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7.8% '고성장'…출구전략은?

윤증현 "한국 자산시장 안정돼 금리 안 올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7.8%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가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1분기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보다도 높게 나왔다. 이에 따라 위기에 따른 긴급 대응책으로 썼던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전년 대비 7.8% 성장,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0년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다. 이는 2002년 4분기의 8.1%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또 전기 대비로는 1.8% 성장했다.

앞서 한은이 지난 12일 발표했던 작년 동기 성장률(7.5%) 및 전기 대비 성장률(1.6%) 수정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와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은 산업 생산이 큰 폭 증가한 데다 수출과 설비투자도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의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3.6%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20.0% 늘어나면서 2000년 3분기의 20.6% 이후 9년 6개월 만에 20%대를 기록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1.6% 증가하면서 3분기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정부가 4대강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업, 운수 및 보관업 등이 호조를 보여 1.5% 증가했다.

지출 측면에서는 내수가 전기대비 2.7%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9.5% 증가해 2000년 2분기 9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의류와 신발 등 준내구재에 대한 지출 증가로 전기대비 0.6% 증가했으며,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확대에 따른 사회보장지출 증대 등으로 전기대비 5.7%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건설기계 등 기계류 투자 증가로 전기대비 1.5% 늘었다. 작년동기 대비로는 28.8% 증가하면서 2002년 3분기 29.9%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도 토목건설이 늘어 전기대비 0.9% 증가했다.

재화수출은 반도체와 LCD, 자동차 등이 크게 늘어 전기대비 3.4% 증가했으며, 재화수입도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5.4%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21.3%와 22.1% 증가하면서 각각 2004년 2분기(30.5%)와 2000년 3분기(2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증현 "한국경제 더블딥 없다"

이처럼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7.8%가 나옴에 따라,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2.0%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지금 금리를 안 올리는 것은 자산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금리를 두 번이나 올린 호주는 자산시장의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에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장관 지적대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계속 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상승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0년부터 계속된 장기간 가격 상승으로 이미 부동산가격이 실요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높은 상태로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는 정책 등을 통해 부동산가격을 떠받쳐주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장관은 또 한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더블딥은 없다"고 장담했다. 이런 '장담' 역시 정부가 인위적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윤 장관은 지난 23일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전까지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은 "올해 우리 경제가 상고 하저로 가지만 전체적으로는 회복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면서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7%대 성장이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그렇게까지는 될 수는 없겠지만 연간으로는 5%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장관은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저금리 부작용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저금리의 폐해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한 것이며 당연한 얘기"라면서 "결국 과잉유동성을 그냥 두면 자산시장을 흔들어 버블상황에 이를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