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떴다"

청소년 선거에서 목소리 높인다…"선거에서 청소년은 '왕따'"

조금은 특별한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나타났다. 기호는 0번. 이름은 '청소년'. 경력은 '시험만 골백 번 치렀고 학교 현장 경력이 수년'. 문화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청소년·인권 단체들이 모여 만든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이들은 13일 서울 혜화동 서울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교육감 후보의 존재를 알렸다. 퍼포먼스 성격의 후보자 등록이었지만 그 의미는 진지했다. 이들은 "청소년은 엄연히 한국 사회 구성원임에도 선거권, 피선거권이 없다"며 "결국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도,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통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이 참여할 방법이 전무하고 심지어 참여할 방법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결국 청소년은 정작 자신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교육감 선거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은 "청소년 교육감 후보는 선거판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외치겠다"고 밝혔다.

▲ 청소년 단체들이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아직도 선거에 청소년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20일부터 거리에서 다양한 분장을 한 퍼포먼스, 동시다발 1인 시위, 미니 게릴라 음악 공연 등을 통해서 즐겁고 발랄하게 청소년의 이야기를 알려 낼 계획이다.

또 전국 각 지역 교육감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부착돼 있는 곳에 자신들의 포스터도 붙일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필재(15) 군은 "2008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청소년 선거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며 "하지만 아직도 선거에 청소년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필재 군은 "지금 선거는 누가 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가만 생각하지 청소년의 인권과 정책 등을 놓고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며 "청소년들이 나서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알리기 위해 올해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들이 내놓은 청소년 교육감 후보 출마의 변이다.

"어른들만의 정치 빠염! 이제 우리가 직접 한다!"

정치를 한단다. 우리를 빼고서. 교육감 선거라는 것도 한단다. 우리는 빼고서. 그동안, 우리 청소년들은 항상 무시당해왔다. 우리가 "우리 얘기 좀 들어봐!" 이러면 "철 없이 개기지 말고 어른 말 좀 들어라! 쯧쯧" 이런 소리가 돌아왔다. 우리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집회를 하면 "어디서 세뇌당하고 와서 하는 헛소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결정에 참여할 권리는 당연한 인권이다. 자신과 관련된 일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은 인권이다. 누구들이 맘대로 정한 '미성숙'의 잣대로 잘라버릴 만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도 당연히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하고 듣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가로막는 잘못된 법과 규제와 편견들이야말로 '미성숙'하다.

그렇게 우리들을 빼놓고 선거를 하고 정치를 하고 학교를 운영한 결과물을 보시라. 과연 어른들이라고 해서 얼마나 '성숙'한지는 참 알쏭달쏭해진다. 그 '성숙'하신 어른들이 만든 교육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고 있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한 번 봐라. 머리 잘라, 교복 입어, 수능공부나 해, 밤 10시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해, 염색하지 마 등등 우리에게 쓸데없는 말은 다하면서 우리의 말은 듣지도 않는 어른들. 더 이상 우리를 위한 교육이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우리를 위하겠다는 말인가? 우리를 왕따시켜놓고 자기들끼리만 쑥덕거리는 게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건가? 이 양심에 털난 몹쓸 어른들 같으니!

그래서 우리는 교육감 선거에 나선다. 누구보다도 0순위로 교육의 주인이 되어야 할 청소년이기에, 기호0번이다. 우리는 그동안 말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다. 교육감은 물론 모든 정치에서 우리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라.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라. 우리는 '미래의 주인'이 아니라 '현재의 주인'이다. 우리의 출마 선언은, 우리의 존재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우리가 말하지 못하게 막고 있던 사회를 바꿀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교육, 잘못된 사회에 맞서는 '싸우는 후보'가 될 것이다.

청소년들은 교육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교육을 같이 만들어가는 '주체'여야 한다. 레알(real) 교육감 후보 '청소년'은, 교육의 주인이고 사회의 주인인 청소년들 입장에서 진짜 교육을 보여줄 것이다. 교육의 무엇이 잘못 되었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온갖 교육문제를 직접 겪고 있으며 거기에 찌들어 있는 청소년들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어른들만의 정치, 어른들만의 교육은 이제는 '빠(bye)염!'이다. 우리는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기다리지 않겠다. "이렇게 해. 싫어? 그럼 우리가 할게!"라고 외치겠다. 우리가 직접 하고, 우리 말을 듣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줄 것이다. 청소년들이 교육과 사회의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기호0번 청소년 후보는 계속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2010년 5월 13일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본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