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정부 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 22쪽에서 29쪽까지 "입원 환자의 상세한 기록"(Hospital In-Patients in Detail)이 적혀 있다. 여기에는 입원 환자 265명의 일련번호(입원 순), 나이, 성별, 질병 명, 수술 종류, 수술 의사, 입원 일수, 치료 결과가 나와 있다. 수술 의사 A는 알렌(Allen), S는 스크랜튼(Scranton), H는 헤론(Heron)을 나타낸다. ⓒ프레시안 |
입원 환자 265명 가운데 남자는 229명(86퍼센트), 여자는 36명(14퍼센트)이었으며, 남자 환자의 평균 나이는 32.3세, 여자 환자는 39.8세로 환자 전체의 평균 나이는 33.3세였다. 당시 조선인의 평균수명이 30세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입원 환자, 특히 여자 환자의 나이는 상당히 많았던 셈이다.
▲ 입원 환자의 성별 분포와 평균 나이. ⓒ프레시안 |
제중원 입원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20대가 8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78명, 40대 39명 순이었다. 10세 미만은 불과 2명이었고, 10대도 21명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 환자는 30대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40대, 50대, 60대가 5~7명으로 비슷했다. 10대 여자 환자의 나이도 19세로, 결국 소아청소년기의 여자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 입원 환자의 연령 분포. ⓒ프레시안 |
제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주요한 질병이나 증상은 안과 질병 43명(16퍼센트), 성병 38명(14퍼센트), 종기 26명(10퍼센트), 외상 22명(8퍼센트), 대장항문 질병 22명(8퍼센트), 궤양 19명(7퍼센트), 골관절 질병 10명(4퍼센트), 복수(腹水) 7명(3퍼센트), 생식기 질병 6명(2퍼센트) 등이었다. 이들을 합하면 193명으로 전체 환자의 73퍼센트를 차지했으며 대개 외과적 처치를 필요로 하는 질병들이었다.
여자 환자는 안검내반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성병이 6명(매독 2명, 경성하감 2명, 연성하감 2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 농양과 궤양이 2명씩이었으며 화상, 각막 포도종, 탈구, 대농포진, 골절, 위경련, 수은중독, 골관절 괴사, 구강 폐색, 골육종, 자궁주위염, 고막 천공, 자궁 탈출, 직장질 누공,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각 1명씩 입원했다.
이처럼 <보고서>에서 오늘날의 입원 환자와는 질병 종류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시 질병 발생의 양상이 현재와 크게 달랐으며 또 진단 기술의 미비로 실제 존재하는 데도 발견하지 못한 질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癌)은 골육종 1건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데, 당시에는 지금보다 암 발병이 적기도 했지만 암을 진단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 제중원 입원 환자의 질병 또는 증상. ⓒ프레시안 |
입원 환자 가운데 수술을 받은 사람은 135명이었고, 받지 않은 사람은 130명으로 비슷했다. 의사들이 수술을 한 건수는 알렌이 8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헤론이 31건, 스크랜튼이 3건의 수술을 했다. 또 알렌과 헤론이 함께 한 것이 13건, 알렌과 스크랜튼이 함께 한 수술도 1건 있었다. 알렌보다 늦게 조선에 온 헤론이 제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알렌이 55건의 수술을 한 것으로 보아 여전히 알렌이 수술을 주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환자들의 입원 일수는 평균 17.3일이었으며, 수술을 받은 경우의 입원 일수는 18.9일로 받지 않은 경우의 15.7일보다 3일가량 길었다. 입원 일수가 210일, 122일이나 된 경우도 있었으며 30일 이상이 44명, 20일 이상이 87명 있었다. 210일 동안 입원했던 환자는 발에 천공성 궤양이 있었던 남자이며, 122일 입원했던 환자는 대농포진(大膿胞疹)이 있는 여자였다.
의사들이 스스로 평가한 치료 효과는 "완치(cure)" 106명(43퍼센트), "효과 좋음(good)" 82명(33퍼센트), "효과 양호(fair)" 15명(6퍼센트) 등 대체로(82퍼센트) 긍정적이었다. 이에 반해 치료 효과가 부정적인 경우는 "효과 없음(nil)" 35명(14퍼센트), "효과 나쁨(bad)" 2명(0.8퍼센트), "사망(died)" 7명(3퍼센트)이었다.
제중원에서 사망한 환자 7명은 브라이트씨 병(신장 질환), 비장 비대증, 각기, 복수, 전신성 단독, 수종, 폐렴을 앓던 환자로 이 가운데 복수 환자만 천자(穿刺·가는 바늘이나 관을 찔러 넣어 몸속의 액체를 뽑아내는 시술)를 받았을 뿐 다른 환자들은 별다른 처치를 받지 못한 채 각각 입원한 지 3일, 25일, 28일, 4일, 8일, 14일, 7일 만에 사망했다.
이 7명 외에 제중원에 입원했던 환자 5명이 더 사망했는데, 의사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들을 사망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우리가 치료했던 입원 환자 265명 중에서 1년 동안 사망한 사람은 6명뿐이었다. (사망자 수가 여기서는 7명이 아닌 6명으로 되어 있지만 앞에서 살펴 본 "입원 환자의 상세한 기록"이 훨씬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것에 근거하여 7명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필자) (그 외에) 5명은 위중한 상태에서 친구들이 (집으로) 데려간 경우로 퇴원 후 곧 사망했다. 사망자 6명에 이들을 추가해야 적절할 수 있겠지만, 무리하게 움직인 것이 죽음을 재촉했고 또 우리는 퇴원을 반대했기 때문에 이들을 사망자 수에 넣지 않았다." (<보고서> 31쪽 "입원 환자에 대한 설명")
입원 환자들의 구체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