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위(위원장 이우근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전체 회의를 열어 구재단 측 인사 5명, 학교 구성원 2명, 교과부 추천 인사 2명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키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 1993년 재단 비리로 실형까지 선고받고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에게 사실상 학교의 운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학교 구성원들이 사분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사분위의 결정 이후, 상지대 구성원들은 구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해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4일 상지대 캠퍼스에선 학생, 교수, 교직원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학생들은 이날부터 전면적인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교수들은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교직원 역시 파업에 준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1993년 '상지대 사태'와 흡사한 형국이다.
유재천 총장 역시 이날 담화문을 발표해 구재단의 복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총장은 담화문에서 "상지대학교를 사유화하려는 구재단의 끊임없는 복귀 공작으로 민주 대학을 수호할 소명을 받은 총장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 민주 대학 상지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4일 상지대 캠퍼스에서 열린 '4.29 사분위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 대회'에서 총학생회 대표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이날 결의대회에는 3000여 명의 학생, 교수, 교직원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
교수들 역시 거리로 나섰다. 6일 오전 상지대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0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상지대 정대화 교수(교양과)는 "김문기 전 이사장은 온갖 비리를 저질러 실형까지 선고받은 범법자"라며 "이런 사람을 다시 교육 현장에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이어서 "1993년 문민 정부가 사학 비리를 바로잡는다며 끌어내렸던 인물을, 17년이 지나 이명박 정부가 다시 복귀시키고 있다"며 "이 정부와 사학분쟁'조장'위원회가 상지대를 전과자의 터전, 암흑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투쟁 선포식에서 삭발을 한 이병석(24) 총학생회장은 "사학 비리의 '대명사'인 김문기 전 이사장이 학교에 복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학교의 주인인 1만2000여 명 학우들의 뜻을 모아 구재단을 막아내고 민주적 정이사를 맞기 위해 모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상지대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00여 명은 6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상지대교수협의회는 전체 교수 233명 중 225명이 서명한 '사분위의 반교육적 결정을 규탄하는 상지대학교 전체 교수 결의문'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교수협의회는 이 결의문에서 "사분위가 비리로 퇴출된 옛 재단에게 다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사학 비리로 징역 1년 6개월을 복역한 김문기에게 상지대를 송두리째 넘겨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분위는 이번 결정을 하루 속히 철회하고, 반교육적 결정을 내린 사분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교수협의회는 애초 이우근 사분위원장을 방문해 사분위의 결정을 항의할 예정이었으나, 이우근 위원장이 거절의 뜻을 밝혀옴에 따라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이어 상지대 학생들은 12일 대규모 상경 집회를 교과부 앞에서 진행하고, 교과부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 등의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상지대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1993년 입시 부정 및 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돼 물러나면서 임시 이사들이 학교를 운영해 오다,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정상화' 판단에 따라 2004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2007년 대법원이 "임시 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한 뒤, 새 정이사 선임을 놓고 복귀를 노리는 구재단과 이를 막으려는 학교 구성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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