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교수협의회, 노동조합,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비리 인사인 김문기 씨는 입시 부정 등의 죄목으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자로 이미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결을 받은 자"라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또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학생을 빨갱이로 모는 용공 조작을 했고, 학생을 매수하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며 "김문기 씨는 이렇게 교육 철학이 전무하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비리 인사에게 학교를 맡기도록 결정한 사분위를 두고도 쓴 소리를 던졌다. 이들은 "사분위는 교육 비리로 물러난 비리 재단에게 학원 운영권을 돌려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러한 결정은 교육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배치되는 것으로 오히려 교육 비리를 확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열린 사분위에서는 상지대 구재단 측 인사 5명, 학교 구성원 2명, 교육과학기술부 추천 인사 2명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 즉 구재단 측 인사가 5명 과반수로 김문기 전 이사장이 운영권을 쥐게 될 게 자명하다..
▲ 상지대 구성원 2000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사분위 결정 무효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
"철야 농성, 삭발까지 했지만 사분위는 우리 의견 무시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 모인 상지대학교 구성원은 사분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병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244일째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생회 간부는 삭발도 단행했다"며 "하지만 사분위는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병석 총학생회장은 "사분위는 학교에서 퇴출된 김문기 전 이사장에게 정식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며 "사분위에서 재심의를 하지 않을 경우 교과부 앞, 교육부 장관 앞, 청와대 앞 등에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섭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비리로 얼룩진 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결정을 지난 29일 사분위는 했다"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두고 "외대에서 비리 재단 문제가 터졌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안병만 장관이 이번 사태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재심의를 결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압박했다.
외부에서는 상지대 사태를 단순히 상지대만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김유리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상지대가 지난 세월동안 보여준 힘은 대학 민주화의 힘"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리 의장은 "부패 인사의 최고봉인 김문기 전 이사장이 온다는 건, 한 마디로 전국 대학 이사장들이 비리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걸 용인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지금의 싸움은 상지대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국 사립대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이학영 사무총장도 "이 싸움은 단순히 김문기 전 이사장이 물러나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 대학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것이다. 흩어지지 말고 뭉쳐 달라"고 당부했다.
▲ 이들이 든 풍선에는 '사분위 결정 원천무효'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프레시안(허환주) |
"교육 부패 척결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약속 지켜라"
사분위는 오는 6월 10일께 후속 회의를 열고 지난 29일 정해진 비율에 따라 이사 후보 추천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분위는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대법원장이 5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현재 11명 위원 중 10명이 보수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다음주(20일)까지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사실상 교육부에서 재심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 문제 때 교육 부패 척결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제라고 언급했었다"며 "또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외대 시절 비리 재단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럼에도 상지대에 비리 인사가 들어오는 걸 그대로 놔둔다면 자신이 말해왔던 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홍성태(문화컨텐츠학과) 상지대 교수는 "과거 김영삼 정권 시절 비리로 퇴출됐던 김문기 전 이사장이 다시 돌아온다는 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꼴"이라며 "공정택이 교육행정 부패의 상징이라면 김문기는 사학 부패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상지대는 교육에서 재심의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전국 단위로 이 문제를 확대, 정치 투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상지대 사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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