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국정운영방식에 철퇴를 내린 민심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연일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당선된 지자체장들과 연대해 사업 강행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결단은 빨리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불행한 사태가 온다"며 "늦으면 늦을수록 이명박 정권에 짐이 될 것이고 레임덕이 빨리 올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의 포기를 요구했다.
1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더욱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감사원 조사에서도 군의 허위보고와 조작 사실이 드러난 것 아니냐"며 "국회에서 우선 특위를 가동해서 제대로 검증하고 그 결과가 납득이 되면 다행이지만 안될 경우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외교 무대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정 대표는 "지금까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만 무능한 줄 알았더니 천안함 사태를 통해 안보 무능도 드러났는데 이런 식이면 외교도 무능한 것이 된다"며 "사실 천안함 외교가 '올인'할 일이 아닌데 현 정부가 굉장히 경직돼 있어 대통령이 한 번 얘기하면 아무도 뭐라고 못 하고 '예스'만 한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후 이 대통령이 쏟아지는 '쇄신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 국정기조를 바꾸고 쇄신하는 것은 야당에게 밀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밀리는 것"이라며 쇄신을 주문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지방선거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단 '야권연대'의 승리였다. 여전히 국회 의석 수 뿐만이 아니라 정당 지지도 등에서 한나라당에 크게 밀리는 민주당 입장에서 '연합정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더 길게 보자면 정권 탈환을 위한 과제인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은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진보신당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 다른 '역사'를 썼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도 존재한다. 정 대표는 "우리든 저쪽이든 단일화를 못한 것이 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귀책사유는 진보신당 쪽에 있다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7.28 재보선에서 야권연대 문제에 있어서도 "전국선거는 연대가 다소 쉬운 편이지만 재보궐 선거는 조금 다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안산을에서 진보연합 후보인 임종인 후보와 단일화를 끝내 이루지 못하고 독자후보를 냈었다. 정 대표는 "총선과 대선까지 연대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대전제를 거듭 강조하기는 했지만 "연대라는 것이 우리가 내주는 게 될 수밖에 없는데 전부 다 내줄 수는 없다"는 솔직한 심정도 숨기지 않았다.
정 대표는 당 대표를 맡은 뒤 모든 선거에서 이겼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패러디한 '선거의 제왕'이라며 공을 높이 치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입지가 공고해질수록 '견제와 비판'도 커진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정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잡음도 적지 않았다. 이종걸 의원은 13일 "정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재출마한다면 당원들이 정세균 지도부를 심판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당권-대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며 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다. 국민들이 민주당이 힘이 너무 없으니 힘을 좀 줄테니 제 역할을 해보라고 했다. 그 힘은 민생을 살리는 데 써야 한다"며 논의를 일축했다.
다음은 11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 정세균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4대강 강행하려 할수록 레임덕 앞당겨져
프레시안 : 야당의 지방선거 승리 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 얘기가 나온다. 당연히 국정기조 변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크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종시인데, 이는 여당이나 청와대 내에서도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또 다른 하나인 4대강은 계속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정세균 : 불행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4대강을 야당이 반대한다고 보면 안 된다. 국민이 반대하는 것이지 야당의 반대는 아니다. 야당이 항상 국민과 등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야당이 반대할 때가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한다. 시민사회도 반대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4대 종단에서도 반대한다. 성직자들이 단식을 하고 있다. 소신공양까지 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받아들이질 않는다는 말이냐. 늦으면 늦을수록 이명박 정권에 짐이 될 것이고 레임덕이 빨리 올 수 있다. 결단은 빨리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불행한 사태가 온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연합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막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박준영 전남지사 등 벌써부터 일부 지자체장의 의견이 당론과 다른 것 같다.
정세균 : 정확히 보자면 일부 언론에서 약간 왜곡한 측면이 있다. 영산강 사업과 관련해 박준영 지사의 의견과 사실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영산강을 보면 강이 있고, 하굿둑이 있고, 영산강에 유입되는 지천이 있다. 광주천, 영암천 등 이런 지천의 수질이 큰 문제다. 4급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천의 수질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수질개선은 안 됐는데 보를 건설해 물을 막아 4급수의 오염된 물을 가두면 재앙이 온다. 특히 영암천은 4대강 가운데 가장 수질이 안 좋은데 이는 보를 막아서 그렇다. 보 건설의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강 사업에는 수질 개선과 준설, 보 건설의 세 가지가 들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그 가운데 준설과 보 건설이다. 내 입장은 수질 개설과 준설은 하자는 것이고, 박준영 지사는 수질 개선과 준설, 보 건설을 다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준영 지사가 왜 그럴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얘기하기 전부터 박 지사가 공약한 것이 '영산강 뱃길 복원'이다. 그런데 뱃길을 복원하려면 준설을 해야 한다. 다른 강에 비해 영산강의 퇴적토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강은 하천이 제 구실 할 수 있도록 많이 준설이 돼 있는데 영산강은 예산 투입이 안 돼 제일 준설이 안 돼 있다. 그래서 나도 준설 좋다, 그런데 과도하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즉, 대운하로 의심될 수 있는 대규모 준설이 아니라 강이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준설을 하자는 것이다.
우선 지천의 수질개선을 해야 하고, 준설은 같이 하고 보 건설을 꼭 하고 싶으면 수질 개선 된 다음에 적절한 수준으로만 하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박 지사와 내 입장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박 지사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고 부도덕하게 이용한다. 10일 전남 국회의원들과 박 지사가 오찬 간담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그런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얘기도 아닌데 왜 우리가 이용당하냐'는 불만이다.
프레시안 : 4대강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이슈가 천안함이다. 10일 감사원의 조사 중간발표로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야당 입장에서 문제제기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여당을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세균 : 당초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것이 그래서다. 지난 4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합조단 조사를 누가 믿겠냐는 것이다. 또 철저하게 기밀주의로 일관하고 '이것이 진실이니 믿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최소한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분명하게 요구했었다.
그랬더니 국정조사 전에 국회 특위부터 하자고 나왔다. 그래놓고 두 차례 특위 열고 지금까지 피하기만 했다. 그게 잘못이다. 우선 특위를 가동해서 제대로 검증하고, 그 결과가 납득이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될 경우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당 일각에서는 남한과 북한, 중국, 러시아의 4자가 조사를 해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것도 수용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내용은 전혀 모르는데 무조건 정부가 조사한 것이니 믿으라고 하면, 그건 못 믿는다. 국회가 직접 검증해봐야 한다. 감사원 조사에서도 군의 허위보고와 조작 사실이 드러난 것 아닌가?
천안함, 안보무능에 외교무능까지 드러내나
프레시안 : 천안함 문제에서 국민들의 불신도 있지만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우리 외교가 다소 어려움에 처한 듯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천안함 사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연관돼 있다. 사태 이후 정부는 대북 강경 기조로 더 나가는 모양새다.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희호 여사는 "1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심경"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세균 : 결국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일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당연히 철저하게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와 별도로 전체적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화해와 협력 정책이 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그 길 뿐이다. 현 정부가 대결의 자세로 일관한 것이 이런 사건을 불러온 것 아닌가? 화해와 협력 정책을 취할 때 천안함과 같은 사고가 난 적 있었나?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틀고 싶어도 뚜렷한 계기가 없을 수 있다. 보수 세력은 계속 강하게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정세균 : 현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는 현 집권층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야당을 심판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발상인 것이다. 사고가 나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수를 심판하지, 누가 조수를 탓하나.
국정쇄신 요구가 이렇게 높을 때 과감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에게 밀리기 싫을 수는 있지만, 국민에게는 밀려도 괜찮다. 지금 국정기조를 바꾸고 쇄신하는 것은 야당에게 밀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밀리는 것이다. 선거는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다.
국면전환용 개헌 안돼…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
프레시안 : 선거 이후 여당이 시끄럽다. 쇄신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게 들고 나온 카드가 '정치개혁'인 듯 하다. 여권 내에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것은 사실 민주당이 계속 주장해 온 일이기도 하다.
정세균 : 선거구제 개편은 대통령이 제안할 사안이 아니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제안하면 된다. 물론 정치개혁 과제로 폭넓게 봐서 대통령이 언급할 수는 있지만 정당 간 논의가 더 옳다.
또 그보다 더 급한 일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는 일이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잘못된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문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민생 챙기기다. 지금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얘기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야당에서 '국면 전환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더욱이 정치개혁은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임시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기국회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대통령이 그 얘기를 했을까? 원래 의도와 달리 다른 사심이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적절치 않다.
프레시안 : 하지만 개헌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뿐 아니라 권력구조와도 연관돼 있어 지금 논의를 하지 않으면 결국 2012년 대선 이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세균 : 18대 국회 초반부터 그런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불균형 때문이다. 현재 진보와 보수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 개헌 논의는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치우친 상태에서는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지방선거 때 조금이라도 균형을 잡아 놓고 얘기하자고 주장해 왔다. 사람이 말을 바꾸면 안 되기 때문에 개헌 논의를 또 다른 핑계를 대고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6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심을 반영하고 민생 챙기기를 우선으로 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하자는 얘기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셈 아닌가?
정세균 : 그것도 착시다. 권력은 3가지가 있다. 대통령의 권력과 의회의 권력, 그리고 지방 권력이다. 지금은 지방 권력만 다소 균형을 잡은 것이지 여전히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은 한나라당에 치우쳐 있다.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냈으니 힘의 균형이 이뤄졌다고 방심하면 큰일 난다. 우리는 여전히 국회에서 소수당이다. 그 소수로 국민을 대신해 견제와 균형을 이뤄 나가야 한다. 그런 사명감이 필요할 때다.
박연차 '입'에만 의존해 전직 대통령 죽음에 이르게 해놓고…
프레시안 :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성과 중 하나가 40대 지자체들의 탄생이었다. 그런데 11일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2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아 직무정지 위기에 처했다. 예상했던 것과 다소 다른 결과 아닌가?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지방권력 힘의 균형을 이룬 것도 중요한 성과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방정치가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은 그런 기대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거를 보면 민주당 집권 지역이 한나라당 집권 지역에 비해 부정부패가 더 적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정세균 : 아픈 현실이다. 부인할 수도 없다. 조사해 봤더니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았다.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내가 확실하게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보여 주지 않으면 국민은 실망할 것이라고 한 것도 그래서다. 적어도 부정과 비리 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당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당장 광역시도의회나 기초의회의 원 구성에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물론 또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아무리 청렴해도 무능하면 일꾼으로 쓸 수 없다. 복지 향상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 정치를 유능하게 잘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프레시안 : 당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부정부패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정세균 : 상황이 일어난 뒤에 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리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일어나면 일벌백계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과거의 부정부패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철저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7.28 재보선, 연대 가능성 배제 않지만…
프레시안 : 야권연대 얘기를 해보자.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것은 국민들이 '반MB'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정 대표도 선거 이후 '민주당이 좋아서 밀어준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공동정부인수위도 구성됐다. 야권연대는 계속 가는 것으로 봐도 되나?
정세균 : 원래 나는 통합이 최선, 연대가 차선이고 분열이 최악이라 생각해 왔다. 다시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성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가운데 인천은 연대가 가장 확실하게 된 곳이다. 결국 시장도 당선됐고 광역의회, 구청장, 기초의회도 우리가 다수가 됐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는 완벽한 연대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졌는지도 모른다. 연대는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폭과 깊이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전국 선거는 연대가 다소 쉬운 편이지만 재보궐 선거는 조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7.28 재보선 뿐 아니라 총선과 대선까지 연대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서울시장 선거 얘기를 했는데, 특히 서울시 선거 결과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에 있어서는 더 힘을 가진 민주당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각에서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패권적 태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정세균 : 노회찬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얘기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때문에 안 된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든 저쪽이든 단일화를 못 한 것이 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귀책사유는 진보신당 쪽에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연대를 선도해 왔다. 연대라는 것이 우리가 내주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인천에서는 우리가 기득권을 포기해 민주노동당에서 구청장 2명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우리가 다 내놓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최선을 다했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눈이 재작년과 작년은 달랐다. 지금은 또 다르다. 민주당은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왔다.
프레시안 : 진보신당과의 연대 문제와는 결이 다르지만 국민참여당 문제도 있다.
정세균 : 국민참여당과는 연대가 아니라 통합을 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자연스럽지가 않다. 한 솥밥 먹던 사람들 아닌가. 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다.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딴집 살림을 하는지 국민들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낀다. 정치는 국민의 시각에서 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좋다.
당권-대권 분리, 지금 논의할 문제 아냐
프레시안 : 민주당 얘기를 좀 해보자. '선거의 제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과 대권의 분리, 집단지도체제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이전에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지방선거 결과도 어쨌든 국민들이 현 정부와 여당의 독단에 맞서 잘 싸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상하고 있는 민주당의 이정표가 있나?
정세균 : '뉴 민주당 플랜'을 만들어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정책도 개발했다. 또 민주정부 10년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지난 10년의 성과와 과오를 검토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실천해야 한다. 변화도 추구하고 국민의 신뢰도 더 쌓아야 한다. 무엇을 할지는 이미 다 나와 있다.
프레시안 : 다른 당의 문제긴 하지만 여당 내에서 현재 나오고 있는 쇄신 얘기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정세균 : 여당이 정치를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18대 국회 들어서 전반기 2년 동안 한나라당은 옳고 그름이나 국민의 뜻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치를 해 왔다. 그래서 정치가 실종됐다고 하는 것이다. 머릿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정치의 복원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쇄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하반기 국회 일정을 보면 여야가 치열하게 싸울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들은 민주당이 조금 더 잘 싸우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여당과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개선해나갈 것인가?
정세균 : 내가 잘 싸우지 않나.(웃음) 문제는 왜 싸우는지다. 국민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인데 숫자가 부족해 관철되지 못한 적이 많았다. 18대 국회 후반기에도 여전히 잘 싸우겠지만, 국민의 뜻이 이뤄지도록 지혜롭고 용맹스럽게 싸우겠다.
프레시안 : 당이 어려울 때 당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끌고 왔다. 당시에 비해 민주당이 많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리더십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정세균 : 진인사(盡人事)다. 내가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열심히 했다. 그것은 정치인 정세균의 이해관계보다는 먼저 당을 생각하고 실천했다고 자부한다. 최선을 다 했기에 그나마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가져야 할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정세균 : 대권은 아직 멀었다. 지금은 민생을 잘 챙길 때다. 그것이 우선이다. 대권 얘기는 내년 연말이나 되서 할 얘기다. 매일 대권 싸움만 하면 나라가 어찌 되겠나.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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