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경기가 가라앉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까지 고성장 정책인 747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던 '747경제팀'이 다시 전면으로 배치되면서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747경제팀'은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으로 재기에 성공하자마자 잇딴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2%인 금리를 동결시켰다. 또 "부동산 가격이 급격한 변동을 가져올 정책은 곤란하다"면서 최근 하락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부가 부동산가 하락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정부는 2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갖고 5조 원의 자금을 직간적접으로 지원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4만 호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규제도 일부 풀었다. 서울 비강남권에서 신규주택 입주를 전제로 한 6억 원 이하 기존주택 거래 시 연소득에 관계없이 집값의 절반까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윤증현 "출구전략, 11월 G20회의 전까지 없어"
더 나아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구전략 시행 시기도 구체화했다. 윤 장관은 오는 11월 G20정상회의 전까지 출구전략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윤증현 장관은 23일(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민간 부문보다는 재정적인 지원에 경제회복을 많이 의존하는 게 전 세계적인 기류라서 아직은 본격적인 출구 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세계적 흐름"이라면서 "한국도 그동안 많은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이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이 많이 어렵고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아직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 대해 "꼭 특정시점을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11월에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아마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해 금융계의 문제, 국제 금융질서의 새로운 창출문제 등이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G20 전까지 출구전략은 없다는 얘기다.
정부, 미분양 2만호 매입 등 5조원 지원
▲ 이명박 정부는 23일 최근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미분양 매입, DTI 규제 완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와중에도 '747경제팀'은 거의 한달에 한번씩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강도 높은 부양책으로 '아파트값 떠받치기'에 성공했다. ⓒ뉴시스 |
미분양 주택 해소 방안으로는 대한주택보증을 앞세워 2만 가구(3조 원)의 준공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리츠.펀드 등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총 5조 원의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투입해 미분양 주택 4만 가구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미분양 매입 대상은 공정률 50% 이상의 준공 전 지방 미분양이 우선이며 자금 여유가 있을 경우 수도권 미분양까지 사주기로 했다. 또 중소건설사의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중소업체의 미분양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매입 한도도 업체당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늘렸다.
DTI 규제 등 금융규제도 풀어
또 정부는 주택거래 침체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입주예정자와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는 건설사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 주택이 안 팔려 입주예정일이 경과하고도 신규 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유한 주택(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투기지역 제외)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가구당 2억 원까지 연 5.2% 이율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다만 부부합산 연소득이 4천만원 이하이면서 무주택 또는 1주택 보유자여야 한다.
정부는 또 오는 5월부터 주택 매입자가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서울 강북 50%, 수도권 60%)를 초과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연소득이 1000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 강남권 외 비투기지역에서 신규주택 입주를 전제로 한 주택(6억 원·전용 85㎡·1주택 이하) 매매 시 DTI 규제가 사실상 풀리는 셈이다.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 건설사가 공공공사의 공사대금을 담보로 대출(브리지론, 공사대금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올 5월부터 1년간 신용보증기금에서 브리지론 보증을 재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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