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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였다면 지금 민주당 나와 신당 창당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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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였다면 지금 민주당 나와 신당 창당했을 것"

[인터뷰] 민주당 '쇄신연대' 천정배 의원

대선 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참패한 뒤 치러진 지난 2008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대표가 당선됐을 때, 당 안팎에선 '당심(黨心)이 민심(民心)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당시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줄곧 추미애 후보에게 뒤졌던 정세균 후보가 1차 경선에서 과반을 넘기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민주당은 8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정세균 체제'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심을 업고 권력을 거머줬던 정 대표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다소 무리였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를 포함해 임기내 모든 선거에서 이겼고, '제1 야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던 당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는 등 '관리형' 정세균 대표가 적잖은 성과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충돌이 생긴다. 현 지도부는 눈 앞에 닥친 7.28 재보선을 강조하면서 당장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쇄신연대'의 주장을 '권력 투쟁'으로 몰아붙인다. 반면 '쇄신연대'는 이런 지도부의 입장이 사실상 변화를 거부하면서 '정세균 장기집권'으로 가자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던진다.


2012년 총선까지 이어질 지도부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는 향후 당의 노선 뿐 아니라 대권주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리더와 리더십을 만드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정세균-반(反)정세균'이라는 구도가 짜여지겠지만, 이 구도 안에 어떤 내용이 채워질지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2008년 전당대회처럼 당의 조직구도가 결과를 좌지우지할 때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4일 공식 출범하는 '쇄신연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쇄신연대'에는 천정배, 장세환, 최문순 등 개혁성향 의원들이 포진된 '국민모임' 뿐 아니라 당내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정동영계, 추미애, 박주선 의원을 비롯한 구민주계 일부도 함께 하고 있다. 현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선 같지만, 다른 지점이 더 많아 보이는 의원들이다. '쇄신연대' 내에서도 천정배, 박주선, 정동영 등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이 많다. 누가 대표주자가 될 것이냐, 아니면 대표주자로 모아지지 않고 각개전투에 나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작게는 '반정세균'의 돌파력 뿐 아니라 크게는 민주당의 앞날까지 영향을 미칠 변수다.

"그래도 내가 가장 공정하게 하지 않겠냐"는 게 '쇄신연대'를 한 중심축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목포가 낳은 3대 천재' 중 하나로 꼽히면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다가 15대(1996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인으로 천정배는 여타 의원들과는 좀 다르게 계속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미디어법 강행에 반대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장외투쟁을 벌인 '3인방'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민주당의 '색깔'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겠다.

다음은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있었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최형락)

'창업주'가 됐어야할 정세균, 직무유기했다

프레시안 : 어제(6월 30일) 의원 총회가 열렸다. 민주당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쇄신연대의 주장에 대한 팽팽한 토론의 자리였다.

천정배 : 정세균 당 대표를 빼고 24명이 얘기를 했다. 수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의원들이 공감한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과감한, 획기적인, 아니 혁명적인 변화의 필요성이다.

논쟁 지점은 방법이었다. 나를 비롯해 15명의 의원들이 당장 혁신기구를 만들자고 했다. 지금은 7.28 재보궐 선거에 '올인'해야 할 때라는 의견은 7명에 그쳤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변화의 의지를 읽었다는 게 개인적으로 고무적이었다.

다만 전당대회가 8월 말로 예정돼 있는 것이 걸린다. 7.28 재보선 이후 고작 20일 만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의 기득권 카르텔 그대로 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총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프레시안 : 정세균 대표도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방선거 끝난 뒤에 정 대표가 '민주당이 예뻐서 국민들이 찍어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결국 시기에서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천정배 : 시기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저에 깔린 것은 의지의 문제다. 정세균 대표는 말은 변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은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세균 대표나 측근들은 정 대표가 가장 당이 어려울 때 당을 맡아서 모든 선거에서 이겼고 민주당을 여기까지 올려놓았다고 평가한다.

천정배 : 관료주의적 접근 방법이다. 정 대표가 가진 문제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가면 2012년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어디 있나? 정세균 대표가 다소 잘했다는 평가와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차지할 초석을 쌓았는지는 전혀 다른 각도의 문제다.

분명한 사실은 정세균 대표가 지난 2년간 했던 그대로 앞으로 2년을 보내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의총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지금 민주당 지지자도, 당원들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도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지 못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잡아내서 해결해야 할 때다.

심각한 중병이 있는데 화장을 잘하면 다인가. 물론 정 대표가 상처 난 곳에 빨간약을 발라 긁힌 상처 정도는 치유하면서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가 왜 정권을 잃었는지, 왜 총선에서 참패했는지 돌아보지 않고 있다. 시대의 요구를 민주당이 어떻게 충족해 줄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대선과 총선을 치루고 처음 정상적으로 들어선 지도부가 정세균 대표였다. 그렇다면 기둥도 세우고 대들보도 까는 작업을 했어야 한다. 새로운 창업주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 부분에서 완전히 직무유기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창피하지만,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우리조차 스스로 몰랐다. '한나라당과는 다르다'는 것이 전부다. 특권 계층을 위한, 수구 보수 정당은 아니라는 것, 그 하나만 확실하다. 개혁정당으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며 남북화해에 앞장선다? 민주당의 그런 주춧돌은 정 대표가 만든 것이 아니다. 지난 50~60년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정 대표는 그 위에서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또 야당으로서 야당다운 철학을 가지고 이명박 정부의 학정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야성이 있었어야 했다. 그 점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내 민주주의나 소통은 잘 했나? 국민과는? 당을 완전히 사(私)당으로 만들었다. 창업주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방치한 거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DJ 때 프레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 핵심 문제는 당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오랫동안 야당이었다가 지난 10년간 집권 과정을 거치면서 불가피한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사후적 평가와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현재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대판 비판은 불가능하다.

천정배 : 바로 그거다. 진보정당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 진보적 자유주의가 좋다고 본다. 단순한 '진보'로는 불충분하다. 이명박 정부가 온갖 권력을 사유화해서 횡포를 일삼고 총리실을 시켜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월권을 저지르고 있다. 자유주의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상당히 부진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당'이라는 말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실제로 그런가도 의문이긴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30년 전부터 쓰던 말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매일 변하고 있다. 변화를 반영한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대체 민주당은 진보인지 보수인지 중도인지, 중도란 대체 무엇인지, 개별적으로는 한미 FTA는 어떻게 봐야하는지 우리의 자리를 정했어야 했다.

사실 정 대표가 지난 2008년 취임하자마자 '뉴 민주당 선언'을 한다고 했다. 굉장히 기대했다. 그런데 초안이 지난해 5월 나왔다. 올해 초에야 '뉴 민주당 플랜'을 내놓았다. 정확히 시점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없었다. 제1야당 지도부가 직접 전국을 다니면서 새로운 비전을 설명하는데 다음날 신문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취급을 받았다.

또 중요한 것은 '당풍'이다. 당의 행태, 문화, 시스템 얘기다. 국민들과는 소통하고 당 내에서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했어야 한다. 그 점에서도 지난 2년 간 퇴보했다. 이 두 문제는 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가야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비전 제시와 당의 행태를 개혁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 지도부,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

프레시안 : 동전의 양면이라지만 쇄신파의 여러 요구 가운데 당내 개혁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권과 대권의 분리나, 전당대회 룰과 같은 것들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쇄신연대의 요구도 당내 권력 투쟁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천정배 : 근본적으로는 그런 요소가 있다. 전당대회가 변화의 모멘텀이 되어야 하지만 결국은 결과로 얘기한다. 전당대회가 변화에 대한 논쟁의 장이 되고 차기 지도부는 그 결과로 뽑히는 것이다. 당의 강령도 그 결과물이 될 것이다. 당의 과감한 변화, 수권 정당으로의 재창당이 이뤄지려면 결국 어떤 지도부가 탄생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다른 말로 당권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당권 다툼으로만 보지는 말아 줬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권력 다툼으로 비춰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쇄신모임의 구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당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의원들도 있지만 지난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도 쇄신모임에 참석했다. 결국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천정배 : 기본적으로 쇄신연대는 당의 재창당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물론 여럿이 모였느니 각자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일사분란한 지휘 체계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쇄신연대는 당의 변화를 가장 강력하게 추구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앞둔 마지막 전당대회다. 정치일정을 앞두고 당내 지분을 확대해 나와 가까운 계파가 공천을 더 받게 한다거나, 대권 주자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다툼에 머물러서는, 민주당은 죽는다. 그야말로 죽는다고 본다. 국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줄까? 이번 당 대회가 대권 도전을 위한 전초전이나 당내 지분 다툼이 되는 것은 내가 앞장서서 막겠다.

프레시안 : 지도부가 누가 되는지가 민주당의 혁신에 상당히 중요하다면 쇄신연대 내에서 후보 단일화도 고민해 볼 문제 아닌가? 이미 천 의원 외에도 박주선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쇄신모임에 참여했던 정동영 의원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천정배 : 나와 문제의식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서로 힘을 합쳐야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세균 대표에 대항하기 위한 단일화는 아니다.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재창당에 뜻을 같이 하고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당연히 합쳐야한다.

프레시안 : 최근 정세균 대표와 면담도 했다. 쇄신연대의 이런 '과감한 변화' 주장에 대해 현 지도부는 어떤 반응인가?

천정배 : 1시간 훨씬 넘게 만났지만 특별한 말은 없었다. 혁신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논의해보겠다는 수준이었다. 의원 총회 때와 다르지 않았다.

프레시안 : 현재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나?

천정배 : 내가 보기엔 그렇다.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을 고치고 살려야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현 지도부가 쇄신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비상한 행동'을 하겠다고 했다. 결국 행동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천정배 :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볼 것이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은 신당을 만들 때라고 본다. 완전히 새롭게 새 틀을 만드는 것이다. 신당을 만들어 야권을 평정하고 끌어들이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힘이 없다. 나도 없고 야권 내 어떤 세력도 그런 힘은 못 가진 것 같다. 결국 미우나 고우나 야권의 맏형이라 불리는 민주당을 고치고 살리고 개방해야 한다. 기존의 기득권 구조에서 나와 전체를 아우르는 수권정당의 확실한 면모를 갖춰야 한다.

비상한 결심도 그런 맥락에서 1차적으로는 민주당 내에서 당원들의 의지와 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될 것이다. 당원들의 힘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전당대회 보이콧 등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당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필요한 모든 것은 할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민주당의 운영이 폐쇄적이라면 당원들의 요구도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 만일 목숨을 걸고 움직여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천정배 :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의 역사와 전통을 믿는다. 당원들을 신뢰한다.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도 아니다.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에게 이길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나? 사실 나는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되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든 누구든 한나라당 후보가 또 이긴다. 거꾸로 민주당이 지금 이대로 2년을 더 가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당원들도 잘 안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원들이 그야말로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DJ와 같은 힘이 있다면 신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재 국민참여당이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당을 새로 만들었다. 민주당과의 차이를 물어보면 국민참여당은 '당 운영 방식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한다.

천정배 : 국민참여당이 DJ만큼 힘이 있었다면 민주당은 무너졌을 것이다. 국민참여당이 제1야당이 됐을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이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거치면서 야권 연합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져버렸다. 좋은 의도로 창당을 했더라도 분열이 됐을 뿐이다. 민주당의 문제를 정조준 해 해결하지 않고, 몇 사람이 이탈하는 방식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참여당의 방법은 아니었다고 본다.

야권에 인물이 없다고? 그 자체도 당대표 책임

프레시안 : DJ 이야기를 했는데 국민들이 민주당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리더와 리더십인 것 같다. 이는 당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닐 수 있다.

천정배 : 당의 모습이 결국 리더의 모습이다. 확고한 국가 비전과 가치를 갖추고, 그러면서도 국민과 소통하고 더 많은 이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국민이 주인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조건이다. 야권에 인물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인물은 어떻게 생길까?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물은 국민이 키워주고 시대가 만들어낸다. 특히 지금은 시대의 기운이 있다. 이명박 정권의 학정과 권력의 사유화, 국가 주권도 민주적 가치도 모두 무너뜨린 상황을 종식시킬 사람을 원하고 있다.

두 번째로 당이 만들 수도 있다. 내가 완전개방형 전당원투표제를 요구하는 이유다. 누구든지 당원이 되면 당장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국민 투표제다. 그렇게 당 대표를 뽑으면 그 사람은 인물로 크는 것이다. DJ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아직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리더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는 당 대표다. 정 대표가 2년 이상을 당을 맡았는데 인물이 없다면 그 자체도 정 대표의 큰 책임이다. 본인이 인물이 되던지, 인물을 만들던지 했어야 했다. 여당의 대표와 야당의 대표는 다르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관리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야당 대표는 그야말로 야권의 최고 수장이다. 저쪽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면 이쪽에는 정세균 대표가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전당대회 전에 7.28 재보궐 선거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는 민주당의 의지가 강했다기보다 국민적 분위기가 크게 좌우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국민은 재보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분위기는 '지방선거와 총선은 다르다'며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처럼 보인다.

천정배 : 야권연대 없이 재보선은 이길 수 없다. 은평을에 야당 후보들이 각자 나가면 이길 수 있을까? 지금부터 선거 구도를 1:1로 만들어야 한다. 8개 지역 전체에서 완벽한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재보선 승리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총선이야 민주당 힘만으로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진보개혁 세력의 연합 없이는 희망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39만 표 차, 노무현 전 대통령이 57만 표 차로 이겼다. 1%포인트 수준이었다. 간신히 이긴 것이다. 연합 없이는 절대 못 이긴다는 얘기기도 하다. 의원들 중에 일부는 '대선은 어찌 되든, 총선에서 이겨 국회의원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그를 위해서는 7.28 재보선에서 필요한 한도 내에서 민주당이 양보를 해야 한다. 사실 양보가 아니다. 그를 통해 국민의 신뢰도 얻고 의석도 마찬가지다. 각자 나가서 과연 몇 석을 얻을 수 있을까. 양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호혜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헌신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굉장한 수혜자다. 다 함께 수혜자가 되자는 것이다. 그럴 때 국민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천정배와 민주당의 입장 차이는?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정책적인 입장을 보면 천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왼쪽으로 분류된다. 당 대표에 도전장을 냈는데, 당의 입장과 개인적 소신을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

천정배 : 우선 당의 비전과 가치에 대해 대대적으로 논의를 할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그렇고 국회의원, 핵심 당원, 일반 국민, 시민사회단체까지 개방적인 논의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대표가 된다면 상당한 힘을 갖게 되겠지만 내 생각이 곧 당의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토론을 열심히 하고 소통하면 답이 안 나올 리가 없다. 내가 주장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역시 충분히 광범위한 당원의 지지를 얻는 당의 정체성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당장 현안에서도 천 의원과 민주당의 노선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한미 FTA도 사실상 재협상을 하기로 하면서 다시 한미 FTA가 현안이 됐다. 천 의원은 한미FTA에 반대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이 어떤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천정배 : 이명박 대통령이 국익까지 내팽개쳐 가면서 또 양보를 하려고 한다. 차라리 재협상을 하면 우리도 얻을 게 있을지 모르지만, '조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더 내어 줄 것만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밀실에서 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작권은 강경 보수파를 달래기 위한 국내 정치적인 고려에서 연기한 것이다. 이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의 사유화다. 민주당이 확고하게 반대해야 한다.

한미 FTA도 쇠고기와 자동차를 더 양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절대 막아야 한다. 또 원래 맺은 FTA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미 FTA가 이대로 비준되면 2008~2009년과 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더 취약한 시스템이 된다.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재검토할 부분은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시간 내줘서 고맙다. 전당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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