대비 2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재건축 로또'의 대명사로 불린 잠실 주공5단지 82㎡(전용면적)의 올해 4월 실거래가는 11억7500만 원. 14억7000만 원에 거래됐던 고점(2006년 11월) 대비 하락률이 20.1퍼센트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11월 16억3000만 원에 거래되던 분당 정자동 현대아이파크 1차 173㎡(전용면적)는 올해 1월 12억3500만 원에 팔렸다. 24.2퍼센트 하락했다. 이후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하나인 안양시 평촌동의 귀인현대홈타운 81㎡(전용면적)는 올해 5월 5억400만 원에 거래됐다. 고점이던 2006년 11월(7억 원)보다 28.0퍼센트 떨어졌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 추이. 실거래가가 실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거래가 드물었음을 뜻한다. 아파트 가격 상승의 진원지 대부분이 고점이었던 2006년 말 이후부터 거래량 하락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제공

최근 아파트 시장 침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거래량 발표자료를 보면, 5월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는 총 3만2141건으로 전월대비 26.9퍼센트, 2006년에서 2009년 사이 동월평균과 비교해서는 29.2퍼센트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량은 전달(4월)보다 각각 30.3퍼센트, 24.2퍼센트 줄었고, 동월평균에 비해서는 무려 66.7퍼센트, 59.6퍼센트 급감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실수요자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과 불확실한 경제여건에 둘러싸여 주택구입 의사를 잃어버렸음을 추정 가능하다.

지금의 주택경기 하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세계경제 전망이 워낙 불투명한데다,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소비침체로 인해 국내 경제가 제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가계부채 증가 현상이다.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내리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은행, 2금융권, 새마을금고)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336조 원까지 늘어났다. 주택거래량이 줄어드는데도 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위기로 인해 생활비 혹은 개인사업비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택 매입은커녕, 당장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악순환 고리 끊을 수 있나

일각에서는 올해 초 이어진 전세가격의 상승을 두고 "전세가 상승이 아파트 매매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주택을 저가에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하락기가 올 것으로 전망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5일 "매매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는데, 이는 버블 붕괴 직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일시적으로 매매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미국과 일본도 이와 같은 현상을 겪었다. 이를 두고 '주택시장 회복'을 운운하는 것은 여론 호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동안 이어졌던 전세가격 상승세 역시 최근 들어 한 풀 꺾였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라 제시한 결과는 다소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최근 들어 수도권의 전세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근본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결국 전세가도 그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경제위기 이후 심각해진 악성 미분양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급이 초과 현상을 빚는 이상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4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11만409가구며, 서울과 수도권에는 2만5910가구다. 안 팔린 상품이 시장에 널려 있는데도 올해 수도권에 새로 공급될 예정인 물량은 총 17만1000가구에 달한다. 작년보다 1만5000가구가 더 많다. 공급 과잉이 심각해 주택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가격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주택 공급이 계속 이뤄지는 이유는 건설업의 특성 때문이다. 건설업은 자금 회전 속도가 중요한 산업이다. 주택시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건설업체는 연달아 신규 사업을 수주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대출을 받아 이 기간 동안 사업을 영위하고 분양수익으로 이를 메운다. 자금회전이 안 되면 아파트 건설 사업은 지탱이 어렵다.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만들어내고, 낡은 아파트는 부숴서 다시 지어 올려야만 사업의 영속성을 바랄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계속된 건설업 구조조정을 두고 "불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건설업 구조조정을 채권단과 민간에 맡기는 이른바 '자율협약'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3년 간 내리 이어진 건설업체 신용위험평가 결과에도 정작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발표된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C등급 업체가 9개, D등급 업체는 7개가 지목됐다. C등급은 워크아웃 대상이며 D등급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제대로 솎아지지 않은 건설사가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하는만큼 미분양 사례, 건설업에 대한 자금순환 경색 사태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입주자들과 건설업체 사이 할인분양 논란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건설업체가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입주자들이 빚을 내 얻은 분양가보다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저가 분양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는 모습. ⓒ뉴시스

선대인 부소장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될수록 그만큼 침체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부터 구조조정에 나서길 주저하다보니 아무도 이 후유증을 감내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모든 방향이 가격 하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요 감소, 공급 증가, 매매가 하락, 건설업의 신용도 하락은 악순환의 고리를 단단히 만들어냈다. 3분기께가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충격이 시장에 밀려올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와 주택 구입자에게 금융비용 증가로 다가온다. 자금회전력이 떨어진 경제주체들이 파산할 수 있다. 악성 연체가 늘어난다면 최악의 경우 금융권도 자금경색에 휘말릴 수 있다. 이는 심각한 경기 침체의 고리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경로다.

전문가들 상당수가 입을 모아 지난 2008년부터 빠른 구조조정을 주문한 이유다. 어차피 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산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를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악순환의 고리는 가히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히고 설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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