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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래한 공포, 주식은 가격 아닌 가치다"

[인터뷰] 박신배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대표

탐욕과 공포가 반복되는 게 시장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엔 '9월 위기설', '12월 위기설' 등이 떠돌면서 코스피지수는 한때 900선까지 떨어졌었다. 미국과 통화스왑, 연 2.0%라는 사상 최저금리, 정부의 공격적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한국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시장엔 다시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 26일 1752.20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연일 남북 간에 서로 날을 세우면서 정치적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올들어 10조 원 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불과 보름사이에 5조 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25일 하루에만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으로 금융시장에서 29조 원 이상이 증발하자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은 시장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다시 들이닥친 공포의 시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헤셔웨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신배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24일 진행된 인터뷰 전문.

▲ 박신배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사장 ⓒ프레시안 (김봉규)

유럽 재정위기, 어디까지 확산될까

프레시안 : 남부유럽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로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 발표로 코스피가 1500선으로 가라앉았고, 환율도 1200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불안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나?

박신배 : 시장에는 항상 탐욕과 공포가 존재한다. 시장은 균형점을 찾아가는 불균형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탐욕과 공포라는 구간이 발생한다. 어떤 측면에서 탐욕은 굉장히 위험하고 공포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최근 금융시장은 과거 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하면 강도는 낮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구간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냐가 중요하다. IMF 때 문제의 근원은 한국이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출발한 것이고, 이번 재정위기는 유럽이 근원지다. 물론 글로벌화된 경제에서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은 근원지에서 벗어나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은 크지 않다. 다만 간접적으로 한국은 수출위주국가니까 수출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 유럽 등 경제위기 근원지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니까.

한국 수출 비중에서 유럽 전체는 15% 정도다. 중국이 25% 정도, 미국도 10-20% 정도다. 3대 수출시장 중 하나다. 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산이 안 되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그리스 등 한두 국가에 그치느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느냐가 관건이다.

천안함 사태의 경우는 심리적으로는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이다. 하지만과거의 역사 속에서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단기적인 충격에 그쳤다. 항상 경제적인 문제가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쳤다. 이자율이 올라가던지 내려가던지, 환율이 오르던지, 내리던지, 소비가 늘던지, 위축되던지 등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 환율, 소비 등의 영향이 크다. 천안함 사태로 극한 상황으로까지 안 갈 거라고 기대를 한다.

프레시안 : 천안함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외국인이 원화와 한국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박신배 : 지정학적 리스크가 분명 영향을 미쳤다.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금융위기 전에 40%까지 갔다가 지금은 30%가 조금 안 될 거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들어 외국인의 순매수가 10조 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과 보름 사이에 5조를 팔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계속 팔았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도 있지만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식은 위험 자산이니까.

프레시안 :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어디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보나?

박신배 : 결국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한 한국기업의 기업 가치, 즉 주주의 몫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보고 행동할 것이다. 어차피 전 세계 유동성은 배분이 돼 있다. 부동산, 채권, 위험자산 등의 형태로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나눠 배분돼 있다. 이게 금융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전면적으로 철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면 한국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고전할 때 삼성,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환율효과, 과거에 비해 반감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쟁력을 가졌던 이유로 '환율 효과'를 꼽기도 한다.

ⓒ프레시안(김봉규)
박신배 : 과거보다는 환율효과가 많이 반감됐다. 글로벌화가 안 돼 있던 과거에는 한국기업들의 생산물량의 100%가 한국에서 생산됐다면, 지금은 생산기지가 한국에서 중국, 동남아 쪽으로 많이 이전했다. 지금은 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비중이 40-50% 정도로 올라갔다. 지난 금융위기에 환율이 1500-1600원 까지 올라갔었다. 환율 효과 때문에 수출이 늘었다면 지금 환율이 1100-1200원 대로 내려갔으니까 수출기업들의 물량이 급감해야 하느데 그렇지 않다.

프레시안 : 한국만 놓고 보면 주식 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얼어붙으면서 시중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떠돌고 있다. 부동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기 불확실성은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박신배 : 맞다. 금리, 환율 두 가지 변수가 지난 10-20년간 자금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리는 IMF 직후 까지 굉장히 높았다. 연 10% 이상이었다. 이처럼 금리가 높았던 것은 성장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금리가 높았다.

하지만 IMF를 맞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기업들이 부채 삭감, 회계투명성,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투명해졌다. 하지만 자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금리가 떨어졌다. 저금리로 오니까 기업들은 좋다. 반면 저축을 하는 개인들은 나쁘다. 과거 자금 공급자로 개인은 금리가 높을 때 수익을 많이 냈다. 앉아서 돈을 벌었다.

부동산 쪽을 보자면 한국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70-80%로 굉장히 높다. 어지간한 자산가들은 집이 한 채 이상씩 있다는 얘기다. 중산층들도 빚을 내서 집을 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현재 고평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또 부동산은 양도세, 종부세, 전매금지 등 규제도 많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있다. 그러다보니 투자목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사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저금리와 고령화가 두 가지 화두다. 문제는 이 돈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저금리다 보니까 예금으로 넣어 놓아 봤자 자산증식이 안 된다. 부동산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과거 고금리 때 예금, 저금, 채권 쪽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했던 분들이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대안이 어쩔 수 없이 주식과 펀드로 결국 갈 것으로 본다.

중국, 그린혁명 주도권 쥘 수도

프레시안 :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중국이다. 최근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경제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박신배 : 부의 이동을 보면 18-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혁명, 19-20세기 미국 중심의 정보통신혁명이 있었다. 21세기에는 그린혁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패러다임 시프트가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데 중국이 이 혁명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매년 10%씩 성장해왔다. 현재 중국의 1인당 GDP는 4000불이지만 상하이, 광저우 등 10여 개 연안도시의 일인당 1만 불이 넘는다. 이 과정을 통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탄생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그린혁명은 산업혁명의 반작용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대체 에너지 등에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50-100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누가 이 주도권을 쥘지 아직 모르지만 GDP 규모, 잠재소비 등을 볼 때 미국과 중국이 유력하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압축성장의 기회로 보고 그린혁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이 전부터 전기자동차, 전기오토바이 산업이 발달해 있다.

프레시안 : 중국 경제가 잘 된다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양단의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박신배 : 양면적이다. 일단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한국 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결실을 한국이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첫째, 직접 중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 물론 이건 쉽지 않다. 둘째, 중국의 좋은 기업들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 셋째, 중국의 잘사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소비하게 만드는 것 등이다.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통계를 보니 작년부터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중국에서 45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했는데, 그 중 3%가 한국을 방문했다. 앞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해외 관광객 수는 급증할 수 있다. 1억 명이 나온다면 그중 3%만 해도 300만 명이다.

주식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프레시안 : 지금처럼 변동이 심한 시장에서 낭패를 보는 것은 결국 '개미'들이다. '개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프레시안 (김봉규)
박신배 : 투자의 단계적 프로세스가 있다. 첫 번째, 돈을 모으는 단계. 근로소득, 임대소득, 금융소득 등을 통해 돈을 모은다. 그 다음 자산을 배분하는 단계다. 지금과 앞으로의 금융환경을 생각하고 나의 투자성향, 투자 목적이 무엇인지 등이 다 고려돼야 한다. 세 번째는 자산 배분을 해 놓더라도 금융환경이 바뀔 수 있다. 거기에 맞게끔 2단계에 맞춰놓았던 자산 배분을 재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가령 나의 투자성향 등을 고려해 채권과 펀드를 50: 50으로 배분했는데, 금융위기가 와서 2000포인트였던 주가가 900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이 펀드를 환매를 한다. 가장 나쁜 선택이다. 항상 금융환경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기업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로 채권 75, 펀드 25로 왜곡됐던 자산배분을 채권을 팔아 다시 50대 50의 비율로 맞춰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의 가격을 따지지만 주식은 가치로 따지는 것이다. 가격이 빠졌을 때 기업 가치는 굉장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단 여기서 전제는 좋은 기업의 주식, 좋은 펀드를 갖고 있을 때의 얘기다.

프레시안 : 하지만 개미들 입장에서는 정보 등이 제한되기 때문에 좋은 기업이나 펀드를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다. 2006-2007년 개인들의 펀드 가입 열풍이 불었을 때 은행에서 추천하는 펀드를 들었는데 결국엔 깡통 펀드가 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박신배 : 투자자들이 금융에 대한 이해, 금융에 대한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 내 소중한 돈을 누구한테 맡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건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프레시안 : 가치투자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한국에서 가치투자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렌 버핏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버핏도 이번 미국 금융위기에서 한때 적잖은 손해를 봤었는데?

박신배 : 손해를 볼 수 있다. 손해는 실현되는 손해냐, 평가 손해냐의 차이가 있다. 주식시장은 상투와 바닥을 모른다. 알 수가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엄청난 위기에서도 마지막까지 생존할 기업이냐가 중요하다. 투자는 확고한 원칙과 좋은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것,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역발상, 마지막으로 인내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그 인내라는 게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제일 어려운 일이다.

박신배 : 인내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와 소통이 필요하다. 금융위기가 났을 때 주가가 1500이 깨지고, 1000이 깨지고, 900까지 갔다. 시장에서는 500까지 간다는 둥 별별 소문이 다 돌았다. 그러면 개인들 입장에선 얼마나 불안하겠냐. 500까지 간다는데, 지금이라도 팔고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

또 지난 금융위기 때 은행들의 펀드 판매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수료 선취해서 떼고 그 이후에 한 게 없다는 것도 사실 고객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서다.

프레시안 : 가치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현재 눈여겨보는 업종이 있다면?

박신배 : 무조건 일등기업, 불황이 와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 두 번째는 중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들을 주목해라. 세 번째는 신성장 산업 관련된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외환위기 직후 1억 원을 주식에 투자해 150배로 불린 일화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펀드직접판매 시스템을 도입, 최근 조정장세에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박신배 사장은 오랫동안 SK증권에서 일하다가 에셋플러스투자자문 대표이사를 거쳐 2008년부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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