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하는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합의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8년 취임 첫 해 이 대통령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던 문제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문제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오는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한미 FTA 협상 실무 작업을 완료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자동차, 쇠고기 등 오바마 정부가 그간 불만을 제기했던 문제에서 미국 측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한미쇠고기협상을 통해 그간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했다. 더구나 모든 연령의 쇠고기에 대해 수입을 허용한다고 합의했었다.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무시한 협상 결과에 대한 분노는 '촛불집회'의 시발점이 됐다. 한달 이상 지속된 '촛불집회'에 결국 한미 양국은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조정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축산업계의 불만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한국에 전달됐다. 지난달에는 미 상원이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면서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실상 재협상을 의미하는 이번 한미 FTA '추가협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정범구 의원 "변질된 수입쇠고기 중 97.1%가 미국산"
이런 가운데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추가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검역 과정에서 위생조건위배로 불합격된 수입쇠고기 물량의 94.58%가 미국산"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더구나 변질로 인해 불합격된 물량 중 미국산의 비중은 전체의 97.1%나 됐다.
정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불량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허술한 규제와 검역과정을 반영한다"며 "작년 9월 일본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진(SRM)인 소의 등뼈 16킬로그램이 발견되자 일본은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조치를 내렸지만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또 다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흥정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작권과 FTA, 마음대로 엿 바꿔 먹을 일들이 아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미FTA 문제에 대해 "FTA는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체결하는 것"이라면서 "혹여라도 다른 목적을 위해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거나, 이미 협상이 끝난 내용을 수정하면서까지 비굴하게, 또는 굴욕스럽게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그 '수정'의 내용이 2년전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에 상관없이 부산물까지 수입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전작권과 FTA는 별개의 문제다. 마음대로 엿 바꿔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