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 내에서 수습책을 놓고 당과 청와대 내에서 적잖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4대강 등 예정된 사업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7월 재보선 이후'로 시간표를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는 일종의 '바로미터'다. 취임하면서부터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세종시 총리'로 불리기도 했던 정 총리의 거취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가 선거 패배의 의미를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는지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 총리는 당분간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정 총리를 불러 "내각은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정 총리도 6일 서울 보훈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가슴을 더 열고 (국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고 국민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다"며 자리를 지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 유임 기류에 대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임명권자나 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며 정 총리의 '결단'을 주문했다.
김 전 수석은 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정 총리 거취문제와 관련해 "일단 대통령은 임기가 정해지신 분이니까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단 형식상으로 아마 총리가 내각의 전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고, 총리가 주도했던 그 문제(세종시)가 선거에 큰 이슈가 돼가지고 그로 인해 엄청난 패배를 자초를 했을 것 같으면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쇄신을 7월 재보선 이후로 미루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일단 선거를 했으면 선거의 참뜻이 무엇이라는 걸 정치권이 이해해야 한다"며 "선거가 대참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참패했나 하는 본질에 대한 인식이 청와대나 정부나 잘 안돼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또 여론조사 등 선거 직전까지 한나라당 압승이 점쳐지다가 전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옛날 불란서혁명 때 루이16세의 마지막 일기장을 볼 것 같으면 '이상이 없음' 이렇게 딱 두 단어가 써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혁명을 맞이하게 됐다"며 "이번에 선거하는 과정에서 볼 것 같으면 언론들도 같이 춤을 췄지만 한나라당이 압승한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될 거다 하는 이런 인식을 가지고서 국가운영을 할 것 같으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불안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경제만을 전제로 해서 생각한다면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재정위기가 우리나라에서 출구전략 하자는데 별다른 영향을 갖다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출구전략 시행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1/4분기 경제성장률이 8%가 넘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숫자 자체로만 보면 상당히 과열현상으로 가지 않나 이렇게 본다"며 "이런 경우라면 우리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생각해야 할텐데 한국은행은 그와 같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기구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중수 한은 총재 임명 이후 한은이 정부와 '정책 공조'를 강조하는 등 독자적인 통화정책보다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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