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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수비·공간창출…한국의 강점 아르헨티나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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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수비·공간창출…한국의 강점 아르헨티나가 보여줘"

[김강남 관전평] 한국팀 실력 되볼아보는 계기 삼아야

아르헨티나전서 한국팀은 예상 밖의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펼쳤다. 북한, 스위스처럼 완전히 전원 수비로 전반에는 철저하게 지키는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은 수비라인을 상당히 앞에 두고 미드필드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수비-공격진영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많이 뛰는 축구를 통해 아르헨티나와 맞불을 놓을 심산이었다.

전반전만 잘 버티면 후반에 찬스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그리스전 직후 예상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을 한 게 첫 번째 패인이다. 박주영이 앞에 붙는 아르헨티나 선수를 너무 의식하다 시야에서 볼을 놓쳐버렸다.

이로 인해 준비해 온 전술이 와르르 무너졌고, 선수들의 심리상태도 나빠졌다. 아무래도 먼저 실점을 허용하다보니 더 공격적인 성향을 띌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수비라인이 더 앞으로 전진하는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 추가골을 허용한 이유다.

그나마 이청용이 만회골을 전반 종료 전에 넣어서 후반 초반 우리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주전 수비수 왈테르 사무엘(인터 밀란)이 부상으로 교체된 틈이 생긴 덕분이다. 이 부분을 더 적절하게 공략하지 못한 게 두 번째 아쉬움이다.

한국팀은 공격을 할 때 길고 부정확한, 경쟁을 붙이는 패스를 많이 시도했다. 고지대에서 우리의 체력 부담이 상당히 컸다. 고지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패스플레이를 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상대의 압박도 뛰어났다. 이청용과 이영표가 측면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점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박지성이 전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박주영도 상대 수비수를 넘지 못했다. 수비수들도 너무 쉽게 상대에게 주도권을 뺐겼다. 우리 포메이션상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내려와서 최소한 무승부는 가능하게끔 경기를 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17일(이하 한국시간)오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경기장에서 2010남아공월드컵 B조 한국 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렸다. 이과인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 경기는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다'고 굳이 말할 상황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우리는 개인기, 경기운영 능력에서 아르헨티나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난적으로 꼽았던 그리스를 쉽게 이기면서 우리 실력을 너무 과신한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메시를 못 막았다. 메시가 이날 경기를 풀어나갔는데(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는데), 메시의 움직임에 우리가 휘말리면서 다른 선수가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을 내줬다. 우리의 강점으로 여겼던 압박수비, 수비 오버래핑에 의한 역습, 공간 창출 등의 전술을 오히려 아르헨티나가 우리에게 선보였다. 수비 뒷공간이 수차례 열려 너무나 쉽게 골을 내줬다.

결국 우리 선수와 아르헨티나 선수의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이날 결과를 낳았다. 우리가 믿었던 공격수들은 상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다만 마라도나 감독의 선수 교체 타이밍만은 칭찬받을 만하다. 과감한 선수 교체로 한국 쪽으로 오던 분위기를 바로 반전시켰다.

이동국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투입한 것 같다. 오범석의 출전은 딱히 문제가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 어차피 한국 대표팀의 역량 자체가 아르헨티나를 맞아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이지리아전을 생각하면 우리가 점수 관리를 못한 게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지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경기를 운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김강남 서울유나이티드 감독
일단 다음 경기에까지 오늘의 악영향이 이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추스르는 게 필요하다. 나이지리아전도 오늘처럼 맞불을 펴서는 위험할 수 있다. 결국 한국으로선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을 좁히고, 상대보다 많이 뛰는 것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오늘 패배를 교훈삼아 다시금 승부에만 집착하고 체력훈련에만 목을 매는 한국 학원축구의 현주소를 되짚어야 한다. 결국 선수 개인역량에서 이 정도 차이가 나는 한, 강호를 잡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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