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평소에 세면대 옆에 있던 면도기가 보이지 않아서 아내를 불렀고, 화장실까지 달려 온 아내가 "잘 좀 찾아보지 그래요"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면도기를 찾아주는 순간 "왜 놔 둔 자리에 안 있고, 위치가 달라졌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아내가 "그런 일로 왜 그렇게 언성을 높이느냐?"고 대꾸를 하기에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려다 겨우 안정을 찾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근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큰 소리를 지르거나 목소리 톤의 변화에 의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전보다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직장일이 힘들다 해도 지금까지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스트레스의 부작용이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덮쳐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경상도 사나이가 다 그래", 이런 말처럼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집단의 대표적인 성격을 지닌 것처럼 파악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집단의 특성이 그나마 바람직한 것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본인이 속하고 싶지 않은 집단의 특성에 비유되기라도 한다면 기분이 나빠질 것입니다. 이럴 때 "욱"하고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라오기라도 하면 성질을 못 참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질병을 야기하는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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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사람의 몸을 질병 상태로 몰아넣은 방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율신경계를 통한 방법, 둘째, 내분비계를 통한 방법, 세 번째는 면역계를 통한 방법입니다. 이중에서 오늘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질병이 발생하는 예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소화 불량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생겨 심기가 불편할 때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예라 하겠습니다.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 불량이 지속되면 위산이 많이 분비되어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얼른 해결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다른 질병으로 고혈압을 들 수 있습니다. 불안이나 불면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불안한 상태를 해결하고 나면 혈압이 다시 떨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저혈압이 되거나,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처음에 고혈압이 생긴 것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감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찾기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대화가 그만큼 생활 환경을 각박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변 환경을 바꾸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를 냈다가는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스트레스와 맞서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일으킬 뿐입니다.
스트레스가 생길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좋은 스트레스인지 나쁜 스트레스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시험을 쳐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게 승진 시험이라면 왜 이 나이에 시험을 쳐야 하는지 한탄할 게 아니라 승진을 위한 기회가 왔으니 자기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적극 대처하는 것이 해결 방법입니다.
반대로 나쁜 스트레스라면 피해 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마음먹고 주식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본전 생각으로 기다릴 게 아니라 10퍼센트가 떨어질 경우 손절매를 하라는 투자 상담가의 의견대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스트레스 해결 방법은 평소에 잘 먹고, 잘 자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입니다.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이고, 똑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자더라도 (몸이 피곤한 가운데 더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를 더 보기 위해 시간을 보낸 후 뒤늦게 잠들 게 아니라)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에 잠을 청하는 것이 잘 자는 것이며, 일하는 것보다는 쉬는 게 편하니까 장시간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해야 할 일을 활기차게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잘 쉬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꼭 필요한 요소의 한 가지는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여기서 운동은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이외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요인입니다. 날마다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뛰는 습관을 가져 보십시오. 하루 중 어느 때건 스트레스가 찾아오노라면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양의 운동을 함으로써 골치 아픈 일들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운동이 과연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는 대신 당장 실천에 옮겨 보면 운동의 탁월한 효과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욱"하는 성질을 다스리는 운동법
혹시 자신이 또는 주변에 화를 잘 내는 분이 있으신지요?
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미국 볼티모어에서 개최된 미국스포츠의학회에서 발표된 재미있는 논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용은 운동에 의해 분노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대할 때면 '참으로 기발한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연구 내용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운동이 분노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화를 잘 내는 성격을 지닌 남성 16명이 시험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② 최대 산소 섭취량의 65퍼센트가 되도록 자전거를 타게 합니다.
③ 자전거를 타기 전과 자전거를 30분 탄 후에 분노를 일으킬 만한 장면을 보여 줍니다.
④ 이 때 표출되는 분노의 정도를 시험 대상자가 표현하게 하고, 뇌의 활동성에 대한 사진을 찍어 측정합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스트레스 전문가 톰(Nathaniel Thom) 박사는 "아스피린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듯이 운동이 분노의 감정이 표출되는 것을 예방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운동이 바로 약이라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시험 대상자가 스스로 느끼는 감정 변화(분노)가 운동 전과 비교할 때 운동 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만, 특징적인 것은 뇌파 검사에서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과학적인 증거를 찾지는 못했으나 기분상으로 운동이 분노와 같은 감정 조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운동이 어떤 기전에 의해 감정 조절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운동이 만병통치약에 버금갈 정도로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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