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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은 대추리…주민들 밀리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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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은 대추리…주민들 밀리며 오열

경찰들, 방패와 곤봉 휘둘러…부상자 속출

4일 대추리는 전쟁터 같다. 새벽부터 대추분교를 포위하던 경찰병력이 오전 9시 30분께 사방에서 새까맣게 대추분교 운동장으로 밀려들어왔다. 경찰의 기습적인 공격에 시위대는 대나무봉을 휘두르고 연탄재 등을 손에 잡히는 대로 경찰을 향해 집어던졌지만 속수무책이었다.

30여분 간 대나무봉과 곤봉을 서로 휘두르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방패와 곤봉에 가격당한 수십 명의 시위대가 이마가 찢어지고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으며, 대책위가 임시 의무실로 쓰던 대추분교 도서관 바닥은 피가 흥건한 마스크와 손수건이 굴러다녔다.

▲ 대추분교에 경찰들이 물대포를 쏘며 진입하고 있다. ⓒ 프레시안


전경측에서도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수로 보나 장비로 보나 역부족이었다. 대나무봉은 쩍쩍 갈라져 무용지물이 됐고, 시위대는 수천 명의 병력에 밀려 결국 대추분교 건물 안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투물전'이 전개됐다. 시위대는 의자며 연탄이며 던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 던지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 경찰이 건물 내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려 했고, 경찰도 이에 질세라 2층을 향해 돌 등을 집어 던지며 투석전을 벌였다.

경찰이 일부 마을 주민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대추분교 뒷편에서 경찰이 80대 노인의 양 팔을 잡고 끌고가자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이 "너희는 애비애미도 없냐"며 격렬히 항의했고 주민들의 항의에 흥분한 일부 의경이 주민들에게 욕설을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오열에 쓰러지기도 했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유린하는 경찰들을 넋놓고 바라보며 한숨만 지었다.

▲ 경찰에 진입에 맞서 시위대가 연탄 등을 던지며 투물전을 벌이고 있다. ⓒ 프레시안

문정현 신부는 대추분교 옥상에 올라가 "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분노를 터뜨렸다.

대추분교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인근 들녘에서는 헬리콥터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공병대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철조망 설치 작업을 착착 진행시켰다. 이날 투입된 공병대는 헬리콥터로 공수한 윤형 철조망을 들녘 입구에 2단3열로 둘러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낮 12시 현재 경찰은 시위대의 투신에 대비해 매트릭스를 운동장에 준비해뒀으며,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쏠 준비를 하는가 하면 포클레인 2대를 동원해 대추분교 주변에 있는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몽땅 쓰러뜨리고 있다.

또한 이날 투입된 철거 용역들은 대추분교 마당에 설치된 집회용 무대와, 주민들이 촛불시위를 벌이던 비닐하우스를 순식간에 해체해버렸다. 일부 용역들은 범대위가 숙소로 사용하던 주민의 집에 들어가 집기와 가재도구를 들어냈다. 국방부의 일방적 강제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오전 11시 이후 각자 점심을 먹는 시간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대추분교 내 평택 지킴이들과 경찰 병력 사이의 충돌은 12시 반에 재개됐다.

▲ 경고방송을 마치자마자 경찰들이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 프레시안

1시께에는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대추분교를 방문했다.

임 의원은 기자들에게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서 "실제로 와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참혹하다"고 말했다

임 의원과 천 의원, 그리고 문정현 신부는 평택분교 옥상 위에 올라가 경찰들을 내려다 보며 "무자비한 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경찰은 대추분교 안에 있던 평택 지킴이들에게 "당신들은 불법점거를 하고 있으니 자진 해산하기 바란다"는 경고방송을 했다.

경찰은 경고방송을 마치자마자 지킴이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한 명씩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기자들의 접근과 취재를 막아 거센 반발을 샀다.

경찰은 기자들에게 "국가인권위의 직원이 들어와 있으니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적 연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현장의 기자들은 "연행 현장에 기자를 못 들어하게 하는 이유가 뭐냐, 여기가 80년 광주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3시께부터는 포클레인이 밀고들어와 대추분교 뒤에 있는 창고와 화장실 등 부속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포클레인들을 관리하는 현장 책임자는 "오늘 내로 대추분교 건물을 모두 부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포크레인이 대추분교의 부속건물들을 부수고 있다. ⓒ 프레시안


▲ 부상당한 시위대의 모습 ⓒ 프레시안


▲ 실신한 시위대를 구급대원들이 호송하고 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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