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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깨진 야권, 이제 '근원처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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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깨진 야권, 이제 '근원처방'을

[김종배의 it] 야당들의 '나체쇼'가 남긴 것

말하지 않으련다. 4개 시민단체 협상대표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지만 그런 말조차 하지 않으련다. 입만 아프다.

'분노'가 관심과 애정의 변형된 감정이고 화해와 용서를 지향하는 감정이기에 그렇다. 더 이상 야당들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여지도 없다. 이제는 끓는 감정을 치우고 차디찬 머리를 앞세워야 한다.

전례가 없었다. 민주·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지금처럼 허약하고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야권연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세력과 개별 대결하는 구도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근육강화제'를 처방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진보신당에 이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마저 복용을 거부했다.
▲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야권 연대 결렬을 선언하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연합

달리 방법이 없다. 당사자들이 '자진'의 길을 선택한 마당이니 화타가 부활하고 허준이 환생해도 살려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는 호의는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망 진단을 내림과 동시에 장기 적출을 시도해야 한다. 썩은 장기는 도려내 거름으로 삼고 멀쩡한 장기는 적출해 다른 생명체에 이식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당들이 '나체쇼'를 벌인 덕분에 썩은 장기와 멀쩡한 장기를 가려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기득권 온존구조와 허약한 리더십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연대 필요성보다 자기 밥그릇을 우선시하는 기득권 세력이 말초 단위가 아니라 중추 단위에 견고히 버티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그 당의 지도부는 그런 중추조직 밑에서 옴짝달싹도 못함이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민참여당은 기득권 편입 열망과 허약한 경쟁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알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광역후보 한 자리는 기필코 챙겨야 했던 다급함을 여실히 드러냈고, 거래품목이 없어 단 한 사람에 기대어 '투기 매매'를 해야 했던 옹색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진보신당은 전에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내과 처방도, 개별 처방도 더 이상 소용없다. 기존 야당의 존재와 경계를 인정하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방법은 더 이상 '근원적 처방'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후 지도부를 교체해봤자 소용없기에 더욱 그렇다.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견고한 기득권 온존구조를 깰 수 없고, 기득권 온존구조를 깨지 않는 한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체질개선은 달성될 수 없기에 그렇다.

국민참여당이 지방선거 후에도 '홀로 주행'을 해봤자 부질없기에 더욱 그렇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의 존재이유를 설파하고 당의 역할을 넓힐 매개체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간판을 유지해봤자 변두리 다방의 색 바랜 간판 신세를 면할 수 없기에 그렇다.

내과 처방이 아니라 외과 처방을 해야 한다. 개별 처방이 아니라 통합 처방을 해야 한다. 기득권 온존구조에 저항하는 민주 인사들을 추려내고, '소이'보다 '대동'을 우선시 하는 개혁 인사들을 추려내고, '구호'보다 '실질'을 숭상하는 진보 인사들을 추려내 다시 짜야 한다. 기존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연대가 아니라 질서의 재정립을 목표로 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새싹은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 피어난다.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는 씨 내릴 한 뼘 땅을 찾지 못해 고사하지만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는 재가 되어 버린 수풀과 나무를 자양분 삼아 반드시 피어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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