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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천안함 앞에 드러눕기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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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천안함 앞에 드러눕기라도 해야 한다"

[인터뷰] 정동영 의원 "한국 '냄비 외교', 중국 영향력 강화시켜"

천안함 사태 진상규명이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이다. 이 와중에 대 중국 외교도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무능에 이어 외교 역량도 추락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정 의원은 "제3국의 입장에서 보면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수뇌부가 중국으로 달려가는 형국이 됐다"며 "과거 청나라의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밖에서 보면 사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것은 마치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맹주, 혹은 조정자의 역할로 보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태 이전부터 정부가 먼저 '방중설'을 흘리는 등 예정돼 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5월초 김 위원장의 방중 때 여당 대표, 통일부 장관, 외교부 차관 등이 나서 '중국 때리기'를 하는 것에 대해 정 의원은 "뒷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단견을 내비치면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보겠느냐"고 실종된 '신중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났다.

▲ 정동영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정 의원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더 꼬였다는 점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냉전'이라는 표현을 쓴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선 비핵화'라는 조건을 걸고 있었는데, 이제는 '선 천안함 해결'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걸려 이중 빗장이 됐다"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이렇게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북이 쥐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정 의원은 "2005년 9.19 합의를 이끌어 낼 당시 내가 평양에, 미국에 반기문, 중국에 송민순이 있었고, 누가 뭐래도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한국이었다"며 "한국 외교사에서 우리가 우리 운명의 운전대를 확실히 잡았던 사례"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신냉전 시대로 들어서면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한반도 문제는 국제화돼 균형을 맞추려면 남쪽은 미국에 더 의존해야 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반도화를 추구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이 원칙이 완전히 뒤집어져, 이제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고 '나'와 '우리'는 실종이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천안함 진상규명 과정에 대한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민주당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민주당이 책임 추궁을 잘 못 했다, 생존 장병 인터뷰 한 번 못하느냐"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었고, 당 내에서 유일하게 '좌초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김효석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정 의원은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응 방식에 대해 "주눅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사안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함수와 함미를 보러 가야 하고, 못 보게 막으면 2함대 앞에 드러눕기라도 해야 한다"고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다.

다음은 11일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한 달 보름이 넘도록 천안함 침몰 원인을 못 밝혀내고 있다. 사건 초기 민주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만지작거리면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나.

정동영: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원인조사를 하는데 조사 받아야 할 사람들이 조사를 하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중요한데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미리 결론을 단정 짓고 조사 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조사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느냐이다. 천안함 희생자 46명, 한주호 주위 등 군인 47명과 금양호 희생 민간인 9명 까지 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인데, 오히려 정부가 칼자루를 쥔 것처럼 행동하는 형국이 납득이 안 된다. 원인이 어떻든 정부는 송구스러워 해야 하는데, 죄 지은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 치는 형국이다. 상식으로 납득이 안 된다.

프레시안: 좌초든 북에 의한 피격이든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인데.

정동영: 6.2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인데,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김정일 정권 심판으로 몰아가 비켜 가려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지방선거의 성격을 꿰뚫어 보고 있다. 4대강, 스폰서 검사, 명진 스님 좌파 발언 등 상당히 많은 이슈들을 덮으려 하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면 56명 희생자 죽음에 대한 모독이다. 군대 금언 중에 '전투에 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희생된 병사들이 전투 중에 죽었으면 덜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취침 준비 중에 영문도 모르고 떠났다. 정부는 마땅히 송구해야 하고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송구스럽다는 말이나 사과, 책임자 문책 한 마디 들어 본 적이 없다. 사과도 책임도 실종됐다.

프레시안: 선대위 출범식에서 "민주당도 책임 추궁을 잘 못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동영: 주눅이 든 것 같다. 어제 선대위에서 연설한 다음에 김효석 의원에게서 전화가 와 '천안함 문제제기를 해줘 반가웠다'고 하더라. 정세균 대표에게도 당이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하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안보에 실패했으면서도 주적 개념을 부활시키라는 둥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 정면 대응해야 한다. 역대 야당 중에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이 어디에 있나. 나도 민주당 소속이지만 안타깝다.

프레시안: 군과 안보가 걸린 사안이어서 다른 사건과 달리 야당으로서 조사에 한계가 있지 않은가.

정동영: 사안 자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천안함을 인양한 지가 언제인데, 민주당 의원들이 가서 함수와 함미를 봐야 한다. 못 보게 막으면 2함대 앞에 드러눕기라도 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를 막고서는 누가 조사를 한단 말인가. 미국이었으면 국회가 어떻게 했겠나.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했을 일이다. 국회가, 야당이 철저히 무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회 천안함 특위가 구성돼 공전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밀어 붙였어야 했다.

프레시안: 국내적 문제 말고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보인 보수언론과 정부여당이 '배신당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정동영: 또 하나의 정말 심각한 문제가 한국 외교의 추락이다. 제3국의 입장에서 보면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수뇌부가 중국으로 달려가는 형국이 됐다. 중국은 앉아 있고 남북 양쪽으로부터 구애를 받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 지역의 맹주, 혹은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인데, 천안함 사건도 중심에 중국이 서게 만든 것이다. 과거 청나라의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연상케 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남북은 대결과 증오가 부활해 신냉전 시대로 들어섰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한반도 문제는 국제화된다. 균형을 맞추려면 남쪽은 미국에 더 의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안타까운 것이다. 지난 10년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반도화를 추구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과 북이 앞장서서 해결 노력을 했고 미국과 중국은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주인은 미국과 중국이 아니라 남북 당사자라는 의식을 가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이 원칙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제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고 '나'와 '우리'는 실종 됐다. 남북 간에는 증오와 대결만 남았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해군 병사들이 희생되는 비극과 한반도 문제의 타자화라는 비극이 이중으로 펼쳐지고 있다.

2005년 통일부 장관 시절 9.19 합의를 이끌어 낼 때 가만히 앉아서 된 것이 아니다. 한미 공조, 북한 설득, 한중 공조 3축이 협상타결을 이끌어 냈다. 9.19 직전 내가 평양에 가 있었고, 미국에는 반기문, 중국에는 송민순이 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한국이었다. 한국 외교사에서 우리가 우리 운명의 운전대를 확실히 잡았잡았던 사례다.

그런데 지금은 사건 발생 직후 위기대응도 엉망진창이고 외교도 허둥지둥이다. 한국 외교의 추락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을 하니 여당 대표, 통일부 장관, 외교부 차관 전부 나서서 중국 때리기를 하는데, 뒷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단견을 내비치면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외교의 기본은 신중함이다.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토론이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우리만 중국이 우리 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냄비처럼 끓었다가 외교적 실수를 저질렀다.

프레시안: 일부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 천안함 사태 때문에 방중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정동영: 어떤 나라 정상 외교가 '다음 주에 가겠다'는 식으로 하나. 정상회담 일정은 최소한 6개월 전에 정해진다. 마치 천안함 사태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북에 간 것처럼 하고 있다. 3월부터 방중설이 나오고 예정된 것 아니었나. 정황으로 보면 다 정지작업이 돼 있었던 것 같다. 가는 시기만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방중 임박설을 흘렸다. 나는 '방중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번 방중은 천안함 사건 이전에 정해졌던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김정일 위원장 방중의 의미와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정동영: 명백한 것은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6자 회담을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선 천안함 사태 해결, 후 6자회담'의 조건을 걸었다. 이전에는 '선 비핵화'가 2년 동안 상수였는데, 이제는 조건이 두 개가 된 것이다. 이중 빗장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이렇게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당히 꼬여버렸다. 만약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려도 '저강도 보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선비핵화' 조건조차도 '선 천안함'에 밀려 물 건너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6자 회담'이 물 건너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프레시안: '신냉전' 정국이 조성되면 개성공단은 무사할까.

정동영: 금강산은 사실상 파탄났다고 본다. 개성공단 하나 남았다. 남북 간의 생명의 조끼로 살려 놓아야 한다. 지금도 밤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수백 명이 출퇴근하고 있지 않나. 이것이 남북 간에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안전판이 되고 있다. 개성공단을 닫아버리면 남북 간의 생명선이 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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