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부터 '노동조합 전임자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인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노조의 핵심 간부가 성폭력을 저질러 사퇴한 것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3일 이와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내고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김 아무개 사무처장은 사건이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업무가 정지됐고, 31일부로 공식 사퇴했다.
김 사무처장도 이날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사무처장 직을 내려놓고 깊이 반성하고 스스로 채찍질 하며 평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박유기 위원장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 강구할 것"
3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 사무처장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된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노조는 즉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8일 피해자의 요구 사항을 전달 받았으며 31일부로 가해자인 사무처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금속노조는 또 피해자의 요구 사항에 따라 구체적인 성폭력 정황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가 노조에 △가해자 사퇴와 활동 정지, △가해자의 공식 사과, △피해자 신분 보장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단, 금속노조 관계자는 <연합뉴스> 등이 지난 1일 보도한 "대전에서 열린 금속노조 사무국장단회의 이후 노래방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3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아무리 퇴근 뒤 발생한 일이라도 노조 사무처장이 가해자가 된 현실에 노조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그리고 제2, 제3의 성폭력 가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각종 추측과 유언비어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그는 "날조된 보도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허위보도를 하거나 피해자를 유추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 강조했다.
가해자 "파업 앞두고 오명 덧씌우게 돼 죄송"
가해자인 김 아무개 사무처장도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문을 올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지금 와서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피해자의 상처가 없어지지 않겠지만 피해자의 상처가 최소한이라도 작아지고 옅어졌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며 "노조의 파업 투쟁을 앞둔 엄중한 시점에 금속노조 전체에 씻을 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 오명을 덧씌우게 된 점에 15만 조합원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12월 있었던 민주노총 핵심간부의 성폭력 사건 이후 1년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민주노총 핵심간부가 수배 중이던 이석행 전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조합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알려지면서, 구속된 상태였던 이석행 전 위원장을 포함해 집행부 전원이 사퇴한 바 있다.
금속노조 "6~7월 파업, 예정대로 진행한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계획했던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사무처장 사퇴에 대한 집행 차질을 최소화하고 6~7월 총파업 투쟁을 책임 있게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9일과 11일, 15일 각각 주야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16~17일에도 주야 6시간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6월 20일 경부터는 일부 완성차노조까지 포함해 전면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외에 임금 지급이 금지되는 노조 전임자의 활동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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