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지하철 '5678 서비스단' 55%, 치료 필요한 우울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지하철 '5678 서비스단' 55%, 치료 필요한 우울증

"5678 서비스단은 신종 구조조정 수법"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창의조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5678 서비스 지원단' 노동자의 55.2%가 전문적인 상담과 조치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04년 실시했던 기관사들에 대한 정신건강 조사 결과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다. 당시 기관사에 대한 우울증 조사는 승객의 승강장 투신자살 사고가 잇따르면서 실시됐다. 투신자살을 목격한 기관사가 열차 운행 도중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등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서비스지원단의 우울증 평균점수는 17.34점으로 일반인구 평균 9.23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산업의학 전문의)은 "서비스단은 사실상 강제 퇴출 프로그램으로 해당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회사에 대한 배신감 분노 등을 불러와 이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서비스지원단 55.2%가 즉각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 1월 도시철도 서비스지원단 소속 노동자 50명을 상대로 우울증 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 가운데 29명이 대답한 이 조사에서 '심한 우울상태'는 무려 37.9%, '중간 우울상태'도 17.2%나 됐다. 이 두 집단의 경우 즉각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4년 같은 연구소가 도시철도 기관사 7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했던 조사에서는 '심한 우울상태'가 3.7%, '중간 우울상태'가 12.8%로 두 집단을 합해 16.6% 수준이었다.

공유정옥 연구위원은 "2004년 조사 역시 일반인구보다 우울증 지수가 상당히 높게 나온 것이었다"며 "특히 우울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매사에 의욕이 감소하고 사회적 관계 맺기에 소극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21명의 상태는 조사에 응한 이들보다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지원단 노동자 가운데 단기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가벼운 우울상태'도 10.3%로 적지 않았다. '우울하지 않은 상태'는 34.5%였다.

우울증을 측정하는 척도인 '한국판 벡 우울척도(BDI)'의 평균 점수를 보면, 도시철도 서비스지원단이 17.34점인데 반해 호텔/오락시설 노동자가 12.71점, 간호사가 11.37점, 증권 노동자가 9.12점, 일반인구가 9.23점으로 확인됐다.

▲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창의조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5678 서비스 지원단' 노동자의 55.2%가 전문적인 상담과 조치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연합뉴스

"10년 일한 기관사에게 열차 포스터 붙이기 시켜"

서비스지원단의 우울증 평균점수는 왜 유독 높은 것일까? 그 원인은 서비스지원단의 성격과 담당 업무 등을 들여다보면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서비스지원단은 지난 2008년 4월 만들어진 것으로 공사 측의 경영혁신추진 계획에 따라 신설됐다.

지난해 12월 현재 51명이 소속돼 있는 서비스지원단의 주된 업무는 부정승차단속, 열차 내 무질서 단속, 포스터와 스티커 붙이기, 불법 홍보물 수거 등 "단순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공사는 "대시민 서비스 강화"를 표면적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징계자에 대한 징벌이나 고령자의 퇴직 유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허인 위원장은 "10년 이상 기관사만 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 내 단순 업무를 수행하게 하면서 수치심과 모멸감, 무기력감을 주는 방식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신종 구조조정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까지 서비스지원단 소속 129명 가운데 총 55명이 희망 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공유정옥 연구위원도 △조직 내 역할의 모호함과 퇴출이라는 불안정한 미래로 인한 직무스트레스 △기존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노동조건, 조직 체계 등의 급격한 변화 △직장 내 무시나 따돌림과 같은 정신적 폭력을 서비스지원단의 높은 우울증 지수의 이유로 분석했다.

노조가 자체 분석한 서비스지원단 노동자의 스트레스 사례를 보면 전직 간부인 A 씨는 "서비스지원단에서 근무하면서 잡상인 단속이나 열차 내 전단지를 수거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그런 일을 할 때면 늘 예전 부하직원과 마주치지는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는 또 다른 '직무재교육' 들고 나와

"서비스지원단은 새로운 구조조정의 수법"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법원에서도 인정 받았다. 서비스지원단 노동자 10명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이 전보명령은 근로자들의 퇴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해고 및 정리해고의 요건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잠탈할 여지가 있어 무효"라고 밝혔다. 내용은 정리해고와 동일한데 법이 정한 정리해고의 절차를 따르지 않아 효력이 없다는 얘기다.

도시철도공사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또 공사는 지난 3월 서비스지원단과 실질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직무재교육' 실시 계획을 통보했다. 직무재교육 대상자 기준으로 공사는 △직위해제 처분자 및 불법 집단행위 연루자 △징계처분자 △업무부적응자 △금품 및 향응 수수자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등을 꼽았다.

공사는 직무재교육 후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미달될 경우 최고 직권면직 등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허인 위원장은 "이미 사규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처벌 받은 사람을 다시 직무재교육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등 공사는 또 다시 강제퇴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며 "결국 전체 조합원에게 불안감을 심어줘 노동조합의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이런 의혹의 핵심 근거는 공사의 현재 정원이 현원보다 200여 명 적다는 데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2월, 노조와 합의 없이 정원을 420명 감축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