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국노총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탈퇴를 공언했던 금융노조(위원장 양병민)도 19일 대표자회의를 열었지만 "전임자 처우와 관련된 금융노조 산별교섭 상황을 지켜보며 6월 중순에서 7월 초 사이 중앙위원회를 열어 탈퇴 안건을 논의한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한국노총 탈퇴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지금 하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현재 진행 중인 산별교섭에서 '한국노총 탈퇴'를 정부와 사용자, 나아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까지 압박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지도부 총사퇴와 정책연대 파기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날 회의에서 별다른 언급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걸핏하면 '정책연대 파기'를 들고 나와 협상 카드로만 사용하고 스리슬쩍 내려놓았던 한국노총의 행태와 쌍둥이인 셈이다. 두 번이나 사퇴를 본인 입으로 선언하고 다시 번복한 장석춘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의 거듭된 '뒤집기'와도 닮았다.
장석춘 "산별 대표자의 만류와 남은 문제 해결 위해"
지난 11일 노동부의 타임오프 후속조치를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앙집행위원들 앞에서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18일 업무에 복귀했다. 사퇴 번복인 셈이다.
장 위원장이 내세운 번복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산별 대표자들의 간곡한 만류, 또 하나는 타임오프 관련 문제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산별 대표자들은 지난 1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장 위원장을 만나 "아직 남은 문제가 많다"며 사퇴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위원장이 이들의 만류를 수용한 것이다.
▲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18일 업무에 복귀했다. 사퇴 번복인 셈이다. ⓒ연합뉴스 |
'탈퇴' 공언 금융노조도 '실익 챙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1박2일 점거농성까지 벌이며 '지도부 총사퇴, 정책연대 파기'를 요구했던 금융노조도 마찬가지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에 이어 19일 다시 대표자회의를 열고 탈퇴 건을 논의했으나 "탈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재확인하되, 최종 결정 시기는 조금 늦춘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명분은 현재 전임자의 처우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금융노조 관계자는 "탈퇴와 관련해 신중론이 있었을 뿐 이견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현재 전임자의 구체적 처우와 관련된 산별 중앙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중앙위 상정 시기를 집행부가 따로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탈퇴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중앙교섭이라는 '현안'을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탈퇴 결의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지만, 금융노조 지부대표자들은 정작 자신들의 3가지 요구 가운데 하나였던 지도부 총사퇴와 정책연대 파기가 유야무야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이날 금융노조의 결정은 7월 1일 관련법 시행 전에 '한국노총 탈퇴 카드'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자는 속셈인 셈이다. 금융노조는 "현재 산별교섭 진척 상황을 고려할 때 탈퇴 안건이 다뤄질 중앙위는 빨라야 6월 중순, 늦으면 7월 초에 열릴 것"이라 밝혔다.
이로써 금융노조의 탈퇴 소동도 상당 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한국노총의 내부 반발도 일단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오직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만이 18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재확인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기울었다.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지방선거 후보, 20명
한편 오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한국노총 출신은 모두 20명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후보는 16명, 무소속 출마자가 3명이다.
한나라당 공천장을 받은 이들 가운데 지역구 출마자는 13명, 비례대표 출마자는 7명이다. 비례 후보 가운데 박남식 경기본부 의장(한나라당 경기도의원 2번)과 박병만 인천본부 의장(한나라당 인천시의원 2번)은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이 속한 중앙집행위는 지난 11일 투표를 통해 상급단체 파견자의 임금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받는 노동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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