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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정치는 역사적 과제…진보신당 광장으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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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정치는 역사적 과제…진보신당 광장으로 나와야"

[인터뷰] 심상정 "'독자 완주=독자성'은 아니다"

6.2 지방선거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가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였다. 그는 '반 MB(이명박) 연대'의 중요성을 명분으로 사퇴하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함에 따라 야권 재편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그의 사퇴로 진보신당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짐에 따라 '독자 완주'한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가 당긴 불씨가 정작 진보신당을 활활 태울 기세다.

자신의 공적인 생애에서 "최초의 조직으로부터의 일탈"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고,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프레시안>이 7일 오후 만났다. 그가 후보 사퇴 이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다.

심 전 대표는 당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판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것은 송구스럽다. (징계 등) 당의 절차에 대해 책임 있게 응할 생각"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의 '정당성'에 대해선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독자완주는 자력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주체적 준비와 상황이 마련되어 있을 때 고려해야 할 방안이다. 그러나 독자완주를 독자성으로 이해하고, 거기에 윤리적 정당성까지 부여하는 것은 주객이 바뀐 것"이라는 게 심 전 대표의 항변이다.

진보신당의 역량을 고려할 때 노회찬과 심상정 둘 다 살리는 것은 역부족이었고, 그렇다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희생할 것인가는 당에서 선택했어야할 문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당 차원의 선거 전략이 부재했고, 그 와중에 개인적 결단으로 사퇴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의 사퇴는 이번 선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진보신당의 정체성과 전망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는 "진보신당은 정치적으로 안티 노무현, 조직적으로 안티 민주노동당으로 출발했는데,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진보신당의 설 자리는 민노당이나 친노진영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획득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정면 돌파는 "평등, 평화, 연대, 생태 등의 추상적 가치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적 실천 경험의 수준에서 이해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진보신당의 고민은 "'반(反)MB'의 과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는 것. '반 MB'는 민주당이라는 '구세력'에게 맡겨진 구시대적인 투쟁이 아니라 '촛불시민'으로 대표되는 현재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시민들의 구체적인 요구다.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이 만들어 낸 민주와 진보의 경쟁과 연대의 공간을 주목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차버리면서 대안정당을 자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진보정당이 광장으로 나가 그 광장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민주노동당, 친노세력,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다음은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정치연구소 '정치바로'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 ⓒ프레시안(송호균)

산(山)으로 향하는 진보신당의 항로를 틀어야 했다

프레시안 : 사퇴 이야기부터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기도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졌다.

심상정 : 선거과정 내내 경기도가 'MB심판'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 유시민 후보가 당선되길 기대했는데 참 아쉽다. 그러나 저희 당 차원에서 '반(反)MB'라는 과제를 받아 안으려고 했던 나의 취지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효표 중에는 내 사퇴를 아쉬워하는 분들의 표심이 일정하게 반영됐을 것이라고 보지만, 더 많은 지지자들이 나의 사퇴를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하셨으리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후보 사퇴로 정계개편, 야권재편의 불씨를 당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그 불씨는 진보신당에 먼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주한 노회찬 후보와 대비되는 측면도 있다.

심상정 : 후보 사퇴가 개인적 선택의 모양새를 갖게 됨으로써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퇴는 특히 제 오랜 진보운동 과정에서 최초의 조직으로부터의 일탈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결단할 때도 고통스러웠고, 지금도 고통이 크다.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조직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기 어려웠던 측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지기 불가능했던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내 욕심으로 절차를 주문했다면 사퇴도 용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막바지에 더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라고 본다. 단지 후보 사퇴의 문제였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완주를 했다면 일정한 성과를 냈을 것이고, '부족하지만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을 것이다. 또 여느 때처럼 진보신당의 평온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은 진보신당이 민심의 바다로 향하는 게 아니라 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결단은 진보신당의 현실과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제기하자는 것이다. 이후의 당의 평가나 진로에 대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 경기도에서 'MB심판'의 의미가 사퇴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면, 서울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은 일종의 바로미터였던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은 진보신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논의되었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심상정 : 노회찬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책임론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한명숙 후보 석패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지만, 그런 상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노 후보는 당 대표였고, 제가 그런 상황에서 노 대표의 위치였다 해도 사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MB심판'을 바라던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도하게 노회찬 후보 탓을 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다만 내가 노 후보에게 제안했던 것처럼, (노 후보의) 완주와 'MB심판'의 민심을 받아 안은 (나의) 사퇴를 종합해 하나의 마무리전략으로 당이 결정했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은 당의 상황을 잘 알았기 때문에 더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회찬과 심상정, 둘 다 살리는 길은 없었다

프레시안 : 사퇴라는 직접 행동을 통해 당에 더 강도 높은 요구를 한 셈이 됐다.

▲ ⓒ프레시안(송호균)
심상정
: 16개 광역시도에 전부 후보자를 낸다는 것은 아주 적극적 공세다. 그런데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노회찬, 심상정이 다 (후보로) 나간다는 것은 지금의 정치구조나 진보신당의 위치를 감안하면 두 사람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길은 절대 아니었다. 살리기 위한 게 아니라면 죽이기 위해 내보낸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 희생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준비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심 후보 출당론까지 나온다. 외부에서 보기에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 내부의 논의는 상당히 폐쇄성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상정 : 당에 필요한 것은 '사즉생(死則生)'의 실천과 용기라고 생각한다. 제 사퇴가 징계문제로만 협소화되거나, 적당한 평가로 봉합되는 것은 최악일 것이다. 그 협소함과 당의 주관적 합리화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제가 충격적인 사퇴를 하게 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속살을 드러내는 용기가 지금 당에는 필요하다.

프레시안 : 당에서 출당을 포함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심상정 : 당의 절차에는 책임 있게 응할 생각이다. 그러나 완주가 당을 위한 것이었다고, 나아가 완주만이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누구나 노회찬, 심상정이 진보신당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후보 사퇴로 문제제기를 했다지만 심 후보도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상정 : 당에서 평가가 진행되겠지만, 일단 선거의 전략이 부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그러한 전략의 부재를 넘어선, 진보신당의 부정적 정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정이었다. 진보신당은 정치적으로는 안티 노무현, 조직적으로는 안티 민주노동당으로 출발했는데,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부정적 정체성의 협소한 틀 내에서 연합정치의 설 자리는 없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MB의 역주행이 만들어 낸 민주와 진보의 경쟁과 연대의 공간, 그 경쟁과 연대의 역사적 과제를 주목하지 못하고 차버림으로써 스스로 고립화됐다고 본다. 이러한 안티주의를 극복하고, '부정적 정체성'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것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번에 용기를 냈던 목적이기도 하다.

안티 노무현+안티 민노당, 협소한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

프레시안 : 안티 노무현과 안티 민노당은 진보신당 출범의 뿌리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민노당과 분당 결정은 잘못이었다고 보는가.

심상정 : 정치과정에 대해 그 자체만 갖고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치는 그 주체가 힘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진보정치의 발전이라는 게 노선과 힘을 갖춰 나가는 게 아니겠나.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진보정치는 '안티'를 극복하기 위한, 그러니까 융합하는 적극적인 정치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조직적으로는 결국 여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기는 저래서 안 되고…. 안티 민노당, 안티 민주노총과 같은 협소한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어정쩡하게 평가하고,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된다. 엄정하고 냉정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게 나의 문제인식이다.

아직 우리 당의 정식명칭은 '진보신당 연대회의'다. 이 당의 혼란은 그 이름에 잘 나와 있다.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명칭의 의미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것을 잊고 연대회의가 아니라 진보신당의 틀 속에서 안주하고 사고해 왔다. 그런 분들은 심상정의 행동을 대단히 돌출적이고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애당초 진보신당 출범 때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의 측면이었다. 진보신당의 틀 안으로, 내부정치로 계속 함몰되는 부분을 깨고,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접목시키기 위한 과정에 있다.

프레시안 : 진보신당이 협소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심상정 : 진보신당은 지금까지도 민노당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계속 받는다. 당원들도 이 질문에 대해 곤혹스러워 한다. 분당 당시 진보신당 주체들의 생각은 민노당의 한계까지를 뛰어넘어, 정말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노선과 힘을 갖춘 정당의 문제로 귀결되는 게 아닌가. 그건 민노당이나 친노진영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획득돼 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티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평등, 평화, 연대, 생태 등의 추상적 가치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적 실천경험의 수준에서 이해한다. 따로 피해서 터를 이룬다고 해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나. 물고기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지 않나. 광장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융합되는 만큼 하나가 되고, 그럼으로써 진보정당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담벼락을 높이 쌓음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나. 더 고립될 뿐이다.

프레시안 : 민노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과 연대로 큰 득을 봤다. 이번 경험으로 민노당이 진보진영과 연대보다 민주당과 연대에 무게중심을 둘 가능성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심상정 : 민노당과 민주당의 연대 자체를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진보대연합의 전략적 과제를 중심에 둔 연대가 됐어야 하는데, 민노당 내부는 나름대로의 평가가 있을 것이고,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평가가 있을 것으로 본다.

'반 MB'가 구세력의 과제인가

프레시안 : 전략 부재를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과연 어떻게 선거에 대응했어야 했다고 보는가?

▲ ⓒ프레시안(송호균)
심상정
: 결국 연합정치를 통해서 승리의 조건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다. 독자완주는 자력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주체적 준비와 상황이 마련되어 있을 때 고려해야 할 방안이다. 그러나 독자완주를 독자성으로 이해하고, 거기에 윤리적 정당성까지 부여하는 것은 주객이 바뀐 것이라는 이야기다. 5+4 탈퇴를 비롯해서 선거과정 전반에 나타난 좌충우돌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문제다.

이건 '반(反)MB'의 과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치와 맞닿을 수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지난 10년 민주세력의 집권기간까지 이어진 민주주의가 공고한 역사적 전제라고 한다면, 이제는 진보적 의제가 중심적인 의제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MB정부의 역주행이 '반(反)MB'의 당면과제를 주고 있는데, MB역주의 최대 수혜자는 진보적 가치와 비전이 소진된 민주당이고, 최대 피해자는 진보정치 세력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MB의 역주행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할 세력이 진보정당 세력이다.

'반(反)MB' 투쟁공간은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할 공간이다. 연합정치는 불가피한 역사적 과제다. 그 전제 속에서 선거전략을 마련한다면, 연합정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연합정치 내에서 무능하면서 패권적인 민주당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가 전략의 중심이 됐어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갖고 퇴행적인 민주당의 패권에 맞섰어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 되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연합정치에서도 힘이 중요한 변수다. 진보신당이 과연 그런 연합의 틀 내에서 진보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 또 이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패권주의적 모습에서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심상정 : 하지만 그렇게 보면 2012년 이후에도 진보정치 세력이 설 자리는 없다. 이번 선거의 교훈은 정체성과 세력과 중심을 확고히 함으로써 민주당과 명실상부한 경쟁과 연대에 나설 수 있는 진보연합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협소한 진보대연합이라기 보다는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개혁세력 집권의 성과와 한계, 10년 진보정치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시민사회계의 정치화를 종합해서 그 위에 진보의 비전과 프로그램이 서야 된다는 이야기다. 진보의 가치와 비전이 서야 하고, 이를 융합해내는 정치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제 문제의식이다. 단지 조직이나 각 정당들 간에 테이블을 구상해서 협상하자는 게 아니라, 가치와 비전을 재정립하는 속에서 폭넓은 진보세력이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민노당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친노(親盧)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성찰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합의서로, 문서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경험했던 정치과정을 통해 새로운 비전으로 융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흔쾌히 선택할 정당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그런 '정치적 융합과정'이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권에서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심상정 : 조직적인 과정은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희망사항으로 될 것도 아니지 않나. 각 당에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다양한 의견이 있다. 조직적 전망에 대한 부분은 실질적인 주체들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준비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각 당에서도 치열한 진로 논의가 예고돼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낡은 리더십, 가치와 비전이 소진된 낡은 리더십에 대한 성찰이 또 하나의 과제로 제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을 제외한 성찰적 진보의 흐름들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정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단지 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넒은 의미의 친노도 포함될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반(反)MB'가 아닌 능동적인 어떤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심상정 : 이번 선거는 촛불의 에너지가 선거와 만난 것이라 본다. 그 촛불의 에너지가 '반(反)MB'로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 촛불이 제기한 의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스스로를 '진보적 시민'으로 규정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런데 이 분들이 선택할 정당은 별로 없다. 진보정당은 대부분 안티로 구성돼 있다. 그것은 국민참여당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시민들이 흔쾌히 선택할 수 있는 정당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계기가 존재하지 않으면 단순한 논쟁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어떤 계기가 있을까?

심상정 : 우선 이번 선거의 평가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적어도 정책수준에서는 진보정치 시대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촛불의 에너지가 일단 'MB심판'의 측면에서 민주당을 도구로 선택했지만, 진보세력이 대안으로서의 능력과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정치의 시대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신당도, 민노당도, 시민세력도 다양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그 과정에서 심상정 개인은 어떤 역할을 계획하고 있나.

심상정 : 선거에 참여할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진보정치에 무한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택(후보 사퇴)은 저로선 처음으로 조직과 다른 방향의 선택을 한 것인데, 진보신당의 생존의 차원을 넘어 진보정치가 승리할 수 있는 방향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결정은 나를 진보정치인으로 길러준 국민 앞에서 그 책임에 걸맞은 일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프레시안 : 노선과 힘을 언급했다. 그런데 힘의 측면에서 보면 결국 힘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진보의 선택지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번에 선거연합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결국 민주당이다.

심상정 :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시대정신은 분명히 진보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그 동안 20%대의 지지율에 머물러 욌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예뻐서 찍은 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민주당이 아닌 다른 대안, 믿음직한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진보적 시민들과 맞닿을 수 있는, 촛불이 제기한 의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치와 비전을 형성하고, 그 광범위한 흐름을 결집해 낼 수 있다면 최소한 민주당과 1대1 이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분명한 진보의 가치와 비전을 요구하고 있고, 이번선거에서도 아직도 45%의 국민들이 선택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국민들은 진보정치의 비전 속에서는 정치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계층이라고 본다. 또 이번에는 투표참여가 처음으로 운동의 주제가 됐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최초의 사례가 아닌가. 진보시민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적극적 의미로 볼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MB부터 잡고가자, 심판하고 가자고 봤던 것이다. 20대의 참여폭도 넓어지지 않았나. 이런 점들은 우리사회의 광범위한 양극화 심화로 인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고, 이들이 단순히 거리로, 행동으로 나서는 것을 넘어서 정치로, 정치적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진보의 토대가 강화됐다.

프레시안 : 연합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 후보사퇴를 하면서 유시민 후보를 지지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도 되나?

심상정 : 그런 공식적인 확인과정은 없었다. 저는 유시민 후보를 포함한 친노세력도 민심의 변화를 분명히 인식했다고 본다. 이제는 노무현 시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통해 노무현 시대를 역사로 전이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다. 진보신당도 '안티 노무현'을 넘어서, 노무현 시대의 성과를 딛고 한계를 극복하는 능동적이고 포용적인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노당도 북한문제나 정당 민주주의 등의 문제에 대해 광장으로 나와서 광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들이 경험한 정치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전부 '안티'로 엮어있는 상황을,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는 비전으로 융합시켜야 한다. 물론 조직적인 문제에 대해서 섣불리 이야기하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폭넓은 민주개혁세력, 진보정치세력, 그리고 시민사회 세력의 범주까지를 융합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폭넓은 결집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기 때문에, 민주당 내의 일탈을 통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약해졌지만, 그것을 배제한 과거의 협소한 진보대연합이 아니라, 가치와 비젼에 기반한 연합이 필요하다. 그건 4+4 등 공식조직 간의 협의테이블에 의존하는 재편의 한계를 아울러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비판 정말 아프게 생각하지만 지도자는 결정할 수 있어야

프레시안 : 후보사퇴 이후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당에서 비판도 거세다. 소회를 밝힌다면?

▲ ⓒ프레시안(송호균)
심상정
: 당에서 비판하는 분들을 개인적으로도 잘 안다. 순수한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고, 저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당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것 정말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저의 그런 판단은 진보정치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그 협소한 관행과 틀을 깨고 넘어서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 진보정치가 단지 생존을 넘어서 집권의 전망으로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그 아픔은 다 함께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진보정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가질 때 강화되는 것이지, 다 지쳐서 떨어져나가면 그 역사성을 과연 누가 지키겠는가.

지도자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이론과 달라 그 결정은 항상 결정의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 민심으로 다가가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진보로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 동안 저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다.

프레시안 :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인적 구상이 있다면 더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심상정 : 지금 밝힐 만큼 구체화되어있지는 않다. 정치라는 게 그림을 그린다고 다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2012년까지는 진보세력 재편 논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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