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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검사'라는 말,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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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검사'라는 말, 벌써 잊었나"

[삼성을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업자득

요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 출간과 삼성반도체 젊은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계기로, 삼성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 비판의 큰 가닥은 이건희 회장 일가와 그 가신들의 부도덕성, 탈법성에 치우친 듯하다. 물론 문제의 발단은 그들의 범죄 행위에 있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바로 과거 X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 등으로 드러난 이른바 '떡값 뇌물 사건'이다. 삼성이 정기적으로 뇌물을 주며 공직자들을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 때문에 처벌 받은 공무원, 정치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뇌물 공여죄도 엄중하지만 수뢰죄는 더 엄중하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렇게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일 뿐이다. 설령 실질적으로 권력이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들의 수중에 넘어갔다 하더라도, 법치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권력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가 조직에 있다고 말하는 게 옳다.

삼성이 뇌물로 국가기관을 농단하고 법치를 유린했다고 한들, 농단하는 자보다 권력기관의 일원으로 속해있으면서 농단 당하는 자들이 더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특히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사와 최종판결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들에게 뇌물이 건네지고 그렇게 수뢰한 자들이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그런 자들의 기소와 판결을 감수하겠는가.

혹자는 엄연히 뇌물을 공여받은 자들의 명단이 존재하는데도 삼성 떡값 사건에서 뇌물의 대가성을 입증하길 어렵다고 하는데, 최근 한명숙 전총리의 수뢰사건에서 보듯 궁지에 몰린 범죄자의 신빙성없는 진술 하나만으로 갖은 억지 수사를 자행해 온 검찰의 태도를 미루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허약한 변명인 지를 알 수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우리 공직사회에서 삼성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는 이른바 삼성장학생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삼성장학생으로 발탁되지 못한 공직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기자회견 장면. 당시 '떡값검사'라는 표현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검찰의 편파 수사가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지금, '떡값검사'로 지목됐던 이들의 현재 모습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뉴시스

삼성은 공직자들에게 용돈을 주었다고 하는데, 직무에 관한 대가성 없는 용돈을 뇌물로 보느냐 마느냐하는 우리 형법에 비춰볼 때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일축하는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포괄적 뇌물죄에 대한 1997년 대법원 판례다.

그들은 공직자들에게 왜 용돈을 주며 공직자들은 그 용돈을 스스럼 없이 받는가. 공직자들을 일개 민간 기업이 과거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처럼 용돈으로 관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발칙한 것이고, 용돈을 받는 공직자들은 언젠가 직무에 관하여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용돈이거나 떡값이 아니고 포괄적 뇌물죄에 의한 명백한 뇌물인 것이다.

실제로 삼성사건 기소 수사 공판 과정에서 상식 이하의 수사와 판결을 자행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결국 삼성의 용돈에 대한 대가성 보은을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무현 정권의 치적 중 하나로 검찰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독립시킨 점을 꼽는 이들이 있는데, 참 미련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검찰의 행태가 공정하고 정의롭다면야 그것은 치적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못한 상황에서 그런 지적을 하는 것은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관료권력을 개혁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끌려간 무능력과 방관의 게으름을 미화하고 합리화한 말장난에 불과한 소리라고 본다.

결국 그런 검찰에 의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은 부엉이 바위 위에서 투신했으니 자업자득이라 할까.

최근 삼성 문제를 놓고 재벌의 소유 지배권 구조나 소비자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과 마찬가지 무게로 뇌물공여와 수뢰 문제가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인 검찰의 수뢰 문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근본으로부터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른바 삼성 떡값사건 즉 삼성 뇌물사건 재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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