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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한계, 한명숙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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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의 한계, 한명숙의 한계

[기고] '노무현의 베드로', 한명숙의 노래는 무엇인가?

'운명이다'

월요일 프레스센터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 심포지엄에서 겁 없이 참여정부는 실패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참여정부 내내 정책마다 비판해댔던 필자이기에 새삼 감회가 달랐다. 노무현은 매력 있는 정치인이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이룩한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쇠락해 가는 한국경제에서 고통 받는 국민들을 보듬지 못한 실책을 납득할 수 없었기에 참여정부 내내 날을 세우며 거친 말을 쏟아댔었다.

그런데 퇴임 후 노무현이 남긴 성찰의 흔적은 그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의 헌신이 토대가 되어 한국의 민주화가 더 진전되고 한국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임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그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과 같은 역사적 운명을 타고났다고 본다. 윌슨은 개혁을 주창하며 대통령이 되었고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으나 임기 말에 국민의 지지를 잃어 쓸쓸히 사라져갔다. 그 임기 말에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의 후보는 철저히 윌슨과의 차별을 시도했고, 반대편 후보는 윌슨을 공격하며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그 때 그 윌슨을 부정했던 부통령 후보 루스벨트는 12년 후 미국의 자본주의를 완벽하게 바꿔놓을 혁명적인 지도자로 돌아왔다. 금융자본이 정치를 좌우하던 시대에 개혁을 외치면서, 그러나 금융자본과는 정면 승부를 펼치지 못한 채 시대의 희생양이 되었던 윌슨의 이상은 그가 논란을 무릅쓰고 임명한 대법관 브랜다이스를 통해 루스벨트에게 전해졌다. 노무현의 희생을 씨앗으로 한국에도 그런 날이 오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가 말한 '운명이다'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다.

예수를 부정한 베드로, 좌파를 부정한 노무현

나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있죠. 왜 그거 엄두도 못내 보고 한 번 카드도 한 번 내밀어 보지도 못하고 아니라고 부인부터 먼저 했잖아요. '너 예수 제자지?' 이러니까 '아닙니다.' 이래 된 거 아냐. '그래 맞다. 내가 예수 제자다.' 하고 나갔어야 되는데 '아닙니다.' 하고 얘기했거든. 마찬가지로 우리도 지금 그런 게 많이 있었다 말이지. '무슨 소리요?' 그러고······ 노래 따라 부른 것도 많이 있어요. (노무현의 육성,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심포지엄 자료)

그것이 노무현의 한계였다. 자신의 노래가 없었기에, 또는 자신이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었기에 노무현은 남의 노래를 불렀다고 고백하고 있다. 심포지엄 토론자였던 조희연 교수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예수를 부정했던 베드로에 의해 예수의 이상은 예수를 처형했던 로마를 정복했다. 조 교수는 이제 스스로 당당히 '좌파'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맞서겠다고 했다.

필자는 심포지엄에서 믿음을 강조했다. 당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 '함께하는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를 물었다. 진보개혁 진영이라고 복지지출 좀 확대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함께하는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진정 유럽의 '리스본 전략'이나 미국의 '해밀턴 전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진정 '함께하는 성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런 믿음이 있다면 당당히 포퓰리스트(populist)가 되자고 제안했다. 건설족과 재벌들에게 매년 수십조 원을 갖다 바치면서 국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 몇 푼 쓰면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포퓰리즘' 정책을 취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우리의 노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의 다음 지도자도 여전히 '운명이다'를 되뇌이고 있어야 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뉴시스

한명숙의 노래는 무엇인가?

한명숙 후보는 노무현에게서 무엇을 배웠나? 노무현의 이상을 널리 퍼뜨릴 베드로의 복음으로 무엇을 준비했나? 그저 그의 이름에 기댈 뿐인가? 도대체 한명숙의 노래는 무엇인가? 한명숙 후보는 당당히 '나는 진보개혁 후보다', '나는 좌파 후보다'라고 할 수 있나? 나는 '함께하는 성장'을 믿는다고 선언할 수 있나? 우리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나는 당당히 포퓰리즘 후보가 되겠다고 할 수 있나? 한명숙 후보에게서 아무런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김상곤의 노래인 '무상급식'을 따라 부르는 모창가수로 남을 것인가?

설사 선거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당당히 맞서 싸울 용기가 있는가? '함께하는 성장'을 믿는다는 것은 100원의 예산이 남을 때 재벌에게 갖다 바치기보다 노동자에게 지원한다는 의미다. 당신이 총리 시절 재벌에게 주었던 온갖 특혜를 이제 노동자에게 돌리겠다는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한명숙 후보는 여전히 서민, 중산층의 처참한 처지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베꼈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원희룡 후보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에 대한 즉각적인 구제를 공약하라

다시 노무현의 후회를 보자. 조잔하게 전문가들과 몇% 따지면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던 그 한심한 모습에 대한 후회는 그가 이제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거는 하나 내가 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 딱 가져오면은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경제지출 쫙 끌어내려. 여기에 맞추어서 숫자 맞추어서 갖고 와.' 대통령이면 그 정도로 나가야 되는데, 뭐 누구는 몇 % 어디는 몇 % 깎고 어느 부처는 몇 % 깎고 어느 부처는 몇 % 올리고 사회복지 지출 뭐 몇 % 올라가고 앞으로 몇 10년 뒤에는 어떻고 20년 뒤에는... 이리 간 거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거 뭐 그럴 거 없이 색연필 들고 쫙 그어 버렸으면 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이거,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 내년까지 40%, 후내년까지 50% 올려.' 쫙 그려 버려야 되는데, 앉아 가지고 '이거 몇 % 올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 가지고······. (노무현의 육성,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심포지엄 자료)

무상급식이 국민적 지지를 얻는 이유는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서민은 물론이고 그만큼 중산층도 어렵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깨달아야 한다. 욕망의 정치에 속아 애써 번 돈을 전부 은행 이자로 갚아나가다, 이제는 집값마저 하락하는 탓에 집집마다 부부싸움하며 애끓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 '함께하는 번영'을 믿는 후보라면 중산층에 대한 대대적이고 즉각적인 구제를 내세워야 한다.

필자는 이런 노래를 듣고 싶다. '시민들에게 불요불급한 모든 공사를 2년간 전면 중단하겠다. 친환경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미래도시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재설계하겠다. 서울시의 해외 광고를 포함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모두 2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 그 2년간 절약된 예산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대대적인 구제에 착수하겠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는 물론이고, 대학생 등록금 대출이자에 대한 전액 지급, 전체 고등학생에 대한 학자금 보조, 청년 실업자 고용에 대한 지원 등등에 사용하겠다. 한푼이라도 절약해서 시민들에게 그냥 나눠주겠다.'

이런 과감한 공약으로 그들과 맞서 싸우다 피 흘리고 쓰러지고 깨어지고라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야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실현에 옮길 때 다음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더 이상 재벌과 건설족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이상인 진보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듣지 못했던 베드로의 노래, 이 오월 한명숙의 노래로 울려 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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