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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수라면 '뇌물 검찰 망국론'을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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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수라면 '뇌물 검찰 망국론'을 외쳐라!"

[삼성을 생각한다] "'스폰서 검찰', 조사 아닌 수사 대상"

지난 21일 방영된 <PD수첩>의 후폭풍이 대단하다. 누구보다 깨끗해야 할 검사들이 업자에게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에 국민적인 공분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이런 분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검찰은 모든 범죄 수사의 지휘와 책임을 지면서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거대 권력 기관이다. 공무원이 범죄를 저질렀든, 일반인이 범죄를 저질렀든 종착역은 결국 검찰이다.

법정 구속처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범죄는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기소가 돼야 판결이 이루어진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법률은 법원보다 더한 실질적 권력을 검찰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막중한 권한을 지닌 검찰이기에 그들에겐 수도사보다 더한 도덕성과 준법성이 요구된다. 수도사의 도덕적 엄격성은 자발적인 수행의 과정일 뿐이지만, 검찰의 도덕성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강제성을 띤다.

검사도 인간인데, 어떻게 원칙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법을 다루는 검사들에게 이런 온정 섞인 변호는 통하지 않는다. 모든 범죄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검찰이 부패하면, 법치주의가 근본부터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검찰은 이제껏 그런 본분을 잘 지키지 못했다. 과거 독재 권력의 주구가 되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혹은 자발적인 아첨으로 애꿎은 사람들을 잡아서 모진 수사를 하고 증거를 날조해서 기소하여 죄 없는 사람들을 고생시키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가기까지 하였다.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그런 악습은 줄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부 검사들이 개개인의 향락과 축재와 정치적 야망에 눈을 돌리면서 이른바 스폰서에게 뇌물을 받거나, 무리한 정치 탄압 수사에 적극적으로 동원되곤 한다.

2005년 이상호 기자가 처음 폭로하고 노회찬 전 의원이 실명으로 추가 공개했던 'X파일' 사건과,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떡값검사들의 명단이 전자의 대표적인 예이고, 최근 터져 나온 미네르바 구속이나 한명숙 전 총리 구속이 후자의 예이다.

검찰은 이렇게 상식적으로 명백한 범법 행위를 한 검사들에게 어떤 수사나 자체 징계조차 한 적이 없다. 그저 형식적인 진상 조사를 하며 시간을 끌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없었던 일로 해버리기 일쑤였다.

21일 방영된 <PD수첩>에서 신빙성 있는 물증으로 검사들의 부정을 폭로한 정모 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예의 그 뻔뻔함으로 정신 나간 전과자의 헛소리로 치부해 버리려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서는 부랴부랴 외부인을 포함한 진상조사팀을 꾸린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필자는 검찰의 그런 조사를 절대로 신뢰할 수 없다.

▲ 지난 20일 방영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의 한 장면. ⓒMBC

우선 '조사'라는 어휘 자체가 가당찮다. 이 사건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내용과 같이 형법 129조에 의거해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으므로 '조사'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유독 검사들의 비리나 부정 사건에서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버린 검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그간 정치적 고려와 무형의 압력때문에 유명무실했던 특별검사제를 다시 도입할 밖에 도리가 없다.

이렇게 도입한 특별검사는 온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로 정치적 고려나 권력층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특별검사제를 상시기구로 만들어 그간 검찰에게 주었던 모든 범죄의 수사지휘권과 독점기소권과 같은 막강한 권력을 일부 분산하여야 한다.

지금의 행태를 미루어 보면, 검찰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중한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할 깜냥이 되지 못한다. 자기 집안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철저한 수사와 처절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집안 망신이라고 쉬쉬하는 검찰의 봉건적 폐습은 도저히 이 시대의 민주적 질서를
수호하는 법의 최후 보루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끔 한다.

검사를 꼭 줄창 법조문만 외워서 갓 고시에 합격한 새파란 젊은 사람들이 맡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이다. 관련 법조계에서 연륜을 쌓은 청렴하고 공평한 인사들 가운데서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법과 인생을 현명하게 조율할 줄 아는 사람들을 뽑아 검사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훨씬 바람직한 제도이다.

부디 이번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명실상부한 검찰 개혁을 이루는 값진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힘의 원천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다.

이번 일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차라리 속칭 '수구 꼴통'이란 불리는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그들이 중학생 수준의 세계사 상식만 있으면 수많은 국가들이 어떻게 흥하고 망했는지 잘 알 것이다.

대개 나라의 패망에는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그 중에 권력층의 부패가 으뜸 원인이었다. 우리의 조선이 망한 것도 그 때문이고, 장대한 세력을 갖고 있던 장개석의 국민당이 보잘것 없었던 홍군에게 기어 대만으로 도망한 것도 권력층의 부패 때문이었다. 부패한 월남 정권을 밑빠진 독처럼 지원했던 미국도 월남전에서 역사상 단 한 번의 패배를 하고 철수하였다.

베트남 인민들은 부패한 월남 정권보다 슬리퍼를 신고 참호에서 잠을 자면서 인민들과 같이 호흡했던 '호 아저씨'(호치민의 별명)의 정부를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보수 논객'을 자처하는 조갑제 씨가 진정으로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다면, 엉뚱한 이들에게 증오의 독설만 늘어놓지 말고 지금 당장 부패를 단죄해야할 검찰이 부패한 데 대해 분노하고 '뇌물 검찰 망국론'을 설파해야한다. 그 정도는 돼야 '진짜 보수'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MBC <PD수첩>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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