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 직후 정작 당사자인 박 대표는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박 대표를 습격한) 지 씨가 범행직전 초조한 마음에 물과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과 너무나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등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에 앞서 '오버'를 거듭하고 있다.
김학원 "범행에 상당한 배후 있다…어딘지는 조사해봐야…"
23일 '박근혜 대표 정치테러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학원 의원은 "범인인 지 씨의 뒤에 상당한 배후가 있을 거라는 정황이 점점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 씨가 고급 휴대폰으로 통화를 오래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김 의원은 "결국 지 씨가 정치적인 생각을 갖고 배후에 상당한 자금을 공유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건의 배후가 누군지 심증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배후가 어딘지는 조사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빠져나갔다.
또한 김 의원은 "초조한 마음에 물과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은 사전 에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습과 너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은 "지 씨가 아이스크림을 연달아 여러 개 사는 장면이 편의점 CCTV에 찍혔는데 이는 공범이 있는 조직적 범행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상이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검경 합수부 측은 지 씨가 한시간 반 동안 아이스크림 여섯 개를 산 것은 공범이 있어서라기 보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지씨가 단 것을 찾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정한 수사를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지 씨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을 '참관'하기도 했다. 수사를 '참관'한 이혜훈 의원은 "조사 중에도 지 씨의 휴대전화로 동일한 발신번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며 "범인의 배후에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 좋아하는 사람들은 경찰 수사 참관해도 된다?
한편 경찰 출신의 모 의원은 '박정희바로알리기시민모임' 등 친박단체 회원들이 21일 수사를 '참관'하는 것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불순세력을 막기 위해서 내가 우리 변호사와 그 사람들(친박단체 회원들)이 참관하게 해달라고 했다"며 "박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들어가도 괜찮다. 지 씨를 해코지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의 주선에 의해 수사를 '참관'한 친박단체 회원들은 경찰조서를 베껴 기자들에게 수사상황을 '브리핑'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서대문 경찰서 담당자는 "우리는 한나라당 쪽 변호사의 참관만 허락했을 뿐"이라며 "변호사나 가족 외 다른 사람에게 참관을 허가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청의 한 중견간부는 이같은 '친박단체' 회원들의 수사 참관에 대해 "명백한 불법행위고 공무집행방해 행위지만 문제가 더 커질까봐 내버려둔 것"이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우리도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서부지검장이 '세풍 사건'등을 수사한 정치검사라며 합동수사본부를 대검찰청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서부지검을 찍어서 이 사건을 배당한 것도 아니고 사건이 서부지검 관내에서 발생해서 자동으로 이관된 것 아니냐"며 "정치공세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민노 "한나라당 '정치적 오버'가 우려스럽다"
한나라당의 연이은 '오버'에 대해 우리당의 핵심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박근혜 대표도 '오버'하지 말라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오늘 라디오에 나와서 '합수부를 믿고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고 말했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박 대표나 오 후보는 '착한 역할'을 맡고 나머지 사람들이 총대를 메기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오버에 우리도 맞대응을 해야 되는데 역풍이 두려워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번 사태에 무슨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오버'가 우려스럽다"면서 "한나라당이 박 대표 테러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도를 넘는 요구와 추측성 발언으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데, 바로 그런 행태가 정치 불신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며 적대감을 부풀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진정 박 대표를 걱정하는 것인지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박사모 등 박 대표의 지지자들과 당 인사들이 공무집행방해까지 일삼으면서 흥분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 박 대변인은 "평택 사건이나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집행이니 공권력이 무력화 되고 있다느니 하면서 강경대응을 주문했던 한나라당이 친박 단체 회원들의 수사참관을 주선하고 수사진을 바꾸라 말라 하면서 공권력을 쥐고 흔드는 행위를 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대추리 주민들이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KTX 여승무원들에게는 그렇게 추상 같던 경찰이 친박 단체 회원 앞에서는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이율배반임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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