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바다에서 사람, 강에서 물고기, 땅에서 가축 떼죽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바다에서 사람, 강에서 물고기, 땅에서 가축 떼죽음…"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을 위한 비나리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오전에 뜻하지 않은 재판을 받느라고 그만 잊고 보낼 뻔했다. 벌써 40년 전인 1970년 4월 22일,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무려 20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자고 외쳤다. 이 시위를 계기로 미국과 유엔의 환경 정책이 크게 강화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같은 중요한 국제기구가 만들어진 것도 이 '지구의 날'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마침 서울에서 '지구의 날'에 환경을 지키자는 큰 회의가 열렸고, 여기에는 유엔환경계획의 사무총장도 참여했다. 보도를 보니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해서 '4대강 살리기'가 '녹색 뉴딜'이며 유엔환경계획도 이 사업을 칭찬했다고 연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천 명의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강행되는 '4대강 죽이기'요 '대운하 살리기'이니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소신은 확실히 '불통'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는 오만과 독선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이 '녹색 성장'과 '4대강 살리기'를 칭찬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2009년 3월에 유엔환경계획은 느닷없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서 한국의 전문가와 활동가를 경악하게 했다. 나는 이에 관한 보도를 보고 유엔환경계획이 무슨 사기 조직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유엔환경계획은 그 잘못된 보고서를 즉각 철회하고 진실과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강을 대대적으로 폭파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강을 돌이킬 수 없이 까부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습지를 완전히 파괴해서 도로를 만드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수많은 물고기들을 떼죽음시키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세계 유일종인 단양쑥부쟁이를 멸종시키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강을 서울 한강처럼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만드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소중한 생명의 젖줄을 토건족과 투기꾼의 먹이로 만드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죽이기를 한사코 살리기라고 우긴다고 해서 죽이기가 정말 살리기가 되는 것인가? 지금 이 나라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후진화하고 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의 성직자들이 절규하고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 강바닥을 폭파해서 죽이는 모습(여주) 폭파한 강바닥을 긁어내는 모습(여주). ⓒ미디어오늘

▲ 처참히 파괴된 여주 남한강 바위늪구비 습지. ⓒ여강선원

▲ 처참히 파괴된 낙동강 구담습지. ⓒ지율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명박 정부가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개발독재를 통해 형성되고 민주화를 통해 크게 확장된 토건국가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해서 이 나라를 토건 망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소중한 강들이 처절히 죽어가고 있다.

나는 이 끔찍한 사태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에 있을 뿐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파국과 망국을 막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나는 4대강 비나리를 지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우리를, 그리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처참히 죽어가는 숱한 생명을 위로하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강 지키기에 나서기를 바라며.

바다에서는 사람 떼죽음
강에서는 물고기 떼죽음
들에서는 소돼지 떼죽음

이명박은 살리기라 주장
실제로는 죽이기를 강행
참사가 계속 이어지는가

숭례문 방화소실로 시작
과연 무엇으로 끝나려나
언제까지 남탓만 하려나

수천 교수들을 무시하고
수천 신부들을 무시하고
수천 목사들을 무시하고
수천 승려들을 무시하고

저만 잘났다고 우겨대고
수틀리면 명예훼손 소송
맘에 안 들면 좌빨 타령

그릇된 물부족 운운하고
강을 물그릇이라 욕하고
멋대로 대운하 강행하고

녹색성장 찬양하는 유넵
근거가 정말로 궁금하넵
그러다가 진짜 혼날거넵

수백만 시민들 무시하고
수백만 청년들 폄하하고
수백만 실업자 양산하고
수천만 국민들 우롱하고

강, 신이 베푼 최고 선물
강 죽이는 자 벌 받으리
강 지키는 자 상 받으리

우리 생명의 젖줄 강이여
모든 생명의 터전 강이여
모든 문명의 기반 강이여

강 살리기의 실체는 뭔가
강 죽이기가 그 실체라네
강 죽이기는 우리 죽이기

세계 유일종 단양쑥부쟁이
그 서식지를 모두 없애고
수십 종 수백 만의 철새들
그 번식지를 모두 없애고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서
포클레인으로 싹 파괴하고
불도저로 완전히 긁어내고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고
콘크리트 호수를 만들고
이게 어찌 강살리기인가

아름다운 습지를 파괴하고
아스팔트 도로를 건설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건설하고

수만 농민들을 내쫓누나
수억만 생명을 없애누나
소중한 자연을 없애누나
신의 선물들을 없애누나

이제 정말 어디로 가려나
이 나라가 정말 어찌되나
우리 미래가 정말 밝겠나

죽이기를 살리기라 우기고
회색을 녹색이라 우겨대고
파괴를 복원이라 우겨대고

토건족이 신나 날뛰어대네
투기꾼이 신나 날뛰어대네
우뻘들이 신나 날뛰어대네

수천만 국민들 참지 않아
대마왕 손아귀의 니나처럼
죽어가는 4대강을 지키자
마침 선거도 멀지 않았어


매일 오후 3시에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신부님들의 미사가 열리고,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의 여강선원에서 수경 스님의 수륙재가 열린다. 4월 22일에는 공주의 영은사에서 금강선원이 문을 열었다. 강 죽이기가 중단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강의 파괴는 우리 자신의 파괴이기 때문이다. <필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